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속 광산에서 발생한 청산가리인 청화광미 속에서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덕음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 째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이이재)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7일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또 한국광해관리공단은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외면한 채 후순위로 해야 할 사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 뒷전…광해방지사업 먼저 진행해
지난 5월부터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양오염 개량ㆍ복원을 위한 정밀조사가 11월 말경에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정화방안 등 처리대책을 강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67억9천만원을 들여 광해방지사업을 하면서도 청산가리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된 주민 삶의 터전은 방치한 채 광산도 아닌 다른 채석장에서 나온 돌멩이를 쌓아 둔 곳에 사업을 했다.

당시 사업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예산으로 나주시가 시행하고 광업진흥공사가 감리를 했으며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사업지구를 광해관리공단이 인수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이 십 수 년을 정부와 각계각층에 호소하고 절규를 해왔는데도 병들어 시름시름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탄식은 들은 체도 안하고 돌멩이부터 덮어씌우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덕음마을, 중금속 오염 심각
덕음마을 문제의 심각성이 밝혀진 것은 15년 전이다. 1994년 현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당시 한국환경기술개발원)의 조사에서 보면 광산에서 400m 지점까지는 카드뮴, 납, 아연 등의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돼 있고 이 지역에서 이용되고 있는 농업용수나 하천 퇴적물도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또 2006년 환경부 조사에서도 카드뮴, 아연, 청산가리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폐광에서 불과 1~200m 밖에 안 떨어진 마을주민들은 극심한 중금속 공포에 떨어야 했고 살기 위한 방안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이주대책 등을 강구해 달라고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아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삶에 대한 허탈감만 깊어졌다.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되자 자구책으로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해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업과학공동기기센터에 중금속 오염도 측정을 요구했다. 0.15g가 치사량인 청산가리(cn)가 기준치(2mg/kg)보다 656배(1312.5mg/kg)나 높게 나타났고 카드뮴(cd)은 8.6배(12.99mg/kg), 아연은 56배(1만6972mg/kg) 높게 나타나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덕음마을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정부, 조사결과 공개 안해
이 결과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조사를 하고도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지식경제부나 한국광해관리공단측이 ‘광해방지법’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주민들 알게 모르게 덕음마을에 대한 환경오염실태를 수차례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주민이 두통을 호소하고 진폐증으로 사망하거나 입원중인 사람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그 숫자가 많은데도 ‘광해방지법’만을 운운하며 토량개량이나 토량복원 등 광해방지사업은 가능하지만 이미 광해를 입은 주민들을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손 놓고 있었다. 국민이 신음하고 있고 중금속에 오염돼 죽어가는 상황인데 평소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했던 ‘광해방지법’을 꺼내놓고 토양만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나주 덕음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놓고 앞으로도 ‘광해방지법’ 운운한다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인식해야한다”며 “지식경제부나 한국광해관리공단은 덕음마을 문제 해결을 위해 ‘광해방지법’을 고치거나 아니면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과 함께 협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토양개량이나 복원을 하는 목적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인데 당장 눈앞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을 외면한 채 흙부스러기부터 청소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실시한 정부합동 조사와 최근 비공개로 실시한 덕음마을 인체 역학조사 결과언급하며 한국광해관리공단과 지식경제부가 덕음마을 24가구 46명의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