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실질감사 결과가 지난 2월 28일 감사위원회의의 의결 거쳐 최종 확정, 관련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국무총리실장, 기획재정부장관, 소방방재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11개 기관장에게 통보 10건, 징계 5건, 시정 1건, 주의 10건을 요구했다. 해당 기관들은 이번 감사원 요구사항을 검토하느라 동분서주하다. 사업 자체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던 터라 속 시원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치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적 사항 중 근본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했음에도 실질감사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논리의 비약’이 없지 않다. 감사원에서 지적한 사항이 ▲법, 제도의 한계 ▲정부예산확보 프로세스의 한계 ▲사업을 긴급히 추진해야 하는 중대성 문제 ▲자체 무선통신기술을 확보치 못한 약소국의 한계 등이 감사원 감사에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어떤 누구도 또 다시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할 것 같다. 사업의 주관기관과 주관기관의 실무자 측면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되짚어보는 것이 향후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감사원 감사결과를 긴급 점검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가장 큰 성과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후 일괄 발주치 않고 분할 발주 한 것 ▲특정장비 공급업체의 독점을 초래 한 것을 다양한 정황 증거를 통해 밝힌 것이다.

감사원도 알고 있던 분할 발주
감사원은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주관기관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및 기본설계를 통해 전체 사업규모를 결정한 후 일괄계약방식으로 추진치 않고 시범사업, 경기지방경찰청사업, 확장1차사업, 확장2차사업으로 분할 발주해 사업추진방식에 있어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표준(TETRA, TErrestrial Trunked RAdio) 방식의 TRS(Trunked Radio System, 주파수공용통신)가 다른 업체의 시스템 간에는 연동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토로라사의 장비로 설치돼 있는 경찰청 TRS와 완벽하게 연동토록 시범사업 제안요청서를 작성함에 따라 특정장비 공급업체의 독점초래 등 사업추진방식 설정업무의 부당처리를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이 왜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이 사업은 당시 감사원의 처분요구(2002년 6월)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주관이 돼 당시 정보통신부가 수립한 기본계획으로 확정됐다.

또 이 사업은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2004년 9월)에 따라 추진하는 국가 주요 정책사업의 하나로 감사원에서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소방방재청의 ISP예산 확보상황, 서울메트로 등 연계통신망 구축 협의사항, 통합망사업 세부추진계획 등에 대한 자료를 총 10여회 이상 제출받아 사업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특히 감사원에서 지난 2005년 10월12일부터 같은 해 11월18일까지 실시한 ‘재난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에도 소방방재청이 제출한 세부추진계획 등에 의해 지하철 운영기관 등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이 사업이 이미 분리 발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분리발주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은 지금까지 묵시적으로 인정한 정황을 뒤집는 것이다.

업체간 경쟁유도 노력 많이 했다
감사원은 모토로라사와 노키아사(현 EADS) 등과 적절한 경쟁을 유도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TETRA방식의 TRS가 유럽개방형 표준이기는 하나 모토로라사, 노키아사 등 서로 다른 업체에서 생산한 교환기끼리 상호 연동이 되지 않아 전체 시스템을 한 업체에서 공급해야 하므로 시스템 공급자간에 적절한 경쟁을 유도한 후 사업을 추진토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상의 ‘적절한 경쟁유도 문제’를 놓고 볼 때에는 통합망을 신규시스템으로 해 전국 단일망을 구축할 경우는 다수의 TRS장비 공급업체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협상할 경우 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 제8장(결론)에 따르면 통합망은 TETRA방식의 TRS를 이미 설치·운영 중인 경찰청 망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 기술적, 정책적인 면에서 타당한 것으로 돼 있다.

또 타 업체의 제품과 원활한 연동이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으나 이점 때문에 통합망을 전국적으로 새로 구축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예산부담과 함께 그 공급업체에서도 독점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경찰청 TRS망을 활용해 통합망을 구성할 경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런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책연수단(11개 기관, 13명)을 만들었다.

이 연구단을 통해 TETRA 관련 유럽표준화동향과 이미 TETRA방식의 TRS를 구축·운영 중인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에 대해 통합망 구축 및 운영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연구단의 조사결과는 4가지로 압축됐다. 첫째는 ▲유럽표준화기구에서는 제조사가 다른 시스템 간 연동기능(ISI : Inter System Interface)을 표준화 중에 있으나 완료시기는 미정이다. 둘째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3개국 접경지역에서 모토로라사와 노키아사의 교환기를 서로 연결해 시험한 결과, 4개 그룹 정도의 음성통화만 가능하고 보안성 등이 취약한 관계로 완벽한 ISI개발이 필요한 상태였다.

