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해 수많은 ‘국가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루 발생하고 있다. 열거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이은 각료인선 검증시스템의 부재로 장기간 정부업무 공백이 초래됐다. 여기에 공기기관 사장단과 감사들에 대한 일괄 사임을 요구, 이들 기관들의 업무공백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의 초보적 협상 능력과 초 고유가 대처 능력은 또 어떤가. 환율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태안기름 유출 사고 대처능력이나 남대문 화재 사건, 중앙정부청사 화재 사건은 거론하기조차 부끄럽다. 연일 계속되는 일본 독도도발(?) 망언에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 멕시코 한국인 피랍 사건은 또 어떻게 대처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장기적으로 론 남북관계의 정상적 복원과 동북아시아 시대의 위상정립도 중요한 과제다. 급기야 청와대는 지난 7월22일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신설했다. 청와대의 ‘국가위기상황센터’ 설립 계획과 관련 우리나라의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긴급 점검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남대문화재 사건 발생 후 바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 기획단은 가상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2차관이 단장으로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재난시스템개선반(48개 과제) ▲소방시스템개선반(19개 과제) ▲법령정비반(4개 과제)을 운영 총 71개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제가 끝난 후 이명박 정부는 총체적인 국가차원의 재난·안전관리체계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또 청와대는 기존 대통령실내의 위기정보상황팀(팀장 : 2급 선임행정관)을 오는 9월말까지 운영해 보고 성과를 평가한 후 최종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 팀은 노무현 정부 때 운영하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위기관리센터’를 재편, 대통령실장 직속의 한시조직으로서 그동안 위기상황 전파 및 처리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 정부는 오는 9월30일 만들어질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의 성과와 ‘대통령실내 위기정보상황팀’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위기관리체계’ 전반을 새롭게 구축할 방침이었다.

아쉬운 ‘국가위기상황센터’ 신설 발표
하지만 청와대는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에 이어 ‘멕시코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지난 7월 22일 저녁 늦게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센터가 오는 10월 이후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다급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위기정보상황팀’의 위기상황 전파 및 처리업무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그 만큼 이명박 정부는 ‘국가위기대응체계’의 올바른 자리매김에 대한 목마름이 심했을 것이다. 실제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발생 8시간30분 후, 현대아산이 통일부에 보고한 지 2시간 후에야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받았다. 이 사건은 남북한이 휴전상태임을 감안할 때 북한군의 총에 맞아 국민이 숨진 것으로 ‘국가적 비상상황’이었다.

국가적 비상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이 사건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정부 내부에서만 두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 자체가 없는 것과 똑 같았다. 통렬한 반성 끝에 정부는 ‘멕시코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지난 7월 22일 저녁 늦게 부랴부랴 기존의 대통령실내 위기정보상황팀을 ‘국가위기상황센터’로 확대 개편키로 한 것이다. 청와대는 ‘멕시코 한국인 5명 피랍 사태’ 해결에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처음 가동시켰다.

실제 ‘멕시코 한국인 5명 피랍 사태’는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부터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를 거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태는 ‘몸값을 요구하는 단순 납치범’의 소행으로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때문에 ‘국가위기상황센터’가 가동되고 있지만 NSC나 관계장관 대책회의, 긴급 수석회의 개최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안보수석실만 관련부처로부터 계속 보고를 받으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정부도 COOP 계획 수립해야
업무연속성계획(BCP) 관련 한 전문가는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행정기관의 업무연속성 확보를 위한 COOP(Continuity of Operation)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정부는 체계적인 국가업무연속성계획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COOP는 영국의 업무연속성관리(BCM ;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에서의 구성요소인 위기관리, 재해복구, 시설물관리, 공급망관리, 품질관리, 보건과 안전, 지식관리, 재난관리, 보안,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재해복구(DR ; Disaster Recovery)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시행령(PDD ; Presidential Decision Directives) 제67조에 근거해 국가 비상시 정부사무실존속과 권한위임, 핵심자원, 시설, 기록보존, 비상업무 수행능력의 보유를 통해 정부의 기본적 기능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COOP를 공공기관에서 작성토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기업의 업무연속성계획인 BCP를 기반으로 COOP를 정의했고 정부기관의 기능연속성 확보를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에서 중앙성청업무연속계획가이드를 수립해 중앙부터의 COOP를 수립토록하고 지방정부에서도 업무계속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신설된 ‘국가위기상황센터’ 조직
우리나라는 ‘국가위기상황관리’업무와 관련 해 조직 구성에만 급급한 면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국가위기상황센터’ 신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7월22일 가동에 들어간 국가위기상황센터의 총 책임자는 외교안보수석이 맡았다. 기존 대통령실내 위기정보상황팀의 팀장은 2급 선임행정관이 맡았었다. 기존 위기정보상황팀은 대통령실 산하였지만 개편된 국가위기상황센터는 청와대 내 독립기구로 편제돼 위상도 격상됐다.

국가위기상황센터장은 위기상황 발생 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고 대통령실장과 관련 수석 등에게도 동시에 그 내용을 통보하는 한편, NSC와 관계 장관 대책회의, 긴급수석회의 개최 등의 후속조치를 협의하게 된다. 또 재난과 사회분야의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같은 절차를 밟게 되나 정무수석 등 해당 수석과의 협조체계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국가위기상황센터는 합동참모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검찰 등 주요 정보기관은 물론, 현대아산과 같이 외교 안보와 관련된 민간업체로부터도 상시 정보보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국가위기상황센터는 현재 팀장을 비롯해 분석반 5명, 상황반 9명 등 모두 15명인 위기정보상황팀 인원 외에 군·경을 비롯한 전문인력 4~5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BCP 관련 한 전문가는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에서 나오는 성과들을 종합해 ‘국가위기상황센터’ 조직이나 업무에 반영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COOP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