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유사시 경제적 물질적 피해와 손실을 막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보상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기관 등 조직이 BCP를 고려하고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유사시 업무가 지연되거나 마비됐을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미래경쟁력과 생존력의 원천인 고객(국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조직의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보다 핵심은 고객(국민)들에게 지속적인 믿음과 안정감을 줌으로써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BCP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 최초로 BCP 훈련을 실시한 SC제일은행의 사례를 통해 BCP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한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1월12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국내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자체개발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영업점 재난재해 발생에 대비한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업무연속성계획)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는 가상 재해발생점 24개 지점, 대체업무지점 24개 지점 등 총 48개 지점이 참여해 재난재해 발생의 위기 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고객서비스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SC제일은행은 각 지점별로 가장 인근에 소재한 점포를 제1대체업무지점으로 지정하고 지점에 재난재해 발생 시 즉시 대체지점으로 이동해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또한 동일 재해권역이 아닌 상당한 거리에 위치한 지점을 제2대체업무 지점으로 지정함으로써 자연재해에도 대비하고 있다. 대체지점에서의 업무재개 프로세스는 아래 그림1과 같이 A지점(가상 재해발생점)에 재해가 발생하면, IT담당직원이 B지점(대체업무지점)으로 즉시 이동해 일부 단말기를 A지점 단말 환경으로 변경하고, A지점의 ‘긴급업무수행반’ 직원이 B지점으로 이동해 A지점의 업무를 수행한다.

은행의 대 고객 업무는 대부분 온라인화 돼 있어 쉽게 타 지점(Net점)에서 업무수행이 가능하지만, 마감업무를 비롯해 중요증서업무, 자동화기기업무, 총무업무 등과 같은 지점의 고유업무는 이전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업무지점에서 모두 수행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위기 발생 시 고객이 다른 지점의 직원이 아닌 평소 거래하던 직원으로부터 계속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은행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상 재난재해 대비 훈련

	그림1. 지점의 재해시 업무복구 Flow

이번에 실시한 SC제일은행의 영업점 BCP 훈련 목적은
① 재난재해 시 대체업무지점에서의 재해발생점 업무수행 점검
② 영업점 재해발생시 업무복구 프로세스 점검
③ 지점에 재해발생시 1시간 이내 업무수행 가능 여부 점검
④ 중단 없는 고객서비스로 업무의 연속성 유지를 위한 것으로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시나리오는
① 오전 10시 24개 지점에 가상의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피해지점에서는 본점상황실과 BCP팀에 재해 상황을 보고하고, BCP팀은 각 지역본부, 지점장과 협의해 대체지점 운영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② 10시10분 대체지점 운영이 결정되자 BCP팀은 IT와 관련 부서에 동 사실을 통보하고 재해발생점 직원들에게 SMS문자로 대체업무지점으로 이동해 즉시 업무를 재개할 것을 통보한다.
③ 10시10분~10시30분경 각 지역에 있는 IT서비스 직원들은 즉시 대체업무지점으로 이동해 업무용 단말기 일부를 인계 받아 단말환경 변경작업을 실시한다.
④ 10시30분경 대체지점에 도착한 직원들은 단말환경 변경여부를 확인한 후 준비된 훈련 시나리오에 따라 지점의 업무를 복구하고 대체지점의 직원도 함께 훈련에 동참한다. 또한 지점에 남아 있는 ‘업무재개 준비반’은 재해복구 및 업무재개를 위한 준비를 한다.
⑤ 11시30분 BCP팀에서 훈련 종료 SMS문자가 발송되자 훈련에 참여한 직원들은 현금 시재를 마감하고 전표와 장표를 정리한 후 지점으로 복귀하고, 단말기도 다시 원점으로 환원하면서 영업점 BCP훈련을 종료한다.(그림2참조)