셋째는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는 지하철, 철도, 군 등에서도 TRS를 자가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연계해 활용치 않고 각각 단일시스템으로 새로운 통합망을 구축, 운영하고 있었다. 넷째는 ▲전 세계적으로 기종이 다른 TRS 시스템을 연동해 운영한 사례가 없고 국가적인 통합망은 모토로라와 노키아 2개 사가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연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시범사업 추진에서도 제조사가 다른 교환기간 연동에 대해 대안을 제시토록 하는 등 시스템 공급자간에 경쟁체계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ISP’ 먼저 마련하는 것 백번 맞다
감사원은 지난 200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준’에 따라 정보화사업의 경우 ISP를 먼저 마련 한 후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어야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소방방재청도 ISP를 먼저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 백번 동의 한다. 먼저 ISP를 수립해 전체사업 범위 등을 확정한 후 일괄 발주해 업체 간에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전체사업에 대한 가격, 유지보수방안, 기술이전방법, 단종 시의 부품공급 대책, 기존 무선망 활용계획 등에 대한 제안서를 제조업체들로부터 제출받아 가장 유리한 업체와 협상해 기종을 결정한 후 사업을 착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소방방재청은 ISP를 먼저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04년 1월13일 통합망 구축 관련 조사연구 및 기본설계 용역추진계획(당시 행정자치부장관 결재)을 수립해 당시 기획예산처 산업정보재정과(사무관 이용욱), 정보통신부 정보화촉진과(사무관 박인환) 협의 등을 거쳐 전자정부 정책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당시 정보통신부에서 수행하던 전자정부 업무가 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으로 이관돼 지난 2003년 4월 30일 전자정부 정책과제로 ISP 용역사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9월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지원과 담당자와 협의한 결과 각 부처에서 신청한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 신청금액이 초과돼 정책과제 선정이 어려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이 사업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에 전자정부정책과제로 선정 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하는 등 ISP 예산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5년도 예산요구 시기를 놓쳤고 2005년도 예산에 반영치 못했다. 먼저 ISP를 마련해야 하지만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소방방재청은 시범사업 예산의 일부를 전용해 ISP수립용역을 시행했다. 당시 상황은 이렇게라도 사업을 진행시켜야 하는 급박한 때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로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 당시는 정보통신부 고시(1997-197호, 1994년 12월13일)에 의해 지난 1994년 이전에 설치된 광대역 VHF통신방식에 대한 개선사업(138~178MHz대에서 채널당 점유 대역폭 16kHz를 8.5kHz로 줄이는 사업)을 추진 중이던 지하철 운영기관들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와 관련한 ‘지하철 안전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2003년 3월24일~5월29일)’ 결과와 국무조정실의 ‘국가 통합망 구축 관련 기준통보(안전 14000-191, 2003년 8월13일)’에 따라 이미 추진 중인 VHF협대역화사업을 중단 또는 보류(총 930여억원)한 관계로 사업추진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었다.

당시는 또 부산지하철 등 5개 기관에서는 감사원 감사결과 및 국무조정실이 시달한 통합망 관련 기술기준 통보 등에 의해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373여억원을 투자해 자체적으로 TRS망을 구축 중에 있었다. 이와 관련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2005년도 사업비 370여억 원을 확보한 상태였다.

소방방재청은 통합망의 주요기능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 및 경기지방경찰청 사업 예산이 이미 확보됐고 부산지하철 등 5개 기관이 감사결과 및 국무조정실이 통보한 기준에 의해 이미 중단, 보류 중인 연계통신망 구축사업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사업이 매우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시급하게 추진해야 향후 중복 투자가 없는 범위 내에서 사업범위를 정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ISP수립과 병행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게된 것이다.

분리발주 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은 또 이 사업의 경우 업체 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체사업 규모를 파악한 후 일괄 발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시범사업, 경기지방경찰청사업, 확장1차사업, 확장2차사업으로 분리 발주하도록 계획 수립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국가재정사업으로 일괄발주하기 위해서는 총사업규모를 먼저 확정한 후 계속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나, 계속비 사업은 예산회계법 제22조 제1항(완성에 수 년도를 요하는 공사나 제조 및 연구개발사업은 경비의 총액과 연간 납부액을 정해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은 범위 안에서 수 년도에 걸쳐서 지출할 수 있다)과 ‘2005년도 예산편성안작성 세부지침’에 의하면 완성에 수년을 요하는 대형투자사업으로 토목·건축사업만 가능해 시·도 또는 시·군·구 등 지역단위로 나눠 연차적으로 완성·운영 가능한 통합망 구축사업은 계속비 사업으로 추진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예산편성제도가 상향식 예산편성방식(Bottom-up)에서 하향식 예산편성방식인 총액자율예산편성 방식(Top-down)으로 전환됨에 따라 소방방재청에 배정된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지난 2004년 6월에 신설된 소방방재청 입장에서는 열악한 예산형편(2005년 일반회계 900여억원)으로 부득이 기본계획상의 사업추진단계와 같이 3단계로 구분해 세부추진계획(안)을 마련했고 관계기관 협의 및 기술자문 등을 거쳐 세부추진계획(안)을 확정, 시행했다.

