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지금 초고층건축물 건설 경쟁에 돌입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건설되고 있는 버즈두바이(Burj Dubai)는 총면적 15만평에 800m 높이로 2009년에 완공된다. 이는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이었던 대만의 타이페이101(509m)을 제치고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됐다. 우리나라도 151층의 송도 인천타워, 69층의 여의도 파크원, 152층의 용산 드림타워 등 초고층 건축물이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 및 재난관리 시스템은 미비한 상황이다. 초고층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물의 특성상 다른 어떤 곳보다도 대규모 재난이 일어날 위험 소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법과 제도라는 것은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층·지하연계 건축물의 재난관리 현주소를 긴급 점검한다.

지난 6월17일 국무총리 주재의 ‘초고층 건축물 안전관리 개선 회의’가 열린 후 지하복합시설과 초고층건축물 안전 및 재난관리 전문가 자문회의가 7월에 2차례나 열렸다. 이어 지난 8월8일 지하연계 복합시설물로 대표되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무역센터에서 코엑스의 안전 및 재난관리 사례분석 발제가 있었고 회의는 소방방재청, 국립방재연구소, 코엑스, 관련 전문가로 구성, 총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초고층 및 대규모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밀집지역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모인 자리였다.

대형 복합건축물의 독자적 법제화 절실
소방방재청 특수재난대비과 박종윤 과장은 “현재의 건축법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30개가량 필요하고 20m~30m마다 비상구를 설치하게 돼있는 법을 그대로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는 초고층 건축물이나 지하복합건축물의 안전 및 재난관리에 관해 따로 제정돼 있는 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또 초고층 건축물이나 지하복합건축물은 각종 방재 상황에 보다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건물 이용자가 일반 건축물보다 많고 피난 거리가 길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초고층 건축물만을 위한 별도의 방재관련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서는 재난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위험이 높은 시설 및 설비단지 등이 개별적으로 각각의 안전관리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대상시설물뿐 아니라 인접지역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재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시설물 안전관리 교육ㆍ훈련 ‘열악’
코엑스의 경우 인터넷 유무선망을 이용한 통합방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목원대학교 강희조 교수는 이러한 통합방재센터에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 몫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정길영씨는 안전시스템 관리는 보통 용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의 대표적 건물인 코엑스의 전경으로 8월 8일 안전 및 재난관리 사례분석 발제회의를 가졌다.

용역은 이직이 높다. 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전문화된 지식과 인력을 위해 고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설물 관리자 및 종사자의 안전관리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하고 이에 따른 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시스템이 하드웨어라면 교육과 훈련은 소프트웨어의 한부분이다.

재난의 경우 10건이면 10건의 상황이 모두 다르다. 재난은 예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 모의훈련을 통한 대비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수반돼야 할 것이 있다. 훈련을 시행할 시 얼마나 실제 재난상황에 가까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경원대학교 박형주 교수는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폭발 사고를 연구했다. 그는 사고 발생 시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고 실제상황에서는 많은 인구가 있어 훈련 때와는 다르게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재난 발생 시 전기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이 멈추고 102층까지 미세먼지가 들어간다. 앞이 안보여 오른손은 벽을 더듬으며 발은 초당 0.1m를 움직인다. 이때 연기방향과 피난방향은 같게 된다. 과연 이런 상황의 재연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토요일, 일요일이 다르고 낮과 밤이 또 다른 군중의 피난속도, 피난 용량이 몇 명인지, 내연제는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당히 평균적인 숫자를 넣는 재난 시뮬레이션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무식할 정도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상시의 안전과 재난시의 피난은 엄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안전교육 불참 시 ‘퇴출’강제해야
안전관리 교육 및 훈련의 필요성은 코엑스측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존재했다. 코엑스의 경우 입주사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입주사는 벌금 5만원을 부과하고 3번 이상 불참석시 퇴출하는 식으로 제재를 강화했다. 하지만 입주사는 돈을 벌기 위한 영업장소로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코엑스측은 토로했다. 또 입주사는 대부분이 주인보다는 종업원이고 빈번히 교체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문교육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실질적인 현장 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2008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코엑스는 현장 훈련에 참여했고 코엑스가 참여했던 강남구는 최우수부문에 선정 됐다. 하지만 이때 입주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코엑스측은 당시에 입주사도 참여시키려 시도도 했지만 협의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달라 입주사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1) 151층의 송도 인천타워 2013년에 완공예정이다. (사진2) 초고층 및 복합건축물 안전관리를 위한 발제회의 일정으로 코엑스의 통합방재센터를 둘러보았다.

시설물 내 관리자 및 종사자의 안전관리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또 앞으로는 교육뿐 아니라 반복적인 훈련 시스템의 메뉴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이를 위해선 입주사와의 조정이 앞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시스템 관리가 체계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보통 면적의 크기로 나눠 면적당 관리자 몇 명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면적보다 중요한 것이 그 면적의 인원수용이 얼마나 되는 가이다. 즉 공간과 그 공간의 인원수용능력을 고려해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경제적 논리를 따지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법적제도를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관리주체에 대해 명확히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현재 코엑스는 지하에서부터 지상의 여러 건물들을 아울러 관리주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관리주체로서의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건물에서 문제가 생겨도 코엑스로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가칭 ‘통합재난관리운영위원회’로 관리주체를 명확히 해 권리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진1) 8월 8일 열렸던 발제회의 참석자들이 통합방재센터에 대한 오병훈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2) 2011년 완공 될 69층의 여의도 파크원

방재센터의 이중화 절실
발전된 방재센터를 갖추고 방재센터를 잘 활용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한 가지 문제를 더 짚었다. 방재센터의 백업시스템으로 제2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해 발생 시 모든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된다. 이때 방재센터의 업무연속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방재를 위해 만든 공간이 오히려 재난의 피해를 입어 활용할 수 없게 되면 이는 돌이킬 수없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방재의 이중화를 이뤄야한다. 예를 들면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이중화 체계를 들 수 있다.

