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6억년 전 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태양을 향해 정확히 23.5도 기울어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춰 축복받은 행성 지구가 탄생한다. 영화 지구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횡단하는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수백만 생명체들의 힘겨운 여정을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하지만 지구는 북극곰과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생명체들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지구가 점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아프리카의 사막은 점점 넓어진다. 남쪽의 바다는 먹이가 사라졌다. 그래도 이들은 건너가야만 한다. 생존을 위해 지구와 사투를 벌이며.

북극의 해빙기는 매년 빨라지고 있다. 먹이를 찾아나선 아빠 곰은 얼음사냥터를 배회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갈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곰은 점점 녹고 있는 얼음 사이를 걷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겨우겨우 기어가는가 싶더니 결국 모두 녹아버린 얼음사냥터에서 물에 완전히 빠져 얼굴만 내놓고 발 디딜 곳을 찾고 있다. 북극곰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발을 디딜 얼음이 필요하다. 북극곰은 너무 오래 굶어 몸집이 반이나 줄었고 먹이를 잡을 힘도 없어 보인다.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자 북극곰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도전을 감행한다. 몸무게가 준 북극곰보다 훨씬 큰 바다코끼리에게 뾰족한 이빨에 찍히면 치명상을 입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목숨을 걸고 접근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도 실패한다. 적도 부근에서는 아프리카 코끼리떼가 물과 먹이를 찾아 사막을 가로지른다. 사막화의 가속화는 코끼리에게 너무 큰 시련이다.

겨우 찾은 작은 물웅덩이는 사자들과의 위험한 동거를 감수하며 나눠먹어야만 한다. 밤이 되면 코끼리보다 시력이 더 좋은 사자가 유리해 굶주린 사자의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시 길을 떠나는 코끼리는 늘어나는 사막과 사람들이 만든 농장과 울타리로 물을 찾는 고난의 여정이 매번 바뀌고 더 오랜 길을 돌아 가야한다. 적도에서 남극까지 가장 먼 길을 떠나는 혹등고래는 먹이를 찾지만 이도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도 그 힘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다의 온도가 상승해 먹이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진실의 힘
지구온난화를 경고한다 해서 결코 심각하거나 어두운 영화를 지향하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축복받은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들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 극락새, 개코원숭이, 순록, 돛새치, 사자 등 끝이 없다. 또 영화 지구는 다른 화려한 재난영화에 견줄만하다. 암컷에 구애하는 극락새의 애교와 귀여운 펭귄의 외모는 그 어떤 배우보다 멋지고 순록을 쫓는 늑대의 추격전은 서로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전보다 더 긴장감이 흐른다.

신비한 오로라는 화려한 그래픽보다 더 멋진 영상을 보여준다. 이것이 진실의 힘인 것이다. 그래서 일까? 영화 지구의 외침도 다른 영화보다 더 크게 들렸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 어떤 영화나 소설의 경고보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영화 지구의 경고는 더 강력하다. 살기위한 몸부림에 마지막 힘을 다해 더 이상 걷기도 힘들어져 그 자리에 주저앉는 아빠 곰이 안타까운 것은 자연의 진실이 우리 마음의 울림을 더 깊게 새겼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아서 신비로운 지구를 보았다면 영화가 끝나고 일어나는 순간 지구의 위험이 내 삶의 일부로 느껴질 것이다.

지구의 경고
영화는 사람들이 지구를 지켜주기를 부탁하며 지구의 경고를 다시 새겨 마지막을 장식한다.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된다면 2030년 북극곰은 멸종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사막화되면서 맑은 물을 찾기는 힘들어졌다. 지구온난화는 바다의 온도를 상승시켜 바다동물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