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0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SR연구회 12차 세미나가 열렸다.

과거 이윤추구를 위한 경제활동만이 기업의 의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야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민간표준 기구인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에서는 2010년 9월을 목표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SR)에 대한 표준으로 ISO 26000을 만드는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동향과 ISO 26000의 현재 추진 상황을 살펴본다.

지난 10월30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SR연구회의 12차 세미나가 열렸다. 김영호 이사장(현 유한대학장,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주관 하에 지난해 9월19일 발족된 SR연구회는 SRI(사회책임투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SRC(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SRL(노동의 사회적 책임) 등 SR(사회적 책임)의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모임으로 20명 내외의 환경, 노동, 기업, 시민사회, 금융,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ISO 26000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됐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박정우 연구관이 ISO 26000 사회적책임 가이던스에 관해, 유한킴벌리 김종열 이사가 산티아고 총회와 산업계 반응에 관해 발표 했다.

빈곤, 인권, 환경보호, 부패척결 등 확대

	SR연구회 12차 세미나에서 유한킴벌리 김종열 이사가 ISO26000 산티아고 총회와 산업계의 대응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과거 사회적 책임은 빈곤과 관련이 깊었다. 각국 정부가 실업자나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이들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게 되면서 자선의 개념이 사회공헌, 사회책임의 개념과 함께 공존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빈곤뿐 아니라 다른 쟁점들도 사회적 책임의 대상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인권존중과 부정·부패척결, 환경보호, 삶의 질 향상 등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정의했다. UN은 기업이 사회 요구사항과 목표에 어떻게 대응하고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정의했고 OECD는 기업과 사회의 공생관계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이 취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또 ISO는 모든 사회구성 조직이 사회·지역공동체에 혜택을 줄 목적으로 경제,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균형 잡힌 접근방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의 국제적 논의 동향
지난 1998년 나이키의 제 3세계 아동노동착취사건이 불거졌고 이는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1998년 영업이익 37%가 감소해 실질적 경영에도 타격을 입었다. 2001년 엔론사는 회계부정 사건으로 회생기회를 상실하고 파산이 가속화되기도 했다. 소니의 경우 PS 연결케이블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사례가 있었고 이는 2001년 1억6000만 달러의 손실을 가져왔다.

이는 사회, 경제, 환경 등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들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실질적 경영활동에도 타격을 입었던 사례들이다. 이 사례들은 재무자산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70%를 결정하고 사회적 책임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예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경제력이 사회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에 기업관행의 개선을 유도할 목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다양한 선언적 규범을 여러 국제기구가 채택했다.

UN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각종규범을 제정해 왔고 이는 CSR로 진전시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Global Compact 협약을 출범하기도 했다. 이는 인권·노동·환경 분야에 걸쳐 9가지 원칙으로 이뤄져 있고 금융·경제·정보 등 국제화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제연합의 활동에 민간기업이 협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협약이다.

OECD에서는 1977년부터 CSR 규범화 노력을 시작했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제정을 시작으로 2000년에 개정시 국제투자 및 다국적기업에 대한 선언을 추가했고 정보공개, 고용, 환경, 뇌물방지, 소비자 이익, 과학기술, 세제, 경쟁 등 8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후에 1999년에 ‘국제거래관계에서 외국공무원의 뇌물방지 협약’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원칙’을 제정해 기업활동 관련 규범을 지속적으로 제정해왔다. NGO간의 논의도 활발했다. 코 원탁회의(Caux Round Table)에서 1994년 7월 도덕적 자본주의 실현을 기치로 설립된 국제경영자 단체 ‘CRT기업원칙’을 발표했고 국제투명성회의는 1995년 ‘세계 반부패의 해’를 지정,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무역장벽 우려…SR 국제표준화 추진
국제기구뿐 아니라 호주,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멕시코는 자국의 SR을 표준으로 제정하고 캐나다는 CSR인증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CSR을 국가표준 또는 단체표준으로 제정함에 따라 ISO는 이들 각 국가의 표준이 무역장벽으로 작용될 것을 우려했고 이를 방지하고자 국제표준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ISO는 CSR에서 C(Corporate)를 빼고 기업 이외에 정부·노조·시민단체 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추진했다. 2001년 4월 ISO이사회는 소비자정책위원회(COPOLCO)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다음해 6월에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ISO는 SR에 관한 국제표준개발을 주도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결론짓고 ISO이사회에 ISO가 보다 깊이 조사하기 위해 모든 주요 이해당사자를 포함하는 자문그룹을 구성하도록 권고안을 제출했다.

2003년 초 ISO는 SR분야에 관한 ISO의 관여가 기존의 노력과 프로그램에 가치를 더하는지를 결정하기위해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전략적 자문그룹(SAG)을 구성했다. SAG는 세계각국의 기업, 정부, 정부간 조직, 노동, 소비자,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하는 폭 넓은 이해당사자 대표들로 구성됐다.

