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이 확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전설치 비중을 41%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사회갈등의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또 원전의 건설과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역주민간의 마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원전확대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그리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점검해본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이 확정되기 이전 공청회를 거쳐 발표되면서부터 계획안 내용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원전확대 방안이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 속에서 원자력발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공급의 안정성이 높고 경제적이며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몫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고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규 원전부지 확보… 국민적 합의가 관건
우리나라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의 확정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이에 부지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고리에 4기, 월성 4기, 영광 6기, 울진 6기로 기존부지에 20기가 건설돼 있고 신월성, 신고리, 신울진에 8기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이다. 이 부지에 추가로 건설 가능한 것은 6기뿐이다. 따라서 신규부지 2~3개소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 원전1기 건설기간이 약 12년임을 감안하면 2010년까지 부지확보가 완료돼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확정으로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잠정적으로 원전 10기~12기의 추가건설이 필요하다”며 “기존부지에 수용되는 6기외에 추가원전 건설분은 2012년까지 새로운 부지확보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규부지는 건설공사, 송전선로 여건과 전력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 2~3개소를 확보 추진할 예정이며 향후 연구용역과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지확보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춰볼 때 부지확보에 10년 혹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까지 원전건설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이 있어 지역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경주 신월성 원전의 경우 지난 1995년 7월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05년 9월에 와서 실시계획이 승인됐다. 그리고 비로소 지난해 6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현재 경주경실련 원자력연구소 이상기 집행위원장이 읍천단층이라는 활성단층대(약 15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움직임이 있었고 앞으로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가 있어 원전 건설부지로 문제가 있다며 공사 중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계획에 의구심이 든다. 2012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동시에 여러부지를 확보해야 하기에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은 “197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 확보한 4개 부지와 이를 확장한 형태인 신규부지에 신규 핵발전소가 계속 건설되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형태인 핵발전소 집중이 일어나고 있어 또 다른 안전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990년대에 12개의 추가 후보지가 선정됐지만 지역갈등과 반발로 인해 1998년에 재고시 되지 못하고 취소됐다”며 “기존부지를 더 확장하는 형태가 아닌 신규부지는 사회적 갈등과 추가비용 등 상상하기 힘든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고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부지선정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나눔과 평화의 김태호 사무처장도 현 부지 이외에 추가로 제3의 지역에 새로운 원전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6기를 추가 설치하는 것 또한 어려움이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에 근거한 수요예측으로 10기 이상의 원전을 세워야 한다는 전제를 한 다음 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논리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을 10기든 11기든 추가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60%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게 되는데 한번 가동하게 되면 멈추기 힘든 원전의 속성상 부하율이 갑자기 떨어진다든가 하는 상황이 오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시민단체가 매년 8월에 개최하는 에너지의 날 행사에 갑자기 부하가 급감해 전력계통망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어떻게 원전기저를 60%나 하겠다고 하는지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원료가 되는 우라늄의 경우 채굴가능 연도가 분명한 만큼 향후 전개될 우라늄의 가격 폭등과 자원고갈은 불 보듯 뻔하다”며 “국민의 수용성, 계통의 영향 등 기술적 문제와 국민의 안위와 연결된 안보, 한계자원 등의 이유로 원전 추가건설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신뢰성이 바닥인 형편에서 한수원의 노력에 기대를 걸어보자”며 희망적인 답변을 했다.

	- 제 18대 지식경제 위원회 소속 최연희 국회의원 -

또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최연희 국회의원은 “지난 업무보고 당시 원전의 사회갈등 유발 측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지적을 한바 있다”며 “그 보고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다만 한수원과 정부 역시 국민공감대 확보에 매우 고심하다”고 말했다. 또 추후 구체적인 부지선정절차가 진행되면 각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지자체장, 국회의원들이 함께 마음을 열고 논의 해야 할 것이고 소관 상임위원으로써 자신도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아니하는 경우 발생하는 여러 가지 피해와 손실을 객관적 입장에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 막연한 추측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차원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원자력이 타 발전원에 비해 가격경쟁력과 온실가스 감축에 유리하다”며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현실에서 원자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고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세계적으로도 반원전운동에 앞장섰던 유명한 환경운동가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는 원자력뿐이라고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는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주변이 원전의 수용성이 더 높은 편이고 지역과 함께하는 원전운영 노력으로 더욱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이달곤 국회의원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의 추가건설과 비중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원전건설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빨리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 18대 지식경제 위원회 소속 이달곤 국회의원 -

