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는 911테러를 기점으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재난영화에서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어떤 영화든 깊숙한 곳에 911테러의 잔영이 남아있는 것이다. 영화 클로버필드도 이러한 색채를 분명히 띠고 있다. 또 클로버필드는 새로운 재난영화의 형식을 보여줬다. 사실 이 영화는 단순한 괴수영화로 생각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괴수영화와 재난영화의 접목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괴수가 등장함에도 괴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재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 괴수의 정체나 괴수를 물리치는 과정들은 중요치 않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존재 중 하나로서 괴수를 택했을 뿐이다.

뉴욕의 한 파티장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롭을 위한 송별파티가 벌어진다. 친구 허드는 선물로 롭에게 줄 뉴욕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위해 캠코더를 들고 촬영하기에 바쁘다. 롭은 파티장에서 여자친구인 베스와 다툰 끝에 베스는 돌아가버린다. 얼마 후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려오고 파티장은 암흑에 휩싸인다. 지진이 일어난 것인지, 테러가 발생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파괴된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롭과 그의 친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도시를 떠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TV에서는 정체불명의 존재로 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이 나오고 길에는 군부대가 탱크를 몰며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항하려 애쓰며 즉시 대피하라는 말만을 반복한다. 브룩클린으로 가려고 다리를 건너던 롭 일행은 다리에서 정체불명의 괴수에게 공격을 받게 되고 롭의 동생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 때 롭은 여자친구인 베스에게서 붕괴된 아파트에 갇혀 움직일 수 없어 도와달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고 롭과 친구들은 베스를 구하기 위해 혼돈 속 도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상의 공포를 건드리다 재난은 어떤 특별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어느 한 순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다. 영화 클로버필드는 송별 파티장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공격을 당하게 된다. 영화 초반 파티장 장면을 보는 중에 설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일상공간이 파괴됐고 사람들은 무엇이 나를 공격하는지 모른다. 영화를 끝까지 본 후에도 도대체 영화 속 정체불명의 괴수가 무엇인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지진이나 테러와 같이 그저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할 뿐이다. 클로버필드는 재난상황의 모습과 사람들의 두려움을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고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난다.

영화는 그저 이 상황을 사실 그대로 중계하듯 보여주기에 충실히 한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왔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다. 911테러의 잔영을 담다 911테러 이후 그동안 미국인들은 911테러의 엄청난 충격을 숨기고 피해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911테러의 공포를 전면에 드러내 이용하고 있다. 이 영화의 건물이 붕괴되는 장면은 실제 911테러 당시 모습을 기억나게 한다. 건물이 붕괴되고 거리는 엄청난 먼지로 인해 회색빛이 된다.

사람들 또한 회색 먼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건물이 붕괴될 때는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발생한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911테러로 알고 있고 이 장면은 당시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핸드헬드기법을 통해 재난을 체험하다 클로버필드의 특징은 캠코더 영상이 그대로 재현된다는데 있다. 영화는 미합중국 국방부 극비자료 사건명 ‘클로버필드’, 사고지점 US-447 센트럴 파크에서 회수된 필름 자료라는 영상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관객은 1인칭의 시점으로 촬영된 회수된 필름 자료를 그대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관객이 아니라 사건현장에 있는 사람 중에 한명이 된다.

감독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E.H.H.(Extre me Hand Held)기법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으로 인해 관객들은 바로 내 앞에서 건물이 붕괴되고 불꽃이 발 앞에 떨어지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뛰면 영상도 심하게 흔들린다. 이것은 계획된 흔들림이 아니라 내가 지금 정신없이 뛰면서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을 볼 때의 바로 그 모습이다. 영상 속 주인공들과 나의 호흡이 하나의 숨인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를 재난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있게 하지 않는다. 클로버필드를 보는 순간이 곧 재난을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