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일부 직원들이 재해복구비를 전용해 해외여행을 다녔고 숭례문 화재가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도 목재문화재 설계도면 143개 중 절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5년 12월부터 작년말까지 72명 다녀와
소방방재청 일부 직원들이 소방방재청 부서 관서운영비와 119구조대, 국립방재연구소, 방재교육연구원 등 소속기관의 관서운영비, 심지어 재해복구비까지 끌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이 김태원 위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차례에 걸쳐 소방방재청 직원 72명이 7~8일 일정으로 태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터키, 일본, 중국 등을 ‘해외비전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3월, 15명의 직원들이 이스탄불로 다녀온 해외비전투어 일정을 보면 대부분이 성소피아사원, 괴레메 야외박물관, 이블리 탑, 로마시대 유적지, 히에라폴리스,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 관광지 관광이었고 소방관련 기관 방문은 이스탄불 소방서를 1시간 방문한 것이 고작이었다.

72명이 사용한 여행비는 모두 1억2963만원으로 소방방재청 부서 기본경비(운영비)와 중앙119구조대, 국립방재연구소, 방재교육연구원 등 소방방재청 소속기관 경비에서 대부분 충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원 위원은 “소방방재청에서 ‘관서 기본경비 가운데 국외여비에서 여행비를 지출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외 여비는 공적인 업무로 해외출장을 가기 위한 돈”이라며 “이렇게 공무와 무관한 해외여행(관광)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목재문화재 설계도 143개 중 73개만 보유
소방방재청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는 해외여행뿐만이 아니다. 문화재청이 설계도를 보유하고 있는 중요 목조문화재 143개(국보 22개, 보물 121개) 중 소방방재청이 현재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목조문화재는 51%인 73개(국보 13개, 보물 6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원 위원은 “특히 숭례문 화재(2월 10일)가 있은 지 8개월이 되는 날(10월 10일)이자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일인 오늘도 소방방재청에는 숭례문 설계도가 없다”며 “국보, 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적했다.

숭례문 외에도 소방방재청에는 국보 제15호인 봉정사 극락전,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 대웅전, 보물 제210호와 제211호인 도산서원 전교당과 상덕사, 보물 제356호인 무량사 극락전, 보물 제915인 법주사 대웅전 등의 중요 목재문화재의 설계도가 없다. 김 위원은 “숭례문 화재 당시 화재가 커졌던 가장 큰 원인은 소방당국이 숭례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대처했기 때문이었다”며 “숭례문 화재 때 목조문화재의 설계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경험하고서도 아직까지 설계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소방방재청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