“계획의 기본이 정해진 만큼 개별 원전 부지의 선정 등 세부계획이 수립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원전 건설은 한수원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너지 계획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부지선정에서부터 건설, 가동까지 전반적인 문제를 조정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0개의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원전 부지의 확보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부지선정 여부는 부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부지선정 지역의 주민의 동의나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과거 원자력 관련 문제는 대표적인 정책갈등 사례로 꼽혀왔고 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시한하에 계획적으로 진행해야하겠지만 그 때문에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후보지 조사 및 입지확보 과정에서 연구용역을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지역주민과의 이해와 협력을 우선시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원전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 진전 없어
원전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은 당연하다. 현재 방사성폐기물은 원전부지 내에 저장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방사성폐기물 발생현황을 보면 올해부터 일부 부지에서 방사성폐기물 저장능력이 포화상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예상 저장포화 년도는 울진은 올해, 월성은 내년, 영광은 2012년, 고리는 2014년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연료도 마찬가지이다. 임시시설 저장가능 년도는 울진이 올해까지 월성이 내년, 영광과 고리가 2016년까지이지만 울진과 월성은 저장능력을 확충시켜 2016년까지 저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원전의 발전과 비교해 보면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은 큰 진전이 없었다. 원전건설 이전에 방사성폐기물 처리방안이 먼저 정립돼있어야 국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폐기물을 저장할 수 없는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한수원은 발등에 불 떨어진 격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는 정부와 한수원이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결국은 거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라며 “중저준위 폐기물은 경주처리장의 건설을 서둘러서 저장하는 수밖에 없고 고준위 폐기물에 대해서는 남한 국토 밖에 저장소를 설치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 -

하지만 이점에 있어서도 원자력계 내부에서 제대로 의견수렴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은 “핵산업계는 핵발전으로 아무리 많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한다고 주장하더라도 핵폐기물을 처리할 어떠한 방법도 없기 때문에 화장실 없는 근사한 호화주택과 같이 쓸모가 없다”며 “핵폐기물 특히 사용후연료는 수십만 년간 물을 피해서 생태계와 격리해서 안전하게 보관해야하는데 인구밀도가 높고 어느 땅에서나 지하수가 나는 한반도의 특성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핵폐기물을 우리가 책임지기 어렵다면 핵발전도 중단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일상적인 감시와 사회적인 모니터가 가능한 안전감시 체계를 고민해봐야 하고 핵폐기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 특히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현세대의 책임을 충분히 논의하고 비용을 준비하는 등 이미 발생한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 한국은 원전 10대국 중 세계 1위의 핵발전 밀집도를 보이고 있고 2위인 일본과 8배 차이가 난다. 단위면적당 핵폐기물양도 세계 최고이며 핵폐기물에 대한 처리방안 없이 지금보다 2~3배 정도의 핵발전소를 더 늘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또 양이원영 부장은 예전과 같이 전력공급을 빌미로 핵폐기물을 어느 특정지역에 부담지우는 부도덕한 행위는 더 이상 있어서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연희 의원은 “사용후연료에 대한 처리 역시 원전의 건설과 운영의 관건요소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것인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다 성숙한 분위기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기를 희망하며 특히 정부 역시 반대를 최소화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와 함께 1986년부터 2005년까지 19년간 방사성폐기물 부지확보 사업을 추진했으나 반핵, 환경단체의 반대와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부지확보에 실패했다”며 “돌아가더라도 투명한 절차로 가는 것이 지름길이기에 이러한 실패와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용후연료 처리방안 더 큰 혼란 예상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는 최종처분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사용후연료 처리 방안은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연료의 최종 관리 방안은 중간저장 문제가 해결되면 일정 준비기간이 확보되기에 중간저장시설을 적기에 건설하고 최종처분 및 기술개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밝혔다.

