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가의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하더라도 운영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결국은 재난관리 전문가가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느냐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목표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각 기관별, 시·군·구별로 긴급구조시스템과 예방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리고 영동군은 2005년 재난종합상황실을 완공해 재난관리시스템 일원화를 목표로 시스템을 관리·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영동군은 재난종합상황실 및 예·경보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전국 우수 사례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영동으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파라과이 방재시스템 연구단이 방문해 시스템을 둘러보고 운영상황 등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이에 재난관리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영동군청의 재난관리 사례를 살펴본다.

최근 재난피해가 다양화되고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 산악지형인 영동군은 상대적으로 많은 비와 눈이 내려 그동안 재난의 피해가 컸다. 특히 최근 3년간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183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1359억원, 2003년 태풍 매미로 293억원, 2004년 집중호우로 14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산악지형, 피해발생 근본 원인
영동군은 소백산지가 깊은 골을 만들어내고 있고 추풍령이 서풍 내지 북서풍의 통로역할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많은 비와 눈이 내리는 등 타 지역과는 다른 기후와 지형적 환경으로 인한 재난피해가 77.6%에 이른다. 이렇듯 자연·지리적 특성을 극복하고 다양화·대규모화되는 자연재해에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종합재난관리체계 구축과 방재시스템의 고도화가 요구됐다. 영동군은 재난재해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관리시스템의 일원화를 목표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사업비 4억원을 들여 재난종합상황실과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영동군은 효율적인 재난종합상황 관리체계 구축과 재난재해 예·경보 시스템 통합 운영, 주민안전 확보를 위한 선진형 고도화 방재시스템 개발을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재난상황종합관리의 일원화… 재난종합상황실 운영
영동군은 매년 반복되는 재난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2003년 선진 운영사례를 수집, 검토하면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모든 관련시스템을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는 방향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그 후 2005년부터 재난관리과를 신설해 자치행정과와 건설과로 이원화돼있던 재난·재해업무의 제도적인 통합을 이뤄냈다.

같은 해 5월 모든 관련 시스템을 갖춘 99㎡(30평대)규모의 재난종합상황실을 준공함으로써 재난·재해업무의 체계적인 관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까지 확보하게 됐다. 재난종합상황실은 기존의 산불감시 상황실과 연계했고 운영 중인 강우량시스템, 수문관리, 영상관리 시스템 등 100여개소에 이르는 예·경보시스템을 한곳에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재난종합상황 관리체계의 초석이 됐다. 또 각종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분석·판단하고 일원화된 지휘체계 하에 즉각 대처하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종합관리를 지향했다.

시간·경제적 능률 향상
이처럼 기존에 분산돼 있던 각종 재난관리시스템을 종합상황실로 통합함으로써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고 복잡했던 보고와 조치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상황실에서 각 실과, 읍면에서 보고되는 상황을 듣고 판단하고 조치했다. 그 이유는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곳을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야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감시·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어 시간·경제적 절감은 물론 원활한 사전대처가 가능해졌다.

	사진1. 영동군청 전경 사진2. 영동군 재난종합상황실

재난재해 예·경보시스템 통합 운영
재난종합상황실이 마련됨에 따라 영동과 황간의 시가지 감시시스템, 종합상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국가안전관리시스템과 연계되는 재난·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전산장비·종합상황판장비·음향장비·네트워크장비와 같은 신규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상황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운영 중인 강우 및 수위관측시스템, 홍수정보시스템, 산불무인감시시스템 등 총 8종의 시스템을 하나로 연계했다.

