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ㅣ김정일 IBM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 상무, 前 미국 메릴린치증권 Global Contingency Program 총괄부사장 소방방재청 기업재난관리정책 자문위원(現)

위기관리와 BCP에 대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무자들이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지침이나 체계적인 교재나 교육은 미흡한 상황이다. 왜 다시 ‘위기관리와 BCP’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BCP가 국내에 소개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현재 시점에서 BCP의 체감 상황부터 실전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는 의미에서 지난 8월호부터 4회에 걸쳐 ‘기업위기관리와 BCP’란 주제의 연재를 기획했다.

지난 8월18일부터 나흘간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2008 을지연습이 실시됐다. 전·평시 연계 통합된 국가비상사태 확립을 목표로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각급기관의 전시대비계획 검토 및 절차숙달, 국민안전과 밀접한 분야의 현장대응능력제고, 국민안보의식 제고노력 강화에 중점을 둔 소위 ‘국가위기관리종합연습’인 셈이다. 2006년 을지연습 기간에는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및 23개 금융회사(은행, 증권사)가 참여한 가운데 화재발생, 사이버해킹, 파업 등 인적 재해로 인한 금융전산시스템 마비로 대국민 금융서비스 및 지급결제 마비 상황에 대한 대응 훈련을 진행한 바 있지만 이번 을지연습에는 이러한 주요 산업 별로 진행되는 가시적인 활동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영국의 경우 연방정부 내각 산하 비상대비 전담기관인 국가비상대응사무처(Civil Conti ngencies Secretariat)를 주축으로 영국 내에서 발생되는 대형재난은 물론 외부에서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에도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위기관리평가 및 재난복구와 여러 산업군이 참여하는 종합비상훈련을 수행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대응체계의 실행을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계획(BCP)이 있다.

허술한 국가위기관리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에서 을지연습이 주요 기관과 국가기반시설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행력을 높이고 선진 BCP체계를 활용, 관련 위기대응 및 복구를 위한 역량, 자원 및 채널확보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돼 목표한 성과와 수준을 달성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역시 계획수립뿐 아니라 상황 발생 시 대응체계의 실행가능성과 완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을지연습과 같은 종합 모의훈련 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자세히 들어가기 전에 위기에 강한 기업들의 특징을 좀 살펴보자. 어떻게 보면 다음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이 당연한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기업 위기관리 실무를 수행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생각해 봐야하는 시발점으로 여겨야 한다. 위기에 강한 기업들은 경영진, 이사회로부터 전 조직을 아우르는 폭넓고 강력한 리더쉽(strong leader)이 존재한다. 틀에 박힌 미디어 대응, 평판관리에 활용했던 PR(기업홍보) 방법을 부정하고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한다) 둘러싼 환경과 상황 변화에 상당히 탄력적(flexible)이며 유연하다.

또 이러한 기업들은 발생확률이 매우 적더라도 회사에 치명적인 충격과 영향이 예상된다면 이에 대한 대응과 준비 및 해결을 위한 자원확보에 역량을 집중(commit significant resources to the resolution of a crisis)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와 충격에 대한 매우 높은 한계수준(worst-case scenario, high threshold for pain)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조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know themselves) 어떤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과 취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조치가 확실하다.

위기(crisis)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여기서 ‘위기’란 한 조직에 있어서 불안정한 시기를 의미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상황을 동반하는 경우를 (crisis is an unstable time for an organization, with a distinct possibility for an undesirable outcome) 살펴보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는 자연재해로 인한 업무중단, 제품결함에 의한 이미지/평판 실추 등 상상이 가능한 수준에서 매우 다양하다. 모든 경우를 다 분류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정의한 위기의 형태(types of crisis)를 정형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사실 이러한 분류체계가 업계 표준이거나 정답은 아니지만 실무자에게 하나의 아이디어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비물리적 성격의 위기 (Nonphysical Damage Crisis)
ㆍ제품이슈 Product Issue: 신뢰도 Credibility, 제품결함 Defective, 안전문제 Safety, 제품이 소비자 부상/사망과 관련 Tampering
ㆍ부정적 인식 (평판관련) Negative Public Perception of Your Organization
ㆍ시장상황 변화 Market Shift
ㆍ재정적 문제 Financial or Cash Problem
ㆍ노사관계 문제 Industrial Relations Problem
ㆍ불리한 국제 상황 Adverse International Event
ㆍ직장 폭력 Workplace Violence

물리적 성격의 위기 (Physical Damage Crisis)
ㆍ지진 Earthquake, 폭풍 Tornado, Hurricane, 홍수 Flood, 누수 Leak, 화재 Fire, 방화 Arson, 정전 Power Outage, 폭탄테러 Bombing, 전염병 Pandemics (Avian Influenza)

다음 호에서는 ‘기업위기관리와 BCP - 위기단계, 관리절차 및 조직구성’이란 제목으로 위기단계별(前위기단계(Pre-Crisis Stage), 위기발생단계(Acute-Crisis Stage), 後위기단계(Post-Crisis Stage)) 관리절차와 경영진 위기관리조직(The Executive Management Team)과 위기관리조직(The Crisis Management Team) 그리고 구성원, 임무, 행동, 테스트 중요성, 관련 SLA의 역할 그리고 위기커뮤니케이션조직(The Crisis Communications Team)을 다루면서 위기커뮤니케이션 계획, 정책수립, 조직의 구성원, 미디어대응 준비하기 등 구체적인 실무내용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