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사스(SARS)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가?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은 다시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공포에 긴장하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어디서부터 왔는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려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가 다른 어떤 재난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둠스데이’는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사람들 사이의 대립을 그린 영화이다. 2008년, 리퍼바이러스가 영국에서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온몸에 상처와 출혈을 일으키고 결국엔 장기까지 녹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확산돼 갔지만 치료법도 백신도 찾을 수 없자 결국 정부는 철강 성벽을 세워 스코틀랜드 전역을 외부와 격리시킨다.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해안과 항공까지 철저히 통제된 채, 영혼이 없는 땅으로 서서히 잊혀져간다. 그리고 25년 후 리퍼바이러스가 다시 런던에 출현한다. 안보국 국장 빌 넬슨은 위성사진을 통해 격리지역에 생존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치료제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 빌 넬슨은 이든 싱클레어(로나 미트라) 소령과 요원들을 격리지역으로 들여보내고 이들은 바이러스 박멸을 위한 치료제 찾기에 나선다.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피폐해진 격리지역 사람들과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25년 후,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영화 속 25년 후는 철벽을 기점으로 두개의 세계로 나눠져있다. 철벽 밖의 세상은 멋지고 말끔한 문명의 세계를 갖춘 반면 철벽 안의 세상은 모든 것이 망가지고 깨어진 너저분한 야만의 세계이다. 25년을 격리돼 지내 온 사람들은 사람을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인육도 나눠 먹는다. 이 모든 행위들이 마치 축제인양 즐긴다.

정말 영락없는 야만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철벽 밖의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면서 혼란에 빠진 문명의 세계에서 권력자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거리에서 바이러스가 발생되자 이번엔 자신을 그 세계와 격리시키고자 철문을 닫는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안전과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치료제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 의문에 ‘혹시’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영화 속 리퍼바이러스 첫 발생 후 25년이 지난 런던의 모습에서 마치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처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AI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2003년, 2007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발생된 AI가 잠잠해지더라도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바이러스의 변이와 변이에 따른 뒷북치기식 백신 개발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이렇게 25년 후의 세상은 피폐한 땅과 부패한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미래가 피폐하고 부패할 것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존재를 너무 가볍게 보지 말고 지속적인 예방과 대비에 전력해야 한다.

잡탕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잔인한 장면들, 느닷없이 등장하는 중세시대와 자동차 추격신. 이 영화를 보노라면 종종 당황스럽다. 첫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의 등급을 알 수 있게 하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또 분명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시점보다 25년이 지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장하는 갑옷이나 창 들고 말 타고 등장하는 중세시대 기사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물론 25년간의 격리라는 설정이 존재하지만 당황스러움을 메우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화려한 액션과 스피디한 화면을 원하는 이라면 이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