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 전세계 40여개 국가 150여명의 재난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세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재난관리기술위원회(ISO/TC223 : Societal Security)는 지난해 12월1일 그간의 활동 결과물로 ‘국제재난관리표준(ISO/PAS22399 Societal Security - Guideline for incident preparedness and operational continuity management)’을 제정, 출간했다. 올해 5월에는 우리나라에서 ISO/TC223 제5차 정기총회가 있었다. 제5차 총회는 미국 올랜드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ISO/TC223 한국대표인 한국BCP협회 정영환 부회장이 제4차 총회에서 우리나라 유치를 희망해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제6차 정기총회는 오는 11월10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6차 총회에서는 국제재난관리표준으로 제정된 ‘ISO/PAS22399’에서 AS (Publicly Avaliable Specification)를 땐 ISO22399 국제재난관리표준이 탄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가표준기관인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ISO22399가 제정되면 ‘ISO22399’ 앞에 KS(Korea Standard)를 붙여 우리나라 국가재난관리표준(KS/ISO22399)으로 제정, 공고하게 된다. 이 국가재난관리표준이 공고되면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 등 해당 정부기관은 도로, 철도, 해상, 항공, 지하철, 환경, 화학, 방사능, 전력, 원유, 보건, 전염병, 가축, 금융전산 등의 분야 재난관리 표준화 지원과 촉진활동을 하게 된다.

재난관리 표준화 지원과 촉진 활동도 ISO의 각종 가이드와 표준들을 만족하는 인증제도에 맞게 추진하면 된다. 이미 지식경제부에서는 ‘ISO22399’의 한글화 버전을 만들고 있고 올해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17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국제재난관리표준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국가재난관리표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제재난관리표준에는 ‘국가’와 ‘민간(기업)’을 나누지 않고 있지만 행정안전부는 ‘국가’와 ‘민간(기업)’을 나눠 국가재난관리표준을 만들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여러 국가의 재난관리 전문가들이 국제재난관리표준 제정에 참여하는 이유는 ‘미래에는 국제재난관리표준을 통하지 않고는 재난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해석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왜 ‘국제적 미아(迷兒)’를 자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국가재난관리표준 ‘사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국제적 재난관리 공조체계에 끼지도 못할 것이고 정보공유도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가 개정취지에서 밝힌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신종·복합 재난의 발생 등 재난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국가재난관리표준’ 제정을 그만두고 ‘국제 재난관리표준’과 ‘국제재난관리표준화’를 따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