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조진형 국회의원)의 첫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 국정감사에서 ‘국가위기관리체계 일원화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이용삼 위원(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재난안전대응체계는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로 이원화 돼 있는 실정”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선진국의 통합형 위기관리체제 개념을 적극 참조해 국가위기관리에 대한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위기관리 행정체계 정비에 적극 나서 효율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참고 재난포커스 9월호 40쪽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과제 분석’ 기사, 재난포커스 10월호 20쪽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과제 진단’ 기사와 30쪽 ‘행안부 제3차관 신설하고 소방청으로 독립시켜야’ 기사)

기획단에서 일원화체계 마련 중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에서 총괄 지휘하고 있는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단장, 행정안전부 정남준 제2차관, 이하 기획단)은 지난 4월16일 기획단 설치계획을 확정, 지난 8월 중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협의까지 끝낸 후 지난 9월 말에 기획단 운영결과인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획단 운영의 여러 문제로 인해 지난 9월 초 기획단 운영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10월20일 현재 기획단은 공청회 일정도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획단에서 연구하고 있는 여러 과제들의 변경과 통폐합 과정 등을 겪으면서 당초 일정보다 상당히 늦춰지고 있고 관계부처 협의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획단 과제를 순조롭게 추진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에서 당초 10월17일 입법예고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일부항목에 대한 개정이 불가피하지만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은 관계부처에 공문을 보내 법률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거의 좁혀질 것 같지 않은 사항들이 많아 밀어붙이기를 강행할 계획이었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16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10월1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예고는 강행되지 못했다. 결국 언론 플레이도 먹히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입법예고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실제 입법예고는 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

13개 부처, 72개 법령 정비 중
이용삼 위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행정안전부 입장은 통합적 재난·안전 관리체계 구축 및 중앙안전관리위원회(행안부 소관) 중심의 재난·안전 관련 중요정책 심의 및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관 부처 또는 시설별로 운영(13개 부처, 72개 법령)되고 있는 유사·중복법령을 연말까지 조정·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재난·안전 관련 법령 정비를 위해 현재 총 6개 분야로 나눠 19명의 교수·전문가로 구성된 법령정비 자문단 및 각 부처 관련자들로 TF팀을 구성해 안전법령을 분석하고 있다.

이용삼 위원은 “72개 법령 정비가 완료돼 행정안전부가 이들 법령에 대한 주무부처가 된다고 해도 관리와 감독이 이중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피할 수 없다”며 “72개 법령정비항목 중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 문화재 보호, 항공법 등은 상당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부족한 행정안전부에서 법령을 관리·감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은 또 “중앙안전위원회에서 모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다 해도 운영의 이원화는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도 문제
우리나라의 재난안전대응체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이용삼 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 33개 목록 중 국가안전위원회(NSC) 관할 12개 항목을 제외한 21개 위기관리 매뉴얼을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각 매뉴얼에 대한 보완·정비 작업을 지난 9월까지 마무리 짓고 현재 국가안보망에 탑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예정된 21개 매뉴얼 보완·정비는 재난분야 12개, 국가핵심기반 9개로 구성돼 있고 소방방재청, 산림청, 국토해양부, 환경부,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관기관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어 통합·조정 능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용삼 위원은 “매뉴얼 작성의 경우 대통령 훈령에 의해 작성함으로써 법적 요건이 미흡하기 때문에 매뉴얼 작성 주관 및 유관기관에 대한 조정과 통제 기능 수행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위기관리매뉴얼의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삼 위원은 또 “예정대로 21개 유형의 매뉴얼이 행정안전부로 이관될 경우 현재 12명 밖에 없는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 직원들이 이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비책이 없는 것 같다”며 대비책 마련도 주문했다.

국가 위기관리 독립부서 신설이 대안
재난안전대응체계의 이원화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의 기본 사상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은 ‘포괄안보개념’을 적용한지 오래고 통합적인 위기관리가 될 수 있도록 국가위기관리 관련 기본법을 마련했다. 이 기본법을 통해 원칙이나 지침 성격의 규정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필요사항에 있어서는 위기유형에 따른 특별법이나 개별법으로 구체화해 위기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삼 위원은 “행정안전부는 선진국의 통합형 위기관리체제 개념을 적극 참조해 국가위기관리에 대한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위기관리 행정체계 정비에 적극 나서 효율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삼 위원은 또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안보환경을 감안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재난 및 안전분야에 있어서는 미국의 연방비상관리처(FEMA :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또는 가칭 국가위기관리위원회 같은 재난 및 안전 관리 부서를 신설하고 각 지자체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국가 위기 발생시 상호간 연계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생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