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동우 실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환경연구실장

지구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만에 약 30%나 증가해 인류는 대기 중의 CO2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전세계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대기는 평균 0.74℃ 상승했다. 앞으로 100년 후면 지구 평균 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O2 배출전쟁, 한국의 생존
우리나라 서울은 지난 100년간 약 2℃의 대기 온도가 상승했으며 이는 전 지구 평균 증가치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선진국 38개국은 2005년 교토 의정서를 발표했다. 2008년에서 2012년 기간 중 CO2 연평균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보다 평균 5.2%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목표치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인 나라들이 목표에 미달하는 나라들에 여분의 온실가스 배출권리를 상품처럼 파는 ‘국제 배출권거래제’가 형성돼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경제적 감축 방안이 함께 강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1차 의무 감축 대상국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 소비 10위, 세계 CO2 배출량 9위로 2차 공약 기간이 시작되는 2013년에는 의무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CO2 배출저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서 국가의 중요 에너지 전략의 핵심적 위치에 놓이게 됐다.

저탄소 녹색성장 위한 그린홈 건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8월15일 광복절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 세부 국정과제로서 그린홈 100만호 보급 등의 세부적인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대외적으로 환경과 성장, 대내적으로 고유가 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발판 마련으로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지난 8월20일 장기 에너지전략으로 ‘제 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을 심의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2030년까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청정 에너지 시대를 여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체제를 개편하고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현재 2.4%에서 11%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 ‘에너지 이용 효율’, ‘환경’ 등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특히 에너지 수급의 안정에 안주하지 않고 에너지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은 물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이러한 정부의 최근 발표는 2013년부터 교토체제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전략적 패러다임으로 에너지 저소비 사회 구현을 위한 녹색 경제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범정부대책으로 기후변화 협약 대응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 그 중요도가 크다.

또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포괄적 개념의 지구환경적 개발에서 범지구적인 규모에서 인류에게 닥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구체적 방향을 담아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성장하고 쓰더라도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사회, 그린 에너지 사업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회, 에너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 구현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홈, 2020년까지 41만 3000호 보급
이러한 녹색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한 ‘그린홈’은 냉난방 등을 위해 석유나 석탄 등 화석원료를 이용함으로 CO2를 배출하는 기존 주택과 달리 태양광, 지열, 풍령, 수소,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하고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는 주택을 말한다. 현재 그린홈은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광 주택을 2020년까지 41만 3000호 보급하고, 태양열과 지열 주택은 일반가정의 온수 급탕이나 난방보조용 설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2020년 까지 각각 29만 2000호를 늘리기로 계획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의 사례

해외 각국의 경우에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범국가적 에너지 문제로 그린홈 건립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의 경우 난방에너지 90% 절감이 가능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와 같은 초에너지 절약 주택이 건립돼 보급되고 있다. 유럽 연합 27개국은 2002년 건축물 에너지 절약 종합대책(EPBD, 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 Directives)을 수립해 2010년까지 22% 절감, 2020년까지 30% 절감, 2050년에 60% 절감을 목표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들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국가들은 내년부터 모든 건축물에 대해 건물허가, 매매 및 임대 거래시 건물 에너지 등급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 IEA(국제에너지 기구)는 지난해와 올해 G8 정상회의에서 건물부문의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 건물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건축물에서 2020년 까지 30%의 화석 에너지 및 CO2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건물 구조체를 고단열화하는 방법으로 20% 절감,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10%를 절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 일본은 1994년부터 1996년 사이에 NEF(New Energy Foundation)에 의한 ‘주택용 PV(Photovoltaic) 시스템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주거용 건물을 위주로 건물에 응용 가능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보급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또 향후 3~5년 사이에 주택용 가격을 지금의 절반으로 낮추고 태양열 발전 주택으로 바꾸는 세대에 대해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며 2020년 까지 신축주택의 70%이상을 태양열 발전 주택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주택에 소용되는 태양광 발전 장비 비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만 사용한 그린홈 한계
국내의 경우 그린홈을 2020년까지 100만호 보급할 예정이다. 이는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1200만 가구의 약 10% 수준으로 신축 및 기존주택을 모두 포함해 연간 10만호 정도를 보급해야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체계적인 추진 전략과 함께 현 시점에서 그린홈에 대한 진단이 요구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그림홈의 개념부터 살펴보면 태양광, 지열,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의 기계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액티브시스템(Active System) 개념의 주택을 말한다.

이는 해외의 그린홈이 신재생 에너지 뿐 아니라, 주택의 창호와 벽체의 포함한 건물 구조체를 단열화하는 패시브시스템(Passive System)과 자원순환, 쾌적한 실내 공간 등 친환경적 개념을 포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 차이를 나타낸다. 또 신축주택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설치공간이 지붕으로 제한돼 있고 설치조건이 불리해 적용의 한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한 그린홈의 정의에는 한계성을 가진다.

따라서 현재의 액티브시스템 개념의 그린홈에 패시브시스템 개념을 비롯해 수자원의 절약, 자원 절약 같은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친환경적 제로/로우(Zero/Low) CO2 주택 실현을 위한 저에너지 친환경 개념의 그린홈 추진 정책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그린홈 건립을 위한 녹색 기술 경쟁력에 대한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 삼성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녹색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5개국 중 11위이다.

2005년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은 수력을 제외하고 4억2000만kWh로 미국의 0.4%에 불과하고 중국의 23억9000만kWh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녹색기술 확보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2030년까지 111조를 투자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저에너지 친환경 개념의 그린홈 보급을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뿐 아니라, 패시브시스템 개념의 창호 및 외벽의 고단열화를 비롯해 IT 기술 등에 대한 기반 시스템 및 공법 개발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그린홈 적용 가능한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와 함께, 각 부처별로 전문영역을 나눠 단편적으로 대응하던 기후변화 대응대책을 국가 통합전략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각 부처별 기후변화 협약과 관련된 대책 및 성과를 근거로 부처간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홈 건립의 지원 정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환경 문제 해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저탄소 녹생성장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아닌, 향후 2012년을 대비하는 생존전략으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액션 플랜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위한 부처간 유기적 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