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문진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허베이스피리트호(Hebei Spirit) 발생 이후 언론을 통해 사고 대응과 피해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었지만 이제야말로 타당성 있는 사고평가와 문제점 분석 및 개선대책 마련의 시점이 됐다. 사고 평가와 문제점 분석은 잘못된 점의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점 분석 및 개선대책 마련을 통해 또 다시 발생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대비대응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고 평가 및 문제점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해양 유류오명사고 대비대응 현황과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지난해 12월7일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Hebei Spirit)호 유출사고 이후 사회적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은 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해양을 통한 유류 운송량이 매우 많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주변해역은 세계적으로 통항 유조선의 규모가 크고 통항량이 많은 해역 중 하나이다. 이러한 환경적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 주변해역에서는 매년 300여건의 크고 작은 해양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한다.

매년 300여건의 중소형 사고에 무관심
항상 대형 유류유출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와 같은 대형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매년 300여건에 달하는 중소형 사고에 대해 무관심하다. 1995년 씨프린스(Sea Prince)호 유출사고 발생했을 때도 2-3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주 작은 유류유출사고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이내 다시 잊혀져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 발생 덕분에 몇일전 2톤 정도 유출된 신안 유류유출사고에도 국민과 언론은 많은 관심들을 보였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가 없었다면 2톤 정도의 유출사고는 신문에 한줄 정도도 소개되기 어려운 사고 규모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재난을 접하면서 살고 있다. 대형 유류유출사고도 우리가 접하는 재난 중의 하나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평상시에 대비를 잘 해두는 것이다.

해양 유류유출사고에 대해서도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대비 노력이 있다. 세계 각국은 대형 유류오염사고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유류오염에 의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MARPOL)의 개정을 통한 유조선 이중선체 구조화, ISM 코드(Code)의 제정, STCW협약의 개정 등 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해양 오염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제해사기구(IMO)는 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재를 위해서는 범국가적 유류오염 대비체제를 구축하고 아울러 인접 국가 상호간의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유류오염 대비대응 및 협력에 관한 협약(OPRC: International Convention on Oil Pollution Preparedness, Response and Cooperation)을 채택했다. 이러한 국제 협약의 강화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는 유류오염사고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방재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14개 항만에 300톤급 이상 선박 관제

	해양오염방재지원시스템을 이용한 유출유 이동경로 및 피해범위 예측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5년 씨프린스 사고 이후에 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유관기관들의 노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해양오염 사고에 대비해 많은 것들이 바꿨다. 우선 해양오염사고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됐다. 유조선 통항금지해역이 설정됐고 유조선 이중선체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14개 주요 항만에 300톤급 이상의 선박을 관제할 수 있는 해상교통관리센터도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또한 방재실행의 표준절차 수립을 위해 OPRC협약에 가입하고 국가 및 지역방재실행계획을 과학적으로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방재실행의 효율을 증진하기 위해 전문방재요원인 기동방재팀을 구성 운영하며 전문가 자문조직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재전략 수립을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해양오염방재지원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대형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대비대응으로써 사고 후 대응 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 중 유조선 통항금지해역 선정 및 유조선 운항경로 관제는 주요 환경민감자원(환경오염애 민감한 에너지 자원) 주변해역에 유조선의 접근을 금지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주요 환경민감 자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한 유조선 이중선체 의무화는 미국의 엑슨발데스호 사고 이후 국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으로 5000톤 이상의 유조선은 이중선체구조를 갖도록 해 사고가 발생되더라도 선체외부만 파손되고 적재유 탱크의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육상 레이더를 이용한 선박 운항정보 모니터링 및 관제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해상교통관리센터를 구축 운영함으로써 유조선 및 위험유해물질 운반선의 운항경로를 육상에서 관제하고 위험상황 발생을 사전에 감지 경고함으로써 좌초나 충돌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해상교통관리센터에서는 무선보고가 두절되더라도 레이더를 이용해 선박을 감지 모니터링함으로써 씨프린스호 사고와 같이 자항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표류하는 선박의 위치를 파악,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2차 3차로 확대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해양경찰청에서는 국제 표준 양식을 따르는 유류오염 국가 및 지역방재실행계획을 수립 운영함으로써 방재실행에 있어 국제 표준의 절차를 수립하고 사고발생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재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고발생시 효과적인 방재를 시행,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재실행에 대한 외국 보험사의 신뢰도 제고로 피해 보상액의 적절한 청구 및 징수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실행계획과 함께 해양경찰청에서는 방재 책임자나 현장실무자의 판단착오로 인한 방재전략의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방재전략 수립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 방재전략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해양오염방재지원시스템이라는 컴퓨터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운영으로 해양경찰청에서는 유류오염사고 발생시 유출유 이동경로, 피해범위, 주요 환경민감 자원 등을 미리 예측해 효율적인 방재전략을 수립하며 주변해역의 동원가능한 방재장비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해 방재자원 동원계획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립, 방재에 임하고 있다.