소방방재청도 영국, 핀란드 등의 사례와 같이 전체사업을 일괄로 발주해 기종을 먼저 결정한 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획예산처 산업정보예산과에서 톱 다운(Top-Down)제도 운영으로 기관별 실링 내에서만 예산 반영이 가능하다면서 세부추진계획에 기관별로 통합망 구축비용 분담 방안을 제시하도록 한 바 있다.

모든 재난관련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합망에 대해 열악한 소방방재청 실링예산으로는 일괄 발주할 수가 없었다. 지난 2005년 10월12일부터 같은 해 11월18일까지 소방방재청, 서울메트로 등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 시에도 소방방재청이 제출한 세부추진계획에 의해 지하철 연계망 구성 등에 대한 실지감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추진방식 및 단계, 재원 조달방안 등은 적절하게 수립된 것이다. 이 사업 확장1차사업비(317억 원)까지 투자된 시점에서 이를 감사원에서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국·필리핀도 단일기종 통합망 구축
감사원은 소방방재청과 담당 공무원이 이 사업을 잘 못 추진해 이 사업 완료 후의 유지보수 사업도 한 업체에서 독점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소방방재청과 담당 공무원이 다른 업체의 시스템 간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다른 업체의 시스템간에 연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특정업체(모토로라)의 장비로 설치돼 있는 경찰청의 TRS망과 완벽히 연동되도록 시범사업 제안요청서를 작성토록 해 앞으로의 확장2차사업 및 후속 유지보수사업도 (주)에이피테크놀리지 또는 원제조사인 모토로라에서 지정하는 업체에서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9월 감사원이 ‘지하철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라 지하철 운영기관에 대해 통합망과 호환된 방식으로 무선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통보했고 기본계획 상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의 재난·재해 시의 무선통신망의 요구조건도 시스템 로밍 및 핸드 오버(Hand-over) 기능이 제공돼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기능에 대해 재난발생 시 현장지휘통제 및 인명구조 활동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는 소방방재청 입장에서도 사업의 성패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것으로 판단했다. 영국, 핀란드 등도 이러한 이유로 단일기종의 제품으로 통합망을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천지방경찰청이 서울지방경찰청의 TRS망과 호환연동 조건으로 통합망과의 연계사업을 추진(2004년 11월부터 2005년 7월)했으나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인천지방경찰청과 관련 업체 관계자들 합동으로 연동시험을 해보았다. 이 결과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사용 중인 단말기가 서울지역 통화권으로 진입해 인천지방경찰청의 단말기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교신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인천지방경찰청의 단말기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반입한 후 인증키를 주입할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등을 확인했다.

때문에 이에 맞는 SOP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인천지방경찰청 TRS망은 단말기 인증(Authentication) 및 종단 간 암호화(E2EE), 무선구간암호(TEA3)기능이 없어 단말기 ID와 사용 중인 통화그룹만 복제하면 누구나 무단으로 도청할 수가 있어 국정원의 보안성 검토결과에 의한 보안대책 수립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동문제 해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소방방재청은 당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관련 업체로부터 정보제공요청서(RFI : Request For Information)를 제출 받아 관련 업체 및 기관에서 81명이 참여한 가운데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관계기관 검토 및 기술자문회의를 개최한 결과 ISI개발을 위한 프로토콜 개발(R&S, Rohil), 인천지방경찰청 사업관련 한국형 연동장치개발 추진 중(Teltrinic), 각 제조사의 인터페이스 장치로 망간 연동(Frequetis, Motorola), 국내규격제정 시 타 TETRA ISI구현 가능(Thales, Rohil) TETRA-MoU가 정한 단계에 따라 ISI 구현(노키아) 등 업체별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당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자문위원들 조차도 다양한 의견들만 제시한 채 실현 가능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시범사업 시방서 상에 재난대응에 필요한 주제어장치 연동 및 핸드오버 및 자동로밍 기능을 구현토록 요구하면서 제안요청서의 작성지침상에 통합망 사업 전체에 대한 잠정 예측수요를 제시하고 전체사업에 대한 소요물량 및 사업비, 기술지원 등 품질보증 계획, 향후 ISI개발 계획, 이미 설치된 모토로라 시스템을 신규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제안할 수 있도록 해 제안평가위원들이 제안된 내용에 대한 비교 검토 및 상대평가 등을 실시, 적격자를 선정토록 했다.