시설물 내 피난 안전공간 확보 필요
건축법시행령 제34조와 소방법시행령 제2조에 피난경로 확보와 관련하여 초고층건물의 경우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상층으로의 최종적 안전한 피난만을 전제로 직접 지상에 통하는 출입구가 있는 층으로 피난층 규정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은 취지상으로 피난 안전 도모에 도움이 되지만 초고층 건물의 긴 피난거리에 대한 원천적인 대책은 아니다.

한국방재학회지 초고층 건축물 특집에서 다룬 ‘초고층 건축물에서 대피층 도입방안 검토’(강범준)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피난경로가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피난시간이 지연되고 피난시 안전사고와 병목현상, 신체약자의 피난곤란 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 피난거리 중간에 한시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초고층 건축물 내에 강화된 방화설비로 차단된 대피층을 마련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재난 시 인명구조 및 통제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대피층은 중국의 경우 제도화 돼 있다. 중국의 소방법 ‘중화인민공화국 국가표준-고층민용건축설계방화규범’에서는 15층마다 1개의 대피층을 규정하고 있고 피난경로가 반드시 대피층을 통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피난인원의 대피층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대피층에는 소방설비와 비상통신시설을 구비하여 대피 시 안전을 도모한다. 또 미국의 경우는 1개층 전체를 활용하는 대피층이 아니라 면적의 대피공간을 확보하는 규정을 장애인 관련법규를 통해 강제하고 있다. 중국은 모든 피난인원을 위한 대피층의 마련인 반면 미국은 보다 소극적으로 지체장애인의 임시적 피난을 위한 대피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8월 8일 발제회의 참석자들은 초고층 및 지하복합건축물의 안전관리 특별법을 위해 코엑스 통합방재센터를 현장견학 했다.

이런 피난 안전공간 확보의 경우 재난상황 시 임시적 대피공간과 신체약자의 구조대기용 안전지대를 마련할 수 있고 자체 방화설비를 통한 화재확산을 억제하며 대피층에서 비상소통을 통한 피난통제력을 확보, 비상상황 시 통제를 위한 전진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대피층을 적용하는 경우 몇 가지 문제점을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 전용면적의 상대적 축소로 임대공간비 저하를 가져올 수 있고 재난상황 시 대피층의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재난 시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임시적 피난상황인 대피층 내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임시적 상태가 더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또 대피층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대피층으로 집중된 피난인원이 오히려 더 큰 재난상황을 불러 오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건축물의 초고층화·복합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시대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코엑스의 현재 안전관리 상황
한편 이날 코엑스의 오병훈팀장은 현재 코엑스의 안전 및 재난관리 사례를 분석해 발제했다. 한국종합무역센터는 지하는 하나로 통합돼 있으며 지상은 별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의 대표적인 건물로 안전 및 재난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코엑스측은 CCTV를 2배로 증설하고 전력은 예비라인을 준비해 놓았으며 2006년부터는 안전취약지역별로 전담 실명제를 실시하여 점검내용을 코엑스에서 자체 개발한 BeMS에 등록해 분야별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하공간 피난시스템을 번호화해 비상구를 쉽게 식별할 수 있어 신속하게 대피하고자 했다. 유도등의 경우 50×50으로 일반적인 유도등보다 크기가 크고 노란색을 사용하여 눈에 쉽게 띄게 새로이 만들었다. 코엑스측은 지하부터 지상까지 같은 수직선상에 있는 비상문에 동일번호를 부여해 비상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 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입주사에게 번호인식을 철저히 시켜 입주사 및 내방객들의 피난 동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코엑스 내부의 안전 및 재난관리를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발제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몇 가지를 지적했다. 코엑스에 경우 들어오면 너무 복잡해서 위치 인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위치정보 인식을 위한 방안이 더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코엑스에서 마련한 피난시스템의 번호화 같은 경우 같은 번호를 쓰되 층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상시 사람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몇 층인지 알 수 없을 경우에는 더욱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욱 효율적인 피난이 이뤄지도록 층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때로는 가만히 앉아서 무심코 볼 수 있는 비상구 표시들이 필요하다. 움직이면서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보는 것도 좋지만 평상시 목적 없이 앉아있을 때 무의식 속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것이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엑스에서 새롭게 만든 유도등은 예전 것보다 눈에 쉽게 띄긴 하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초록색의 유도등과 혼용되고 있다. 이것은 혼잡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표준화시켜야 한다.

또 코엑스 내부는 안전시설물과 상가의 홍보물이나 간판이 어지럽게 얽혀있고 심지어 안전시설물이 홍보물에 묻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제도적으로 제한이 필요하다면 검토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이후 8월29일 63빌딩과 타워팰리스의 안전 및 재난관리 사례를 바탕으로 초고층 건축물 안전 및 재난관리 발제회의를 열 계획이고 필요하다면 발제회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 올해 11월~12월 중에 ‘초고층 및 대규모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밀집지역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입안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법제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3월에 국회에 제출해 내년 9월중에 시행 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 건축물에 대한 재난관리시스템 개선 마련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