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해 수많은 ‘국가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루 발생하고 있다. 열거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이은 각료인선 검증시스템의 부재로 장기간 정부업무 공백이 초래됐다. 여기에 공공기관 사장단과 감사들에 대한 일괄 사임을 요구, 이들 기관들의 업무공백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의 초보적 협상 능력과 초 고유가 대처 능력은 또 어떤가. 환율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태안기름 유출 사고 대처능력이나 남대문 화재, 중앙정부청사 화재는 거론하기조차 부끄럽다. 연일 계속되는 일본 독도도발(?) 망언에 금강산 한국인 피살, 멕시코 한국인 피랍은 또 어떻게 대처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정상적 복원과 동북아시아 시대의 위상정립도 중요한 과제다. 급기야 청와대는 지난 7월22일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신설했다. 2급 선임행정관이 맡았던 대통령실 내 위기정보상황팀을 청와대 내 독립기구인 ‘국가위기상황센터’로 편제하고 센터장을 외교안보수석으로 격상시켰다. 국가위기상황센터장은 위기상황 발생 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고 대통령실장과 관련 수석 등에게도 동시에 그 내용을 통보하는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관계 장관 대책회의, 긴급수석회의 개최 등의 후속조치를 협의하게 된다.

또 재난과 사회분야의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같은 절차를 밟게 되나 정무수석 등 해당 수석과 협조토록 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국군기무사령부·국가정보원·경찰청·검찰 등 주요 정보기관은 물론, 현대아산과 같은 외교 안보와 관련된 민간업체로부터도 상시 정보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국가위기상황센터’도 만들어졌으니 대통령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수많은 ‘국가적 위기사항’들이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최근 감사원에서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실태’ 결과에 따른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를 국무총리실장, 기획재정부장관, 소방방재청장, 경찰청장 등에게 보냈다. 이 결과 때문에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은 사업 자체가 재검토되고 있다. 재난재해발생 시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의 일원화된 현장지휘통신체계 조차 확보하기 힘든 수준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또 국가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은 최근 업무중복과 보고체계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통합적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획단으로 운영하면서 재난안전 관련 법령 통합 등 총 71개 과제 정비에 나섰다. 통합·정비해야 할 법만 무려 106개이다.

국가위기상황센터도 만든 만큼 이명박 정부는 현 시국을 ‘총체적인 국가위기상황’임을 더욱 통렬히 인식한 후 중장기적인 국가위기관리체계 구축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COOP(Continuity of Operation)도 진지하게 검토해 봤으면 한다. 우리도 하루빨리 체계적인 국가업무연속성계획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