이와 관련 계약자가 이행해야 할 법적 조치사항 등에 대해 2회의 법률자문을 받은 후 조달 발주했다. 소방방재청은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밝혀졌지만 업체들의 담합정황 등으로 만족할 만한 가격하락을 유도 하지는 못했지만 국가계약법 및 구매계약관련 제도의 틀 안에서 가능한 다수업체가 사업에 참여, 기술·가격분리(2단계경쟁) 등을 통해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 이의 적법여부에 대한 법률자문 실시 등 사업을 적법하게 추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시범사업 제안요청서에 의해 입찰에 참여한 서울통신기술 주식회사가 EADS사와 협상 등을 통해 후속사업에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 등을 고려, 이미 설치된 경찰청 시스템 교체 등 한국전력공사와 같이 전략적인 가격입찰 및 제안도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소방방재청의 법률 자문결과에서와 같이 제안자가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해 자유로운 판단과 의사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때문에 관련규정 등을 과도하게 적용해 모토로라 장비를 공급하고자하는 자에게 유리하거나 업체간 경쟁이 불가능토록 시범사업 제안요청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또 유지보수는 관련규정에 의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이미 국내 통신시장에 수많은 다국적기업의 장비들이 도입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업에서만 모토로라사가 지정하는 업체에서 독점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으로 지적받을 만하다.

신뢰성 때문에 신규 버전 적용 못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생산이 중단된 구 버전(5.2)의 장비를 납품받았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모토로라에서 새로 생산되는 장비(버전 6.x 2006년 5월 생산 개시)가 기존 경찰청 무선통신망 및 통합망과 연동되지 않음에 따라 확장1차사업에 이미 생산이 중단된 구 버전(5.2)의 장비를 납품했고 향후 구축시스템의 유지보수방안과 기술이전계획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치 후 단종되는 제품에 대한 부품공급대책도 없는 등으로 독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정황을 한번 살펴보면 소방방재청과 담당 공무원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2006년 9월6일 확장1차사업계획을 수립해 같은 해 9월20일 조달청에 발주의뢰, 같은 해 11월 1일에 (주)KT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6년 11월1일부터 2007년 12월5일까지 모토로라 제품의 TRS 시스템(디메트라 5.2버전)을 설치했다.

확장1차사업으로 설치한 디메트라 5.2버전은 입찰자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위원들의 규격평가를 거쳐 결정된 장비로 감리·감독공무원이 현지 공장에서의 장비 출고검사와 납품과정에서의 검사절차 등을 적법하게 거쳐 설치·준공한 장비이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확장1차사업 구축 중(2007년 7월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디메트라 5.2버전 단종과 6.x버전 납품·설치 협조요청 문서를 받고 이를 모토로라에 확인한 결과 확장1차사업 계약(2006년 11월1일) 전에 디메트라 6.x버전이 출시(2006년 5월)됐으나 이 시스템은 개발초기 제품으로 통합망과 같은 대규모 망에 적용하는 것은 신뢰성 면에서 적절치 않고 시범사업으로 설치된 디메트라 5.2버전과 연동되지 않아 디메트라 5.2버전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디메트라 5.2버전이 단종됐더라도 부품 공급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디메트라 5.2버전은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현재 사용 중에 있어 지속적으로 기술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업의 일반시방서 2.5항(하자보수)에 ‘운영 중인 TRS제품이 하자보증기간 내에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될 경우에는 이를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고 현재 시스템 운영도 전혀 문제가 없다.

소방방재청 입장도 TRS 특성상 업그레이드 시에 일시적인 장애발생 등이 불가피하므로 디메트라 6.1버전은 어느 정도 안정화 상황 등을 체크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개통 전에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감사원의 ‘유지보수방안과 기술이전계획도 없이 설치 후 단종되는 제품에 대한 부품공급대책도 없는 등으로 독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디메트라 5.2버전은 다국적기업인 모토로라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고 유지보수도 하자보수기간 동안에는 무상으로, 그 이후는 관련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조달청을 통해 적절한 유지보수계약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점적 폐해는 외국제품을 사용하는 여타 모든 경우에도 적용되는 사안으로써 자격이 있는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유지보수입찰에 참여할 경우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확장1차사업으로 설치된 디메트라 5.2버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방서 규격대로 설치·준공됐고 하자보수 규정에 의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 중인 장비임을 고려한다면 독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은 감사원 지적사항 중 오류가 발생한 것은 기술적 접근과 오해로 빚어진 해프닝이지만 국가재난통합망구축은 유령의 바다를 헤메는 유령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