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식 기상청 지진관리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보해 그 피해를 사전에 피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마도 일반 국민들이 현 시점에서 지진에 관해 가장 궁금해 하는 항목 중 하나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예보를 하려면 지진이 일어날지를 사전에 인지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지진의 예지가 불가능하다. 판 구조론에 의하면 지구 내부의 다양한 깊이에서 판 경계를 따라 지각에 축적된 응력이 증가해 암석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면, 암석내의 약한 면을 따라 암석이 부서지면서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지진은 거의 대부분이 판 경계면을 따라 일어나긴 하지만 일부 지진은 판의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지진의 발생시기가 사전에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진전조현상, 유동적…지진예보 연구, 초기단계
그렇다면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이상 징후들이 있는 것일까? 지진 전조현상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며 그 범위는 다양하다. 지각의 융기, 라돈 가스의 발생, 암석의 전기저항, 중력과 자기장의 변화 등 자연적인 것으로부터 지진파 속도의 변화, 지진파의 전구체(Precursor) 등 지진파와 관련 있는 것, 그리고 동물의 이상 행태 등 다양한 것들이 지진전조 현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중국의 쓰촨성 지진에서도 수만 마리의 두꺼비가 떼를 지어 이동했다는 지진전조현상에 관해 보도된 바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전조현상을 알게 되면 지진예지가 가능하고 따라서 예보가 가능할 테지만 불행히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지진발생 전에 항상 동물이 이상행태를 보이면 이를 지진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이를 근거로 지진예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지구자기장의 변화 등 다른 현상들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스 단층 지역에서 단층의 미묘한 지질학적 움직임을 조사해 지진 발생 10시간 전에 이를 예측했다고 한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이는 지진예지 연구의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과학적 진리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지진예지 연구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진조기경보, 지진대비 최선책
그러면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없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지진예보에 관해 논의하기보다는 지진발생 직후 조기에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지진발생 후 전파되는 초동 P파를 관측해 S파가 도착하기 전에 큰 피해를 일으키는 S파의 도달시각과 그 크기를 예측해 조기에 지진경보를 발령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서 일본에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1989년 고속철도 신칸센 지진감지시스템에 최초로 적용했고 2000년부터 긴급지진경보시스템의 기술을 발전시켜 현대적인 지진조기경보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일반 국민에게 정보 제공을 개시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캘리포니아 관측망에 대한 지진조기경보시스템 시험 개발을 시작했고 2009년 실시간 지진조기경보 방법론에 대한 개발과 평가를 목표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지질 조사소와 U. C. 버클리 지구물리연구팀에 의해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종인 ElarmS가 개발됐고 현재 인구 밀집 지역인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의 도시에서 시험 운영되고 있다. 대만은 1998년에 긴급 지진속보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지진조기경보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렇듯 지진 다발 국가에서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이며 당분간은 지진예보 보다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한 지진재해 저감에 투자하고 있다.(그림 1)

우리나라 지진피해 저감 대책

	그림1. 세계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 구축현황. 현재 운용 국가(blue)와 개발중인 국가(green).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상청도 신속한 지진통보와 지진대피 경보의 효율적인 연계를 통한 국가적 지진피해 저감 능력 향상을 위해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진 조기경보 운영에 필요한 지진 발생 횟수가 일본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서(일본은 164회, 2007년 6월-2008년 5월) 지진 조기경보의 직접적 운영의 효율성이 낮기에 단순히 외국의 체제와 시설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에 맞는 개발 및 운영 방안 도출이 요구된다.

멕시코와 터키의 사례를 보면 지진조기경보는 운영 목적과 효율성이 뚜렷하게 규명돼야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대만과 달리 터키, 멕시코 등은 국가적인 관측망을 확충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필요에 맞게 재정 규모에 맞춰 지진조기경보가 필요한 주체가 투자를 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시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Marmara 단층 주변에 10개의 강진동 관측소를 배열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지진조기경보 발령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시는 피해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지진은 진원이 시로부터 약 320km 떨어진 태평양 해안의 섭입대 이기에 12개의 강진동 관측소가 Guerrero 해안을 따라 25km 간격으로 배열돼 지진을 탐지하고 있다. 이 두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하겠다. 지진조기경보 발령에 필요한 지진의 발생이 연간 1회 미만이고, 규모 6.0 이상은 재현주기가 100년에 1번인 현 상황에서, 우리는 외국의 운영 방식을 잘 이해하고 습득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운영 방식을 개발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