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각판 구조상 유라시아판(대륙판) 위에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어 그동안 지진발생 빈도가 아주 낮았고, 당연히 지진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비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4년 인도양 수마트라대지진을 비롯해 최근 지구상 곳곳에서 대규모 지진이 빈발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다.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환태평양지진대, 중국 대륙, 대만 등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본열도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원이 점차 한반도로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언론과 국민의 지진에 대한 인식과 관심, 경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과 지진 해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이에 따라 드림방재포럼1)은 지진대국 일본의 ‘긴급지진속보시스템’을 연구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모델로 숙성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

일본 ‘긴급지진속보 체계’…지하철, 고층빌딩 등 널리 활용
우리나라는 판구조상 인명 피해를 줄 정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진은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므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 아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에서 직접 지진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주변 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는 얼마든지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해정보의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이다.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진도6이상 지진의 20%가 발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지진정보 전달체계인 ‘긴급지진속보시스템’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6월 도호쿠(東北) 지방 지진 당시 긴급지진속보시스템은 피해 저감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일본의 긴급지진속보체계는 빠르고 진동이 작은 P파(Primary wave, 6-7km/s)와 느리면서 진동이 큰 S파(Secondary wave, 3-4km/s)의 속도차이를 이용, 지진 때 P파를 통해 S파를 예측해 실제 피해를 일으키는 주진동(S파)이 도달하기 전에 알려 가스 차단, 대피 등 미리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림방재포럼 회의

일본 기상청과 철도기술연구소가 공동개발, 특허를 획득해 2004년 이후 신칸센과 주요기업 산업시설, 공공기관 등에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해왔고 2007년 10월1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대해 긴급지진속보체제를 운영 중에 있다. 신칸센의 경우 긴급지진속보시스템에 의한 지진정보를 전달받아 진도 4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 감속(300㎞/h→200㎞/h)하고, 진도 5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 긴급 자동정지시스템이 작동한다. 이 밖에도 민간철도, 지하철, 고층빌딩, 병원, 수문, 학교, 소방구급시설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본 ‘긴급지진속보 체계’… 직하형 지진에 문제점 드러나
긴급지진속보 체계 시스템 도입 이전에는 일본에서 지진 발생 시 통보에 5분 정도가 소요됐던 반면 지난해 3월25일 노토반도 지진의 경우 이 시스템을 이용해 1분 이내에 경보를 발령하는데 성공해 피해를 크게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16일 니카타 지진 시에는 피해를 크게 줄이지 못해 이 시스템이 직하형 지진에는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획기적으로 여겼던 일본의 긴급지진속보시스템도 문제점이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도입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예상되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정리했다.(아래표 참조)

국내도입…시스템 분석ㆍ 재난방송 정보의 표준화 선행
일본의 긴급지진속보체계 국내 도입에는 아직 제반여건과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고 있다. 사전에 철저한 문제점 분석과 대안을 도출 중장기 로드맵(Road Map)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현재 설치된 양국 지진관련 시스템의 철저한 분석과 호환가능성에 대한 조사와 함께 미국, 유럽 등의 지진속보체계에 대한 최근 경향도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방송 정보의 표준화 추진 및 관계기관간의 자료공유를 위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재난방송 정보 전달체계

기관별로 상이한 재난방송 요청 항목 및 재난방송 문안의 표준화를 위해 하루 빨리 재난방송체계(코드규약)마련이 선행돼야 방송사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지진재해대책법에 근거한 주요 방송사의 의무적 지진계 설치와 지진파형 분배시스템 도입을 통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필요하고 기상청에서 지진 파형(S·P파 등) 관측 시 방송사에서 실시간으로 자막방송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진은 다른 재해에 비해 그 긴급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반여건, 경제성, 효과성 등 종합분석 필요
아무리 좋은 방재선진국의 시스템이라도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재해환경, 지리 특성, 자료축적여부 등 다양한 여건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 없는 접근은 자칫 큰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다. 일본 긴급지진속보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도 이러한 제반여건, 경제성, 효과성 등의 종합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관계 전문가의 연구용역을 통해 그 결과에 따라 도입범위와 시기 등을 정책에 반영해 나가는 현명한 정책 수행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최근 도입이 시도되고 있는 지진피해예측시스템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정책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1) 10명의 일본방재관련 전문가들이 일본 방재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숙성시키는 순수 연구모임으로 2008년 7월에 출범 (공동대표: 김영희, 김태민, 박영진, 박해정, 배온희, 송은수, 송호열, 안재현, 유승경, 임성률)
2) 재난방송 요청은 방송통신위원회(방송법), 기상청(기상법), 소방방재청(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각 기관별로 시행하여 방송사에서 4중으로 전문을 수신하도록 함[그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