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열차(새마을호, 무궁화호)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하는 사업이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와 한국철도공사(사장 강경호)의 예산 떠넘기기로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0월6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에도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었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891량 열차 교체해야
한국철도공사는 국토해양부에 내장재 교체를 위한 소요예산을 국고로 지원해달라고 두 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23일 무궁화호 875량에 해당하는 1312억원과 같은 해 4월2일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근열차를 포함한 1042량의 1525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한국철도공사에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국토해양부는 1차로 지난해 1월30일, 2차로 지난해 4월10일에 연구용역 등의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전액 국고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철도공사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요구대로 ‘일반차량 화재안전도 향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철도대학을 통해 시행했다. 연구결과 새마을호 73량, 무궁화호 790량, 통근열차(CDC동차) 28량의 쿠션을 포함한 의자커버와 바닥재, 커튼을 교체해야 하고 1량당 3170만9000원이 소요돼 약 283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토부, 철도공사 재원으로 추진 원칙 고수
연구용역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철도공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일반열차(새마을호, 무궁화호)의 불연성내장재 개선을 위해 정부에 예산지원을 다시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일반열차는 한국철도공사의 운영자산이기에 개조, 개량에 따른 비용은 한국철도공사 재원으로 추진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답변을 보내 사실상 예산 지원을 거절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자체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경영부담과 추가예산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업기간의 장기소요와 지속적 시행이 어려워 사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철도공사는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가용예산은 연간 약 3억원에 불과하다”며 “사업을 추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교체대상 891량 중 10량의 교체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 2004년 10월 제정된 철도안전법상, 법제정 이전에 완성된 차량의 내장재 교체는 의무대상이 아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반차량은 모두 법 제정 이전에 완성된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 모두 철도안전법상 문제가 없어 서로 예산공방만 벌이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하지만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일반차량의 불연내장재 사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