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지하석유비축기지가 지난 2006년 이후 연약 암맥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심각한 누수현상이 발견되는 등 안정성 문제가 대두돼 석유공사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0월7일 한국석유공사(사장 강영원) 국정감사에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구리기지에서 2006년부터 심각한 지하수위저하현상이 발견됐으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정밀지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물에 약한 연약지층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지하수위가 40m나 급하강되는 등의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부터 지하수 감소
구리지하석유비축기지는 건축 당시 지하수 배출이 이뤄지는 문상반암맥과 염기성암맥을 발견해 조치를 취했으나 1995년 준공된 이래 지난 2006년부터 석유저장고 인근의 4개 관측 공에서 지하수가 현저히 감소되고 갈수록 지하수위가 급속히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지하비축기지 모습

이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석유저장고의 상하로 지층을 이룬 문상반암맥이 지하수의 흐름을 촉진시키는 통로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석유저장고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지층을 이루고 있는 염기성암맥에서 또한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가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두 수맥은 건설당시 지하 진입터널은 물론 물길을 막으려 뚫어놓은 수벽터널, 기타 공사용 터널 까지 지하수를 침투시킨 적이 있다.

또 이 암맥은 140만 배럴이 비축된 지하 석유저장고를 경유하고 있고 지하에서 전개되는 지질특성상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아 최악의 경우 반영구적이라는 비축시설의 수명이 수십 년으로 대폭 단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에서도 지질구조상 심각한 균열이나 누수현상이 심화된다면 그라우팅이나 지하수 배출구로서도 반영구적인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 120~200년은 안전하다는 지하석유비축기지가 자칫 수십 년 만에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측공, 제기능 못해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된 구리지하비축기지 제3저장고의 지하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관측공 14개 중 13개가 지하에 매몰돼있거나 공재부가 막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수위를 유지하던 일부 관측공에서 지하수가 40m나 급강하 하는 현상이 발견됐고 관측공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얼마나 지하수 누수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관측공은 지하수위를 관측해 지하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장치로 석유저장고와 비축기지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으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또 이 때문에 최근 지하수 급강하 현상을 발견하고도 제 때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고장 난 관측공을 수리하고 노후화 등으로 기능을 상실한 2개의 관측공은 새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하 100m~200m까지 지하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관측공은 건설비가 1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구리지기의 경우 지난 2006년 지하수위가 최대 40m나 급강하하는 현상을 발견한 뒤에야 시설의 대부분이 고장 난 것을 아는 등 중요장비와 시설에 대해 관리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환 의원은 “전국 4개의 비축기지에 258개의 관측공이 있다”며 “다른 지하비축기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