부지선정에서부터 자금확보까지 또 난항이 되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수원의 계획은 너무 낙관적이다. 이에 따라 불안만 가중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큰 혼란이 예상돼 우려가 된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부장은 “사용후연료가 어느 한 지역에 집중해서 중간저장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사용후연료를 재처리할 의도로 볼 수 있다”며 “핵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밑바닥에서부터 신뢰를 확보하면서 포화되고 있는 사용후연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차도 지난 중·저준위방사성폐기장 논란만큼 어렵고 지난한 과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여전히 같은 대답을 되풀이 했다. “지난 2004년 12월17일에 열렸던 제 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소내저장능력 포화가 임박한 중·저준위 처분시설 부지를 우선 확보하고 2016년 포화가 예상되는 사용후연료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적기에 관리방침을 정한 바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국가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에 갈등관리전문위원회를 운영해 사용후연료 공론화 T/F팀 권고보고서를 작성, 지난 4월 정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원전 소내 임시저장시설이 2016년 포화가 예상돼 소외에 중간저장시설을 추진해야하며 2010년 말까지 부지확보가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부지선정에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관리방침을 조속히 확정하고 사용후연료 관리방침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곤 의원은 고준위 폐기물은 발전소 내 임시저장 시설의 포화가 예상돼 처리 여부가 신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전의 운영자인 한수원이 폐기물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사실 원자력 문제는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한동안 원전 건설이 없었던 것도 정부의 원전 정책이고 향후 추가 건설도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을 건설하면서 폐기물 처리의 문제로 그동안 논의가 됐어야 하는 것인데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경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대규모 시위 등 엄청난 갈등이 있었던 사안이었다”며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말했다. 또 최연희 의원은 한수원이나 정부, 시민사회, 정치권 모두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한다고 말했다.

“서로 무책임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어려움을 솔직히 공개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만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헤쳐 왔고 그럴만한 역량과 의지가 분명히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기관의 책임 있는 발언은 일차적으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보며 그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방사성폐기물사업 신뢰성 확보해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사업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방폐장이 경주에 건설 중이고 울진원전 내에 유리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유리화사업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열분해한 후 재로 만들어 유리가루와 섞은 유리상태로 영구보관함으로써 폐기물의 부피와 무게를 30%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의 경우 후속 지원사업이 지연되고 주민과 협의 없는 방폐장 건설계획 변경 등으로 인해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

또 울진 죽변면 번영회와 체육회, 청년회 등 자생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안전성의 문제와 주민들 몰래 진행된 유리화사업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유리화사업 중단을 요구한 상태이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자세 없이 자신들의 사업 진행에만 급급해하고 있는 것이다. 양이원영 부장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과 같이 위험시설을 다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 확보라고 말한다.

“사업 추진을 위해 초기에는 주민수용성을 높이려 온갖 지원과 특혜를 강조하고 투명한 사업추진을 약속하지만 막상 사업이 진행되고 나서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당장의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해야할 사업들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더 걸리고 어렵더라도 추진하기 전부터 솔직한 자세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와 절차 속에서 주민참여 보장과 일상적인 소통이 전제되지 않고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김태호 사무처장은 “위험한 것일수록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동의를 얻어야한다”며 “책임주체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의 경우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 외주 연구소에서 제안하고 있는데 그 때 사람들은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우리도 원전이 얼마나 위험하고 부산물의 경우 독성으로부터 해방되기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연희 의원은 “투명한 절차는 사업의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종국적으로 사업추진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한수원의 사업추진방식이 투명성을 결하고 있다면 시정돼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편으로 이에 대하 비판은 상호존중과 기본적인 비판의 룰이 적용돼야 하기에 일방적이고 과장된 비판 역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곤 의원은 한수원에서 그동안 원자력 발전 및 운영에서 주민과의 협의나 이해 조정 절차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원자력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부나 공공기관의 업무가 비공개나 비밀리에 추진된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과거보다 투명하고 공개된 행정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과거처럼 일부가 밀실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원전 폐기물 유리화 사업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집행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기술적으로는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 등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진행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반발, 경찰 수사 등이 시작되어 잡음이 많아졌고 전반적으로 제대로 사전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유리화시설은 원자력법 제104조의5 주민의 의견수렴과 제5조의2 주민 등의 의견청취, 환경·교통·재해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제4조 영향평가 대상사업 등과 제6조 의견수렴에 의거해 주민의견 수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리화사업은 현재 이런 거센 반발 속에서도 주민들에게 발표하지 않은 채 유리화과정을 시작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한수원은 외부에 시험 테스트 중이라고 알리고 비밀리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울진유리화설비 건설과 관련해 지자체, 군의회 등에 설명회와 실증설비 견학 및 면담 등을 약 40여회 시행했다고 밝혔다. “울진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유리화설비를 처분시설로 간주해 경주 방폐장 수준과 비슷한 지역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유리화설비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건설시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동중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리화설비는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저감시키는 처리시설로 선진 외국에서 이미 가동되고 있으며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라며 “유리화설비에 대한 홍보와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달곤 의원은 기술적 혹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100만분의 1의 가능성이라도 불안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안전하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과학적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충분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함이 없는데 불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심정은 그렇지 않다. 과학적 안전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심리적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이 사업은 100% 추진해도 된다고 하는 경우 반대편 입장의 사람들에서는 정부 혹은 사업자가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 -

