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종수 한국BCP협회 연구소 연구소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강조한 말이 실용이다. 실용의 의미는 매우 함축적이며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포한다. 매사 빨리 빨리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닥친 위기상황을 타계하는 실마리로 실용을 강조한 정부는 많은 희망을 던져줬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크고 작은 위기상황 속에서 업무가 빈번하게 중단되고 있음에도 실용적이지 못한 대처를 하고 있다.

안전한 보호를 위한 특허
이명박 정부가 실용이라는 말을 전매특허처럼 쓰고 있는데 이는 실무 담당자들이 마치 특허권을 남용하는 것과 같다. 실용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특허에도 실용신안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특허는 하루아침에 신이 계시하는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피나는 땀에 산고가 있어야 한다. 특허는 때로 등록한 사람에게 부를 안겨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특허는 사용도 못하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좋은 특허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없거나, 자본이 없어서, 시대에 맞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시장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문서 창고에서 낮잠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좋은 법과 제도를 생산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정쟁에 휘말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폐기되기도 한다. 특허는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정녕 국민이 필요로 하는 특허인지, 어느 부서에서 사업화 해야 하는지, 사업성공을 위한 전문가는 있는지, 왜 특허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전 국민이 대상인지 등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한다.

때문에 특허를 국민에게 선 보일 때는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게 정의돼 있는지, 특허를 통해서 국민에게 돌아가는 득실이 무엇인지 등도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 특허를 내는 목적은 모든 특허마다 담겨진 내용과 목표가 다르다. 단지 공통적인 면이 있다면 안전한 보호를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특허도 최종 목표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제안된 것이 아닌가. 따라서 현 정부가 제안하는 실용은 국민과 함께 힘겨운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임기동안 우리에게 희망과 꿈의 실용, 국민을 위한 실용정치,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실용경제, 국가를 위한 실용외교, 실용문화, 실용국방 등은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얻을 때에만 그 빛을 발한다.

바로 그 첫 출발이 국회에서 취임식 때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을 섬기는 의미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식과는 다르게 단상을 낮게 하고 실천으로 행하는 실용 특허를 몸소 실천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국민이 원하는 지긋지긋한 어둠의 경제터널을 지나 행복하고 안전한 순항을 위해 조타를 잡고 실용으로 출발 한 것으로 믿어진 것이다.

실용특허사업의 성공을 위한 제안
실용에 미래를 걸고 출발한 이명박호에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혜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날카롭고 현명한 대안의 실용특허가 기대 됐다. 실용특허를 출원 등록하고 성공한 사업으로 국민에게 보여줄 개발자들이 많이 동승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 판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어느 정부에서든 순항을 하는가 싶으면 갑작스런 자연적인 위기, 동승한 인적위기, 외부에 의한 위기, 내부위기 등 수많은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승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민을 담보로 국민이 위임한 안전 대출을 받아 대통령이 만든 실용특허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춰야 하는 전제가 있다. 수많은 우선적 정책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여기서, 국가의 위기상황에 우선적으로 전제 돼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한다.

위기관리, 통합된 전담부처 필요
필수적으로 어떠한 위기에도 업무의 연속성이 흔들리지 않는 통합된 전담부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상하를 엄격히 따지는 나라에서는 확실한 명령이 통하는 조직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은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계기로 2002년 11월 22개 기존 정부조직에서 17만명을 흡수해 미국연방정부에 15번째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다. 그 목적은 국경경비, 재난대비, 화생방 공격, 정보분석, 사이버 보안 등 국가안보와 관련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 실용특허인 국토안보부를 등록해 성공적으로 자국민을 보호하고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업무 중단이 없는 통합적인 부서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다양한 부서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아직도 재난위기에 대해서는 이웃나라 지진으로 생각하고 재난이 일어났을 때만 수 없는 실용신안을 내보겠다고 하면서 출원도 하지 못하는 게 현 주소다.

이러한 이유는 많겠지만 특히 부처간에 이기주의와 여야에 힘겨루기, 공무원들의 사명감이 너무 뛰어나서 우리부서 아니면 안 되는 사고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우리와는 문화, 정치 등 모든 면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예방하기 위한 국토안보부의 실용신안이 국민의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낸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리더십 면에 있어 우리보다 선진국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합적 안보를 위한 특허를 내보겠다고 전문가 등이 특허를 내기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과연 실용 특허를 낼 수 있을 지는 힘겨워 보인다. 안전관련 실용 특허를 내기 위해서는 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관련 법령을 가장 먼저 정비해야 하지만 안전에 대한 의욕만 앞서 있는 것 같다.