	그림2. 영업점 BCP훈련 사진

재난재해 발생 30분 내 복구
이번 훈련에서 재해지점 직원들은 대체지점으로 이동 후 예금신규, 해약, 입금, 지급, 대출, 외환업무, 세일즈업무, 감사업무, 총무업무 등 은행업무 전반에 걸쳐 업무(거래)를 수행했다. 아울러 재해발생 후 업무재개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소요됐으며 이후 신속하게 재해지점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복구할 수 있었다. SC제일은행의 대체업무지점에서의 업무복구(재개) 사례는 금융권은 물론 지점을 보유한 일반 회사들도 참고 및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911테러로 배운 위기관리 교훈
2001년 9월11일 오전 8시48분 미국 뉴욕 맨하탄에 우뚝 솟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북쪽 상층부에 92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충돌했다. 이어 15분 뒤 다른 여객기가 바로 옆 건물로 돌진했다. 잠시 후 건물에 박혀있던 여객기가 폭발하며 2개 동 모두가 무너져 내렸다. 세계를 경악케 한 911 테러는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고 많은 기업들을 도산하거나 아직도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911 테러 직후 1924년 설립 이후 미국 최대 투자은행으로 자리해 오던 모건스탠리의 몰락이 예고됐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세계무역센터 내에 본사를 두고 26개 층에 3500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 재무부 채권 및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적 금융 재앙까지 초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9월12일 오전 9시 본사가 사라졌지만 전세계 지점들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직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진행했다.

	BCP훈련에 참가한 크리스 홀란즈(Chris Hollands) 부행장(내부통제본부장) 손동균 상무(CRES부 Head), 김대진 부장대우(CRES,BCP팀), 안병민 부장(CRES,BCP팀) 왼쪽부터

또 증권거래소 업무도 일주일 후에 정상거래가 가능했다. 모건스탠리가 위기 시에 가동한 업무연속성계획(BCP)은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 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위기관리와 재난관리 없이는 아무리 건실한 기업도 재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재난이나 재해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1시간 이내 복구 시스템 구축

	그림3. SC제일은행의 Alternate Site Flow

SC제일은행은 2001년 9원11일 발발한 테러 이후 CEO의 전행적인 BCP구축 지시에 따라 2003년 8원1일 BCP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은행 업무에 대한 BIA(Business Impact Analysis, 업무영향분석)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RTO(Recovery Time Objective, 복구목표시간)를 산출하고 긴급업무를 최단 시간에 복구하기 위한 BCP센터와 IT DR(Disaster Recovery)센터를 구축하게 됐다. 이후 재해발생시 최단시간 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BCP센터를 확대 구축했으며 BCP센터에서 재해발생 후 1시간 이내에 업무를 재개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갖췄다.(그림3참조)

또한 직원들의 위기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매 분기마다 업무담당자들이 BCP센터를 방문해 업무관련 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 점검과 데이터 백업 등 제반 업무 환경을 테스트 한다. 연 1회 이상은 전체가 참여하는 리허설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 2회 휴일이나 영업시간 이후에 전 직원 비상연락망 점검 훈련도 실시하는 등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4월 BCP 통합훈련 이미 실시
한편 SC제일은행은 지난 4월15일에는 본점과 지점, IT센터 등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BCP 통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BCP 통합훈련은 본점 건물과 IT잠실센터에 가상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장하고 이에 따른 대처 능력과 복구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훈련은 본점 건물21층과 IT센터 건물8층에 가상의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전 직원이 외부 집결지로 대피해 인원 점검을 실시했다.(본점은 종로타워 빌딩 앞, IT잠실센터는 옥외주차장으로 집결)

	그림4. SC제일은행의 BCP통합훈련 사진

이후 각 부서의 ‘긴급업무 수행반’은 BCP센터로 이동해 업무를 재개하고 IT직원은 용인에 있는 IT DR센터로 이동해 IT서비스 복구에 나섰다. 이 시간에 본점 건물 6층 옥상에서는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한 화재 진압훈련을 옥외에 대피했던 직원들은 강당으로 집결해 종로소방서와 한국응급구조단으로부터 소방 및 심폐소생술을 교육 받음으로써 위기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었다.(그림4 참조) 이처럼 SC제일은행은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은행의 핵심업무를 복구함으로써 영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고객의 신뢰도 확보를 통한 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사회는 조직은 물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늘 다양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위기가 이미 일상화돼 있다. 조직이 직면하는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하이테크화, 대형화, 복잡화되고 있으며 이런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거나 사장될 것이다. 따라서 조직은 위기나 재앙이 우리에게는 닥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는 자세로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운영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림4. SC제일은행의 BCP통합훈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