	사진1. 배수문원격제어시스템 사진2. 하천영상 감시카메라 사진3. 재난문자전광판

효율적인 예·경보시스템의 운영을 위해 5개소의 재난문자전광판을 이용해 신속한 상황전파를 할 수 있도록 추풍령 기상대와 협약을 체결, 특보발생시 추풍령 기상대에서 직접 상황전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자동우량경보시스템을 이용해 상류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함으로써 일정치 이상 비가 왔을 때 하류지역에 방송과 경보를 할 수 있도록 물한계곡과 반야사 지구 등에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했고 산간계곡 강우감시 4개소와 수위감시 2개소, 경보국 15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상시스템과 연계해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상황 표출이 가능하다. 또 금강과 초강천, 영동천에 각각 4대씩 설치된 하천영상 감시시스템은 상습 침수와 설해의 위험, 하천 범람의 위험이 큰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감시, 종합상황실에서 눈으로 현장상황을 바로 알 수 있게 해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박달산과 심봉산에 설치된 산불감시 영상정보도 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감시 해 산불상황에도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을 기상청, 금강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예를 들어 영동군의 종합상황실에서는 기상청의 온도, 강우, 바람, 습도분포도, 레이더 등을 실시간으로 활용해 효율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연계돼 있을 뿐 아니라 무주, 금산 등 인접시군의 수문자료를 이용해 종합상황실에서 확인·판단해 신속히 상황에 대처함으로써 효율적 운영을 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시스템의 폭넓은 활용
재난재해 예·경보시스템으로 재난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재난문자서비스와 자동음성통보 서비스를 통해 피서객과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해 즉각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담당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원격제어가 이뤄지므로 언제, 어디서든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됐다.

이뿐만 아니라 재난관리시스템의 영상감시시스템은 주요 하천변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뿐 아니라 인터넷 망을 이용해 필요한 실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범위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건설교통과의 경우 하상주차장을 감시하거나 도로결빙상태를 사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추풍령 기상대에서는 AWS(기상관측장비)외 지역의 기상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영동군에서 자료를 제공하며 경찰청과 소방서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배수문 원격제어시스템 설치
영동군은 주민안전 확보를 위한 선진형 고도화 방재시스템 개발 방안으로 배수펌프장·배수문원격제어시스템을 설치했다. 배수문원격제어시스템의 경우 영동군은 관리하고 있는 주요 하천변의 배수문은 관리책임자 지정과 작동에 대한 책임 한계를 느꼈고 관리책임자와 수문 인근 경작자와의 마찰 등에 어려움을 느꼈다. 영동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상감시원격제어시스템을 도입, 종합상황실에서 수문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자동화시설을 설치했다.

	영동군청 원경으로 산악지형의 특성을 보여준다

배수문은 하천과 농경지에 연결된 수문으로 배수문을 언제 닫느냐에 따라 농경지의 피해를 줄일 수도 있고 피해가 클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된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영동군에서는 주민들끼리 책임공방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영동군에서는 이러한 민원을 해소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배수문원격제어시스템을 직접 제안하고 발주했다.

기존의 수문은 수동식으로 사람이 직접 현장에 가서 수위를 확인하고 수문을 조작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영상감시카메라의 웹서버를 통한 전기판넬의 제어판이 마그네틱 스위치에 접점을 주어 동작하게끔 해 원격제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재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인 원격제어…예산과 인력 절감
상습침수 구역 개선을 위한 배수펌프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타 시·군의 경우 2명 정도의 인력을 투입해 연간 7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소요한다. 하지만 영동은 펌프가동장비를 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 감시하고 원격제어 할 수 있도록 무인화를 실현해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배수문관리에 있어서도 자동화를 실현으로 배수문을 열고 닫기 위해 구성된 배수문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아도 돼 인력을 절감하고 있다.

재난관리시스템…운영·관리가 뒤따라야
영동군이 운영하는 재난관리시스템은 영동군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설계 발주 한 것이다. 흔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많은 예산이 소요돼 인식을 하면서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영동군은 이로 인해 주민에게 혜택이 되거나 혹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동군청 재난관리과 손기천 재난상황관리자

실제로 영동군은 배수문 원격제어시스템을 개발할 때 필요한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영동군 재난관리과 손기천 재난상황관리자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이러한 효율적인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 영동군의 시스템은 2005년에 완공된 것으로 시스템 자체는 가장 좋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시스템 구축 후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면서 유지·보수에 신경 씀으로써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자체보다 관리와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손기천 재난상황관리자는 “언제든지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유지·보수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