공무원 대다수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부는 본인에 해당되는 법과 조직에 이해관계가 있다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권한만을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벼슬아치의 태도는 국민을 섬길 자세가 돼있지 않는 사람으로 현 정부에 동참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제안한 실용특허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실용특허로 이번만큼은 제대로 국민에 안전을 위해 세련된 통합부서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전문가ㆍ예산 확보 필수
위기관리 전담 전문가나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실용특허를 잘못 이해해 무조건 인원을 축소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타 부처로 떠넘기기도 한다. 마치 앞으로 평화가 정착됐으니 전쟁도발이 없을 것이기에 군인과 국방부를 없애버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군인과 국방부는 유사시에 국가를 수호하고 안보 예방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예고되지 않은 위기를 위해 존재 하는 것이다. 아마도 군사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조선 14대왕 때 왜구침략에 대비하고 북방의 침략을 억제하는 효과를 위해 이율곡 선생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 당시 대부분의 신하들은 이이에게 이렇게 태평한데 무슨 전쟁 준비를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왜구의 침략은 현실로 왔으며 선조는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기 위해 백성을 등지고 피신을 했다. 조선왕조 518년 동안 가장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격은 임금이다.

조선왕조에서 최초 직계가 아닌 방계로 왕위에 올랐으며 가장 오랜 기간(41년) 왕위에 있었고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수정판이 나온 것도 그만큼 심각한 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파의 싸움이 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우리가 일생에 한번쯤 누구나 예화로 드는 인물(이황, 이율곡, 이순신, 한석봉 등)이 동시대에 벼슬을 한 인물들로 자주 회자되기도 한다.

이런 인물들도 난세에 나온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난세가 아니라 해도 국가를 위해서 음지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 날 위기에 있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왕으로 내적으로는 정통성과 당파의 위기, 외적으로는 임진왜란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위기와 북방외교 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통치를 했다는 것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준비된 신하와 반대측도 설득과 타협을 통한 조정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든 예로 동의보감이라는 의학서가 나왔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장과 애국심이 온 백성을 한 마음으로 뭉치게 한 기폭제가 됐다. 일본은 침략을 통해 우리의 기술을 약탈해서 지금의 세계적인 도자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선조 때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바로 위기라는 것이다.

위기, 실용으로 예방과 대비해야
위기의 크고 작고의 차이지 당시나 지금이나 위기는 항상 있어왔다. 다만 이 위기를 어떠한 실용으로 예방과 대비를 해 안전한 국가를 만들어 평화롭고 질 높은 삶을 영위하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실용 특허를 잘 활용 해야 한다. 즉 실용특허의 성공 여부이다. 아무리 특허가 좋다 해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조직체계를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국가의 안전은 바로 예방이 우선이며 예방을 못하였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선조왕의 신하로 위기를 대비하며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이율곡 선생이 임진왜란에 대한 최선의 예방책을 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이처럼 위기상황에 실용 특허를 잘 관리하고 준비를 한 대표적인 사람들이 조선시대 실학파다.

국가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실용의 특허권자들로 이 시대에 전문가와 같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하고 사업시행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연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 이러한 예산은 다른 사업과 달리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산이 없어 특허를 국민들에게 일순간의 민심수습차원, 보여주기 위한 출원 또는 실행을 하지 않는 등록만으로 만족하는 특허는 예산만 낭비하는 실효성 없는 풍선특허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BCP교육ㆍ홍보 시급
위기와 관련해 산발적인 교육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시스템인 BCP교육과 홍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안전 불감증은 생활이 돼있어 현대사회의 재난은 도처 어디서든 예측불허 상황으로 발생한다. 요즘 미국 발 금융위기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위기재난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이다. 흔히 우리사회에서 공익적인 재난에 관해 개인들은 한 개인의 재수 없음으로 또는 남에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적인 빈곤 상황이고 교육 부재상황이다. 교육 없이는 문화로 정착하기가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은 책임과 의무가 없는 교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길거리에서 가끔 유치원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고사리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다니는 것을 보는데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는 신기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받은 유치원생들은 자신의 안전예방이 교육을 통해서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영혼을 숨 쉬게 하고 깊은 심장의 고동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운영시스템차원의 많은 소프트웨어 실용특허를 선보였으나 목적하는 성과는 좋지 못했다. 왜 특허가 성공하지 못하였을까? 부처조직이 하드웨어라면 이를 운영하는 법이 소프트웨어로 잘 맞아도 활용할 줄 모르면 성공 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교육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부터 고등교육까지 위기에 관한 다양한 통합적 사회시스템의 정규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수많은 지진에도 인명피해가 많지 않은 것은 교육에 의한 문화가 정착 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기구인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는 안전과 사회시스템에 대한 국제 표준이 제정돼가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도 안전에 대해서 표준을 통한 공동대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국제사회만 바라보며 따라가기보다 교육을 통한 이명박 정부의 실학파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