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에 난 ‘구멍’이 아직도 여전히 뚫려 있음을 ‘봉화군’은 또다시 확인시켜 줬다.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 초기대응에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어 ‘멕시코 한국인 피랍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는 지난 7월22일 다급하게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신설했다.

청와대는 센터 설립으로 ‘한국인 피랍 사건’이 국가위기상황은 아니지만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 차원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부활 여론도 급부상했지만 ‘센터’로 잠재웠다.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에 난 ‘구멍’은 때운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7월25일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에 난 ‘구멍’은 또다시 확인됐다. 25일 0시부터 경상북도 봉화군은 집중 호우와 한 차례 ‘전쟁’을 치뤘다.

봉화군 내 물야면, 춘양면, 소천면, 석포면에서는 산사태, 가옥 매몰, 침수, 사망, 실종 등 동시다발적인 ‘게릴라 전’이 벌어졌다. ‘게릴라 전’에 능수능란했던 집중호우를 막고 대처하기에 ‘아군’의 전력은 태부족이었다. 봉화군을 관할하고 있는 영주소방서 119종합상황실의 상황일지는 당시 ‘전쟁터’나 다름없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봉화군의 전시 상황’을 18시간 후에나 감지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는 지난 8월1일 대규모 자연재난이 발생한 봉화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전국에 집중호우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7월25일 오후 1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본부 총괄조정관인 소방방재청 박연수 차장으로부터 당시 전국의 재난상황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전쟁’이 한창이었던 봉화군의 상황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봉화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상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대규모 자연재난 상황을 실시간 보고했어야 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여부도 빠르게 결정됐어야 했다. 이런 보고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소방방재청 직원은 지난 8월9일과 10일 현지조사를 벌였다. 폐허로 변한 ‘봉화군’에는 7월26일부터 경북 도지사, 국무총리, 소방방재청장, 한나라당 대표, 여러 국회의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지난 7월25일 0시부터 하루 동안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위기관리대응체계에 ‘구멍’이 났었다. 이번 ‘봉화군 사건’을 교훈 삼아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재난안전분야 직제 개편, 그리고 행정안전부에서 총괄하고 있는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이 잘 운영·관리·감독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점검할 때이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는 업무중복과 직제규정의 혼선이 많아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 또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도 일부 교수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