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 김경중 교수

‘재난 및 안전관리’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실상 정부나 정권 그리고 국가 사회의 존망과 성패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재난 안전관리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 대책법’,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법안들이 새롭게 발효됨으로써 ‘재난 및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무되고 있다.

법과 현실사이 풀리지 않는 딜레마
또 영유아 보육법과 아동복지법은 보육시설의 안전관리 규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여성가족부 보육시설 안전관리 시행규칙(제23조, 별표8)은 보육시설의 안전관리원칙과 물리적 환경과 인적환경에 대한 분야별 안전관리, 차량안전관리, 안전교육 등에 관한 상세한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에 관한 비상연락체계의 구축과 사고보고체계의 확립, 보육시설 자체 안전점검계획을 수립, 위험 발생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도록 하는 안전사고 예방대책까지도 완벽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실 보육시설에서 영 유아를 안전하게 보육하는 일은 어떤 재난이나 재해로부터 받은 물적 손실을 경감하기 위한 어떤 노력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장차 국가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가장 핵심적 인적자원이 될 영 유아에 대한 법과 제도의 관리책임기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법령과 규정이 보완되고 관리 감독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의 안전사고 실태에 관한 실증적 연구 결과들은 보육시설들의 안전관리 문제들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이상 관과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법과 현실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딜레마, 영유아 보육시설 안전사고에 관한 실태분석 결과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안전사고의 수레바퀴, 그 실체분석
보육시설 안전사고 실태분석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2008)에서 김경중, 이미정은 최근 보육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사례분석 결과 보육시설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과 제도 지침 그리고 지도 감독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시설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 그러한 조치들은 시설의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처리 과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연사를 비롯한 인사 사고나 심각한 상해 사고의 경우 사후대책과 관리가 너무나 어려워 보육시설을 떠나는 사례까지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체계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안전사고가 발생 한 후에도 약 80%는 사고 장소를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취하지 않았다. 또 여성가족부(2006)가 실시한 ‘보육시설 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연구’에서도 보육시설 안전사고 현황 분석결과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안전사고의 예방적 기능이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체계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안전사고가 발생 한 후에도 약 84.5%가 사고 장소를 안전하게 바꾸기 위한 노력을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육시설 안전사고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보육시설안전사고는 학교 안전 공제회가 없고 민간 보험에 의존하고 있어서 사고의 예방적 기능이 미흡하고 사고발생 후 보상의 한계와 사고 원인의 제반조사, 연구 및 교육과 사고방지, 지원업무 체계 등을 통한 대책과 대비가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안전사고의 발생 실태와 문제점들의 구체적인 항목들을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전사고 실태의 요약> ㆍ안전사고 발생건수 2557건(2004년) ㆍ안전사고발생시간, 자유선택활동시간 54.6%,      실외 활동시간 21.4%, ㆍ안전사고 유형, 넘어지는 사고 51.7%, 충돌사고 34.1% ㆍ발생원인, 유아부주의 65.3%, 교사 부주의 14.1% ㆍ사망사고의 50%, 보육시설 종사자의 과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영 유아 시설의 안전사고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첫 단초는 재난 및 안전관리에 대한 이해와 인식, 시각을 기본적으로 바꾸는 신념 가치의 문화적 체계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난 안전관리 시각 전환 필요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사후 약방문’같은 속담을 ‘소용없는 무의미한 어리석음’의 의미로 흔히 사용해 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우리의 ‘가치체계, 의식구조, 생활 습관, 관습’이라는 문화의 코드가 그렇기 때문에 사건 사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인지구조는 서양인 외국인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사건 사고가 반복 될 때마다 매스컴이 ‘인재’, ‘안전 불감증’이라는 용어를 쏟아내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 밖에도 사건 자체를 ‘방정맞다’, ‘재수 없다’와 같은 의미와 관련짓고 ‘조심하라’는 말을 사용 할 때,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적 성향이다. 그러므로 재난 및 안전 관리에 관한 교육은 영유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양 속담에 ‘처방의 일 파운드보다 예방의 일 온스’라는 말이 있다. 재난 안전관리를 잘 하는 길은 아무리 완벽한 대응 복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할지라도 예방보다 최선의 길은 없다. 예방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최선이고 최선의 교육은 잘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을 영 유아기부터 실시하는 길이다.

BCP 지원서비스의 개발과 지원 절실
영 유아기는 인간의 전 생애 중에서 안전이 가장 취약한 시기이다. 앞에서 제시한 표에서 사고의 발생원인 중, 유아의 부주의가 65.3%로 교사의 부주의 14.1%보다 무려 다섯 배나 높게 나타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런 유아를 오랜 시간 동안 돌봐야 하는 보육시설에서의 사고는 늘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시설책임자와 교사들이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법과 관리 지침이 아무리 엄격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교사와 시설책임자의 체력과 대처능력은 한계가 있다.

Reason(1990)은 사고의 발생을 조작 요인, 불안전 감독, 불안전 행위의 전제 조건, 불안전 행위의 네 가지 요인을 차단하지 못하는 요소가 결합돼서 일어난다는 소위 스위스 치즈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Reason의 스위스 치즈모형은 한국의 보육 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왜 그렇게 반복해서 되풀이 되는가 하는 이유를 너무나도 잘 설명 해 준다.

특히 보육 시설에서의 사고는 조작요인에서, 부적절한 인원 선발 및 훈련, 불충분한 예산, 부실한 장비, 구조 정책 문화의 조직풍토, 부적절한 운영 절차의 잠재적 실패요인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육시설의 안정과 업무연속성을 확보하기위해서는 보육 시설 자체의 인력과 노력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난안전관리 지도사나 관리사와 같은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이나 단체로 하여금 총체적으로 보육시설의 재난 및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 안전관리를 위한, BCP 지원 서비스를 개발지원해 줘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34조와 62조’ 등에 교육과 비용부담에 관한 근거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작금의 지구촌사회는 전염병, 재난재해, 테러와 갖가지 위협 등 안전사고와 재해양상이 다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자연재해와 인명 재산피해규모의 확대로 인간의 위기의식은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빨리 빨리’의 문화와 ‘IT강국’의 테크놀로지는 영유아 보육과 교육시설에 꼭 필요한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재난 안전시스템 개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잠재력을 기반으로 유비쿼터스 시대의 통합적 재난안전 시스템을 구축 한다면 이러한 기술과 시스템은 영 유아에 대한 재난 및 안전 관리 교육프로그램으로도 활용 될 수 있을 것이고 영유아가 위험에 처했을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시도들은 영유아 보육시설의 재난 안전관리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도 개발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공군의 조종사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개발이 공군의 전투력 향상은 물론이고 고 부가가치 기술프로그램의 수출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유비쿼터스 시대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구축과정은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보육과 교육의 전문성과 인권과 윤리, 그리고 문화적 요인에 관한 충분한 검토까지도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