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처럼 요란했던 ‘2008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평가결과가 나왔다. 5월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이번 훈련은 7개 재난유형으로 나눠 역대 최대의 규모였다. 하지만 평가결과는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훈련 당시 인천해양경찰청 소속 헬기 추락 사고와 응급조치 미비를 기억했기 때문일까. 올해 현장훈련에 참여한 130명의 학생들에게 여행자보험을 들게 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긴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훈련 평가결과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평가를 위한 ‘보여주기식’ 훈련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실제 재난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심을 품게 하는 훈련이 반복됐다. 중국, 일본의 대지진, 미얀마의 싸이클론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충분했고 숭례문 화재와 서해안 유류유출사고는 안전한국훈련에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호재였다. 국민들이 재난대비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훈련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국민들의 경각심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이번 훈련의 평가결과를 진단한다.

‘2008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올해 안전한국훈련은 전문성이 부족했다. 임시조직(T/F)형태의 훈련준비단 운영으로 전문성 확보가 어려웠고 분야별 훈련담당자들과 일선 실무기획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과 전문교육이 부족했던 결과이다.

평가 중심 안전훈련 반복 - 훈련따로 평가 따로
훈련 평가전문성에 있어서도 미흡했다. 평가단은 중앙에 4개반 대학교수 및 민간전문가 포함 17명, 지방에서 8개반 부·처·청 추천 공무원 32명으로 구성 운영됐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직적으로 구성됐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훈련이 평가중심으로 추진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실제 재난대응방식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보다 지휘관 관심도, 대국민홍보 등에 대해 많은 평가항목을 배치한 주객전도의 상황이 나타났다.

	사진1 - 문화체육관광부 자체소방훈련,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체적으로 소방훈련을 했다. 사진2 - 문화체육관광부 문경새재 현장훈련 현황, 중앙행정기관 부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경새재 현장 훈련을 하고있다. 사진3 - 석유공사 합동소방훈련, 공공기관단체부분 최우수기관인 한국석유공사에서 합동소방훈련을 하고있다.

지휘, 상황유지 등 재난관리정보시스템 운용에 있어서 충북도에서 참관인이 1명으로 전문 인력부족도 지적된다. 올해의 평가가 내년의 훈련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기에 소홀히 다뤄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실질적인 훈련내용을 평가할 수 있도록 현장훈련 중점 평가와 평가항목 축소 등 평가지표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관찰평가를 실시하고 외부전문가 참여확대를 통한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실전 대비한 훈련 아쉽다
전문성 부족은 곧 훈련의 실효성 미흡으로 이어졌다. 이번 훈련은 대규모 지진과 해일, 풍수해, 화재, 문화재 화재, 해양오염사고 등 7개의 재난유형을 나눠 이뤄졌다. 그런데 안전한국훈련 평가서에서 각 7개의 유형에 대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대응 ‘훈련’이 ‘훈련’으로만 끝난 것이다. 지진의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지진 대응훈련은 지역이 아닌 단독건물 중심으로 실시 돼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

풍수해는 우리나라에서 연례행사처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응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풍수해 피해상황 연출의 한계로 형식적 보여주기식 현장훈련으로 흘렀다. 또 태풍, 집중호우에 따른 종합적·체계적인 재해구호 및 응급대응시스템 가동이 미흡했다. 그나마 진행된 도상훈련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풍수해 대응훈련이 단순 메시지 처리방식을 보여 메시지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졌다.

작성단계부터 관계전문가가 참여해 메시지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아울러 실제적 훈련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얼마 전 있었던 숭례문 화재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실시된 문화재 화재 대응훈련도 너무 실망스러웠다. 숭례문 화재의 사례를 참고했지만 표준적 대응절차가 미비했다.

실제적 재난대응과 관계없는 종합방수가 이뤄지는 등 보여주기식 시범훈련에 그쳤다. 또한 불시 재난상황을 부여해 재난발생 단계부터 종료 단계까지 재난 처리과정을 숙달해야 하나 대부분 훈련장에 집결, 훈련했고 훈련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집결시킨 시범 훈련일 뿐이었다.

	사진1 - 강남구 코엑스 현장훈련, 기초자치단체 부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서울 강남구가 코엑스에서 지진과 화재 등의 상황을 가정해 현장훈련을 하고있다. 사진2 - 강남구 현장훈련, 강남구와 소방서 등 19개 유관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 참석했다.

강건너 불보기식 기업참여
이번 훈련에는 중앙부처 21곳, 지자체 246곳, 공공기관 115곳으로 총 382곳과 전국 1만 7000개 초·중·고교 730만 명이 참여했다. 주변 국가들의 재난과 숭례문 화재, 서해안 유류 유출사고, 여수 출입국화재 등 국내의 크고 작은 재난 때문인지 역대 최대 규모의 안전한국훈련에 국민들의 참여도가 지난해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재난은 광범위하고 무작위로 발생되기 때문에 일부 국민의 참여로 재난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참여확대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훈련홍보를 해야 하고 지역별 실정에 맞는 다양한 훈련참여 프로그램을 확대, 발굴해 일반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훈련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도 안전의식 제고 및 훈련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

올해는 한전, KT, 코엑스 등 일부 기업들이 자진해서 훈련에 참여했지만 그 외의 기업의 참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의 더 많은 발전과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책임기관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올해 382개라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재난을 관리, 담당하고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마땅히 이 훈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그렇기에 중앙부처, 지자체, 일부 공공기관의 참여에서 내년에는 전국의 모든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참여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훈련시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3~4월에 시행했던 종전과 달리 작년부터 5월로 옮겼다. 풍수해 대책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실시해 여름철에 다가올 풍수해를 대비하고 지역 내에 위험시설을 사전 점검하는 기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기에 농촌지역에서는 농번기 시점과 맞닿아 있어 참여를 유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참여인원을 늘리기 위해 초등학교 4,5,6학년생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국민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이뤄지려면 한 번 더 고민 해봐야할 문제이다.

체계적인 공조 훈련 시스템 미비
이번 훈련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는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 미흡이다. 훈련 내부적으로는 각각의 기관들 사이의 협력과 지원이 부족했다. 해양오염사고 대응훈련에서 해양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합동훈련을 했으나 현장훈련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미흡했다. 소방서의 자체 훈련과 겹쳐 장비 및 인력지원에 어려움도 있었다.

훈련 내부적 공조뿐 아니라 국가위기 대비훈련이 업무소관 부처에 따라 실시되고 있어 이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이후 6월에 소방서 훈련, 같은 달 민방위 훈련, 8월 을지훈련, 10월에 충무훈련 등이 예정돼있다. 이에 대해 훈련 내용이 중복되고 행정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유사한 훈련들을 과감히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훈련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통합을 함으로써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전시행정적인 훈련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복구, 피해보상 등 투입되는 예산 지출은 어마어마하다. 뿐만 아니라 인적피해에 대한 손실은 더욱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조치는 인적 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지원이 미미한 상황이다. 재난대응 훈련은 지진, 풍수해, 화재 등의 상황연출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현장감이 생긴다. 실제로 풍수해 대응훈련 경우 피해상황 연출 한계로 인해 형식적 훈련에 머물렀다.

형식적 훈련에서 벗어나 실제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안전훈련 평가에 참여한 한 교수는 "제한된 시간과 인원, 장비를 가지고 동시에 도상훈련, 현장훈련, 상황전파시스템 입력훈련, 시군구재난관리시스템 운영훈련 등 일인 다역을 할 수밖에 없는 일선 시군의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한 시간과 알찬 계획이 아쉬웠다"며 "위기대응훈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전시행정적 훈련으로 비효율성을 초래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