” 결국은 “이해와 소통의 부족인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안이 기술적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발생하기 보다는 진행과정이 세련되지 못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데서 일어나는 갈등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욱희 소장은 “유리화 사업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 이외에 누가 타당성과 안전성, 경제성 등을 입증해 줄 수 있냐”며 “또 그런 타당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사업시행의 당위성을 누가 나서서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걱정했다. 한수원의 대오각성과 새로운 노력이 없는 한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부터 원전사업 부족자금 발생
이번 원전확대의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효율이 높다는 것이었다. 다른 에너지들에 비해 가격이 1kwh당 38원이라며 가장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적으로 발생하기에 그 숨겨진 비용은 측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사업으로 중장기적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연구한 바가 있다. 올해 5623억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하고 2010년에 2조2731억원, 2013년 9850억원, 2015년 2조3079억원, 2017년 1조7171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총 10기 건설에 27조원이 소요될 것이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충당부채 사외기금화가 2017년까지 6조3000억원이 소요되며 연간 지역지원금 567억원, 연구개발기금 1715억원 등 준조세 성격의 각종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부장은 “핵발전은 숨겨진 비용이 많다”며 “발전소 지역과 전력 소비지역이 떨어져 있어서 건설해야하는 대규모 송전탑에 수조원이 들고 출력조절과 가동중지가 어려워서 남는 전력을 이용하기 위한 양수발전소 건설과 운영에서 수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핵폐기장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각종 사회적 비용은 계산하기조차 어려우며 핵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연간 2000억원 정도 지원되던 비용이 신규원전 건설로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관련 기술개발을 위해서 지원되던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금도 막대하고 무엇보다도 자본집중도가 높고 투자 위험이 높아 일반 민간 기업이라면 어려웠을 초기 투자비용을 정부에서 담당하면서 누렸던 각종 금융특혜,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부족한 폐로비용과 핵폐기물 처분 비용, 이의 현금 기금화에 대한 유예 등 핵발전에 대한 각종 지원과 특혜는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나눔과 평화 김태호 사무처장-

양이원영 부장은 “핵발전은 결코 경제적인 발전원이 아니며 이런 비용들을 정당하게 확보하지 않은 채로 신규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일반 국민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고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추진하기 전에 경제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로 특정 업체들에 수조원대의 특혜를 제공하고 국민세금으로 보전하는 이번 추경예산과 같은 어리석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김태호 사무처장은 먼저 원전으로부터 생산된 전기가 과연 싼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정 발전전원의 경제성은 단순한 비용만 가지고 발전단가를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발전단가를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서는 특정발전전원의 총 수명기간 동안 생산된 전력량(kWh)을 해당 기간 동안의 총투자비용으로 나눠야 한다. 당연히 핵폐기물 처리비용도 들어가야 하고, 연구비용, 부지확보를 위한 비용, 인건비, 홍보비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해야 한다. 만약 고준위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했다고 하면, 이를 수백년 수천년 동안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다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바로 원전의 경제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경우, 과연 경제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발행하는 기업재무재표와 원자력발전의 단가는 부지확보, 지역지원금 원전해체비용 등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철저한 공인회계감사를 거친다고 밝혔다. 또 “양질의 저리·장기자금 확보와 조달재원 다양화를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용 투자비 중 일부를 해외에서 조달한 바 있고 2008년 말 이후 건설투자비 규모의 증가에 따라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대규모 장기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국제금융시장 여건과 조달비용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해외 자금 조달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달곤 의원은 “한수원의 자금부족이 염려되는 것은 아니고 자금부족으로 원전건설 등의 사업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론 세계경제 악화로 인해 해외차입금 비용 상승 등이 예상되지만 연도별 자금부족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고 구체적인 자금계획은 연도별로 계획 집행되고 변동이 있겠지만 원전사업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비용의 증가는 원전 건설 및 가동 과정에서의 원가상승의 요인이 돼 향후 원가상승분을 반영한 요금 인상 등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에 사업주체로서 한수원의 향후 원전건설 관련 자금 계획 및 집행이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연희 의원은 “사업자금 조달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과중한 부담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원칙하에 사업의 재정조달 계획에 대한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