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은 그동안 시범사업을 펼쳤던 풍수해보험을 지난 4월부터 전국으로 확대·시행했다. 요즘 자연재난이 대형화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피해액은 매년 늘어나지만 국가재정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풍수해보험의 시행은 고무할만하다. 이제 두 돌을 넘긴 풍수해보험이 확대시행 됨으로써 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5월부터 시작된 풍수해보험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아직까지도 풍수해보험의 안정적인 정착이 수월해보이지 않는다. 이에 지금까지의 풍수해보험을 진단해보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전 세계는 이상기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반복되던 태풍과 집중호우는 더 잦아지고 강력해져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이런 피해에 대비해 더 이상 정부의 무상지원 피해복구비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피해에 대비하고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풍수해보험이 그 역할을 다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몇 가지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다른 몇몇 가지는 논란의 여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률 저조, 주택기준 0.67%
현재 가장 전면에 드러나 있는 문제는 풍수해보험의 가입률이 아주 저조하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은 지난 8월20일까지 16개 시도에 총 6만964건의 가입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6만118건, 온실 693건, 축사 153건이다. 물론 가입건수는 계속해서 점차적으로 늘고 있지만 아직 그 수는 미미하다. 가구당 전체 가입률을 보면 주택기준으로 0.67%에 머물러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제도시행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없는 수준에 그쳐 실제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풍수해보험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유일한 민영보험사였던 동부화재뿐 아니라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을 추가 선정해 사업자를 늘리고 보험료율을 주택 8%, 온실 12%, 축사 3%로 인하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또 주택에 한해 세입자 동산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상품 자체의 개선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양희산 교수는 풍수해보험 상품을 개선하고 신규상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저축성 형태의 풍수해보험을 개발하고 패키지보험 형태로 상품을 운영해 가입을 늘려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자연재난에 국한돼 있는 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고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인적 재난보험과 연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홍보를 강화해야한다. 소방방재청이 풍수해보험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풍수해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80%에 이르는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대조적이다.

소방방재청은 풍수해보험이 확대 시행되면서 상반기에 한국방송공사를 통해 33회의 광고를 방송하고 홍보물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또 홍보는 소방방재청과 보험사, 지자체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주민설명회 등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난의 피해복구는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가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일반 국민들의 저조한 가입률의 격차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채찍질인 것이다.

민간보험사… 판매ㆍ운영 어려워
올 한해 여름철 풍수해 시기가 지나가고 보험지급이 일정부분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 민간보험사는 판매가 저조하다고 토로한다. 현대해상의 천성권 과장은 “자동차 보험은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것에 비해 풍수해보험은 인지도가 낮아 현재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며 “풍수해보험과 함께 정부에서 재해 무상복구비 제도가 같이 병행하다보니 풍수해보험을 굳이 들어야 하느냐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들에게 풍수해보험과 재해무상복구비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풍수해보험에 대해 국민들의 인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판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천성권 과장은 이런 운영 어려움에 대해서 정부가 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성보험으로 홍보와 판매 등의 부분에 대해 경험이 있는 민간보험사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책성 보험을 이끌어나갈 상황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풍수해보험이 재난에 대한 무상복구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2010년에는 개인별로 최고 5000만원까지만 지급되며 점차적으로 풍수해보험이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가입자 … 풍수해보험 너무 비싸
지난해 12월 폭설로 인해 비닐하우스의 피해를 입은 전라남도 나주시의 박모씨는 매달 납입하는 보험금이 너무 비싸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시골이라 돈이 나오는 것도 일정치 않는데 매달 50만원가량 내는 것은 부담이 됐다”며 또“소멸성이라 피해를 입지 않을 경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풍수해보험 중 90%의 복구비를 지원하는 보험에 들었고 올해 초 대략 4700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복구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평당 3만5000원의 복구비를 받았지만 실제 복구비는 평당 8만원에 이른다”며 “지출이 더 많아 복구를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피해로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자재값도 많이 오르고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땅을 임대해 근처에 멀쩡한 비닐하우스를 새로 사서 농사를 짓고 있다. 또 임대의 경우에는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기에 앞으로 10월~11월에 다가올 태풍에 걱정만 앞서고 있다. 그는 “이번 8월에 풍수해보험 기간이 끝났지만 현재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재가입을 하고 싶어도 소용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타 자연재해 보험제도와의 일관성 결여
풍수해보험과 같이 우리나라에 현재 운영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자연재해보험은 10여개이다. 하지만 자연재해보험 거의 모두가 각각 다른 소관부처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공제는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이고 농기계종합공제와 농업인안전공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은 국토해양부 소관이다.

또 국토해양부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을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하고 있다. 임산물보험은 산림청 소관 하에 도입이 검토되고 있고 중소기업재해보험도 중소기업 청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풍수해보험은 소방방재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자연재해 보험이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보험정책의 일관성이 있는 것인가 의문이 생긴다. 또 실제로 부서간의 협의나 의견교환이 아직까지 없었을 뿐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부처와는 경쟁관계에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에 대해 다른 자연재해보험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풍수해보험은 무상으로 지원되던 재난지원금을 대체하고 실질적인 보험금을 받고자 하는 것이며 성격을 맞추면 풍수해보험 내에서 지원되는 온실이나 가축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담당해야 하고 주택은 국토해양부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풍수해보험은 종전의 보험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되풀이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은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61%~68%를 보조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70%가량 지원하고 이번에 새로 시행되고 있는 양식수산물보험은 약 60%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앞으로도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할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간의 통합이나 조율을 통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보험 활성화제도 미비…국가재보험제도ㆍ보험의무화 도입
풍수해보험 활성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보험사를 더욱 끌어들여야 하지만 민간보험사가 발 벗고 뛰어들게 하기에는 아직 정책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대학교 양희산 교수는 국자재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함으로써 보험회사의 사업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보험이란 보험회사가 보험사업의 안정적 경영을 기하기 위해 인수한 위험을 다시 다른 보험사업장에 전가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그런데 풍수해보험은 그 특성상 피해가 일정하지 않고 대규모 피해로 인해 손실이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간 보험사들이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가 재보험을 담당해 손실을 보상해 줌으로써 민간사업자들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손해율이 200% 이상인 대규모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경우 농협과 재보험회사인 민간사업자, 국가가 이를 분담해 보상하도록 돼있다. 지난 2001년 태풍루사로 민간보험회사들이 영업상 큰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포기하기도 해 2003년부터 농협이 단독 운영 한 뒤 2005년에 이르러 국가재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또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 실시되고 있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도 거대재해일 경우 정부가 보상을 일정부분 부담하는 국가재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원확보가 우선 돼야하기 때문에 현재 내년 운영을 목표로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희산 교수는 “패키지보험 중 풍수해보험을 의무화 하고 민영 주택화재보험에 풍수해보험담보 특약의무 부가와 일차적으로 정책자금 수혜시 풍수해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해 현재 임의보험으로 보험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수해보험은 이제 첫발을 디딘 상태이다. 그렇기에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소방방재청은 그동안 지원대상 범위가 한정됐다는 지적에 대해 소상공인 상가, 공장 등에 지원토록 보험을 개발 중이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내년 초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