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에서 지난 4월16일부터 추진해 온 결과물인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11월25일 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참석했다. 기대가 커서일까? 아니면 공청회 자체가 여느 공청회와 다르지 않게 ‘허울’뿐이었기 때문일까? 실망 그 자체였다. 공청회 기조발제와 핵심과제 발제, 그리고 지정토론과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의 배분에 실망했다. 또 기조발제자와 핵심과제 발제자, 그리고 지정토론자와 방청객 자유토론자 선택에 있어서도 실망이 컸다.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이하 기획단)’장은 행안부 정남준 제2차관, 부단장이 김진항 재난안전실장, 총괄이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이다. 공청회장 메인테이블에 앉은 기조발제자, 핵심과제발제자, 지정토론자 대부분이 기획단에서 발주한 연구용역 과제와 연구 과제를 맡아 연구했거나 연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회를 본 조원철 연세대 교수, 기조발제를 한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와 이영재 동국대 교수, 핵심과제를 발제한 위금숙 (주)한국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정덕훈 동국대 교수, 김근영 강남대 교수, 조한익 한양대 교수, 양현모 (주)기술과가치 이사,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김재관 서울대 교수,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장이 모두 기획단에서 발주한 연구용역과제나 연구과제를 맡아 연구했거나 현재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빼면 공청회장 메인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최복수 청와대 위기상황센터 과장, 김귀현 강원도 방재정책관, 유성렬 대한적십자사 본부장, 이기문 KBS 기자 모두 4명이다. 이들 중에도 최복수 과장은 최근까지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기획단의 추진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각’을 세울 수 없는 입장이다. 또 김귀현 방재정책관, 유성렬 본부장, 이기문 기자 모두 3명은 중요한 분들이지만 기획단의 추진 현황이나 현안 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듯 비춰져 이번 공청회의 지정토론자로는 적절치 못했다.

결국 오전 10시35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7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청회는 말 그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점심시간 1시간30분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빼면 실제 공청회 진행 시간은 넉넉잡아 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시간은 기획단에서 연구 과제를 받아 참여했던 교수와 업체 전문가의 발제에 할애됐다. 방청석의 질문은 단 4개만 받았다. 이마저도 한 개 질문은 기획단 연구과제에 참여한 초당대 문현철 교수가 공청회에서 적절하지 못한 질문으로 시간을 끌었다.

‘재난안전표준’으로 가야할지 ‘재난안전기준’으로 가야할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발제자와 지정토론자 어느 누구도 거론치 않았다. 질의응답에 대한 주최 측의 성의나 기조발제 내용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고 있자니 공청회장을 지키고 앉아 있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과 사회를 보는 조원철 연세대 교수가 안쓰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