유조선 사고는 막대한 환경 피해 유발
이러한 사고 대비 대응에 대한 노력으로 최근 해양오염사고의 발생이 저감되고 있으며 사고발생시에도 성공적인 방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오염사고는 언제나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1건이 발생하더라도 대형 유조선에 의한 유출사고는 막대한 환경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엑슨발데즈호 사고이후 방재체제가 정비되고 강화됐지만

지난 1999년 뉴케리샤호 사고가 또 발생해서 많은 피해를 줬다. 그 외 영국의 씨엠프레스(Sea Empress)호 사고, 일본의 나호드카(Nakhodka)호 사고, 프랑스의 에리카(Elika)호 사고 등이 모두 1990년에 발생된 사고들이다. 이와 같이 시스템이 잘돼 있는 선진국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피해규모가 감소하지 않는 것은 해양오염사고가 기상악화로 발생되는 천재지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사고 대비 대응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지만 사고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사고 방지를 100%로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라는 사상 최악의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응에 있어 지휘체계 혼란, 초동조치의 실효성, 해안방재 주체의 부재, 방재계획의 혼선, 전문가활용의 현실성 등 많은 문제점이 제시됐다. 허베이스피리트호 발생 이후 언론을 통해 사고 대응과 피해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었지만 이제야말로 타당성 있는 사고평가와 문제점 분석 및 개선대책 마련의 시점이 됐다.

사고 평가와 문제점 분석은 잘못된 점의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점 분석 및 개선대책 마련을 통해 또 다시 발생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대비대응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고 평가 및 문제점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1989년 발생한 미국의 엑슨발데즈호 사고에서 미국은 자국의 방재관련 법규를 대폭 강화한 OPA90(Oil Pollution Act 90)을 탄생시켰으며 유조선의 이중선체구조 의무화를 국제 규정으로 추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 1997년 3000톤급 방재선 건조
일본의 경우 1997년 나호드카호 사고를 통해 선박 표류 예측시스템을 재정비했으며 3000톤급 대형 방재선을 건조했다. 프랑스 연안의 에리카호 사고에서는 국제적으로 조난선박의 안전 피항지역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영국의 시엠프레스호 사고에서는 대형 예인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와 같이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졌을 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개선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는 국제 표준의 국가방재기본계획 및 지역방재실행계획을 마련하게 됐고 유류오염 국가별 협력규정인 OPRC협약(International Covention on Oil Pollution Preparedness, Response and Cooperation)에 가입하게 됐다. 또한 국가방재능력에 맞춰 방재장비를 확충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며 유처리제를 비롯한 방재방법에 대한 표준 지침을 개발하게 됐다. 이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유류오염사고 대비 대응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기 씨프린스호 유출사고를 통해 필수적인 기반을 정비할 수 있었다면 이번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를 통해서는 한 단계 진보되고 선진화된 사고 대비 대응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로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되고 대비 대응 체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사고를 통해서만 방재체계가 정비되지는 우리의 현실은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한다. 사고 발생 직후 몇 년 동안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이 집중되는 현실은 또 다른 형태의 대형 유류오염사고의 발생 및 피해를 야기시킬 것이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를 계기로 많은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제시되면 이에 대한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관심과 노력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돼야만 할 것이다.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국가적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사고 경험을 통해 얻어진 대비대책을 종합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유류오염 대비대응체제가 보다 선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