이후 국제회의에서 얻은 긍정적이고 일관된 의견과 함께 SAG보고서와 권고사항을 감안해 ISO TMB(기술관리부)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지침을 제시할 국제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작업반 설립을 제안했다. 또 이 작업반의 의장직을 브라질과 스웨덴의 국가표준기관에 공동으로 주었다. 2005년 1월 37개 ISO 회원국들이 사회적 책임에 관한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겠다는 제안서인 신규작업항목제안서(New Work Item Proposal, NWIP)에 대한 투표를 거쳐 SR 표준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ISO 26000…사회적 책임 실행지침 제공
사회적 책임의 표준화를 위해 SR작업반은 2005년 3월 살바도르에서 1차 총의를 개최한 이후로 지난 9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6차 총회를 열었다. 1차 회의에서 ISO는 이해관계자의 범주를 소비자, 정부, 산업, 노동, 비정부단체, 기타로 분류했다. 이것은 기업만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고 CSR이 아닌 SR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ISO 26000은 인증을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SR연구회 12차 세미나에 여러 전문가들과 SR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표준 전반에 걸쳐 “하여야 한다(shall)”보다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should)”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 관련 다양한 이행지침을 통합·정리, 간결하고 실효성 있는 실행지침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가한 대부분의 국가와 이해관련자들은 결국 기업간, 국가간 거래와 계약질서에서 ISO의 SR 가이던스가 매우 결정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ISO 26000 가이던스는 전체 90쪽 분량의 영문표준서로 작성되고 적용범위, 용어와 정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 사회적 책임의 7원칙, 사회적 책임의 인정 및 이해관계자 참여, 사회적 책임 7개 핵심주제에 대한 지침, 사회적 책임 사례 및 실행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ISO 26000…사회적 책임, 7가지 과제 논의
사회적 책임 7개 핵심주제에 대한 지침에는 7가지 핵심과제가 있다. 결국 이 7가지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첫 번째가 조직의 지배에 관해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조직의 재배체제는 조직의 목표를 추구할 권한과 책임을 갖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이뤄지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이다. 이 조직의 지배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하고 독단적으로 기업의 목표만을 위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에 대해서는 비차별과 취약집단의 고려, 인권유린 공모 회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직장에서의 기본권을 이야기한다. 노동관행은 국제노동기준에서 정한 임금, 근무시간, 휴가 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아동노동이나 강제노동의 금지, 외국기업은 진출국의 고용상황을 우선 고려할 것과 스트레스의 위험성 인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오염방지와 지속가능한 자원 사용,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환경보호와 복원이라는 원칙으로 폐기물 감소, 독성화학물질 사용 공개, 재생자원 활용방안 마련, 온실가스 대책, 환경재해로 인한 손실 보상, 풍토종 및 멸종위기종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공정운영관행은 부패방지와 책임 있는 정치참여, 공정경쟁과 재산권 존중으로 나눠진다. 여기에는 부패, 뇌물, 갈취 행위를 저지하고 보복의 두려움 없는 고발제도를 마련하며 투명한 로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SR 연구회 12차 세미나에서 기술표준원 박정우 연구관이 ISO26000 사회적 책임 가이던스의 국제표준화 추진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소비자 이슈는 공정한 마케팅과 정보, 계약관행과 함께 소비자 보건과 안전, 지속가능한 소비, 소비자 서비스 및 문제해결, 소비자정보 및 사생활 보호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위조·표절을 금지하고 상품가격의 구성 정보를 제공하며 리콜과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자는 내용과 합리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정보 보호, 적절한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담고 있다. 공동체의 사회·경제발전은 지역발전 모임에 참여하고 정부관계자와 투명관계를 유지하며 고용확대 가능한 기술개발을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또 준법업체와의 도급계약, 조세의무 준수, 문맹타파, 문화장려, 지속가능한 역량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국제표준초안 완료…회원국 투표 진행 중
지난 2005년 3월7일부터 11일까지 살바도르에서 1차 총회를 열었고 37개의 ISO회원국들 중 과반수를 훨씬 넘는 32개의 회원국이 찬성해 신규작업항목제안이 이뤄졌다. 그 후 같은 해 9월26일부터 3월30일까지 방콕에서 2차 총회를 가졌고 3차는 2006년 5월15일부터 19일까지 리스본에서 열렸다.

4차 총회는 지난해 1월28일부터 2월2일까지 시드니에서, 5차는 지난해 11월5일부터 9일까지 비엔나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6차 총회는 지난 9월1일부터 5일까지 산티아고에서 열렸다. 이 총회에서는 국제표준초안이 작성됐으며 국가의 대표가 아닌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국제표준초안(ISO/WD26000)이 마무리됐고 현재 3회에 걸친 회원국 투표에 들어갔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12월에 위원회안(CD)회람을 거쳐 내년에 투표할 예정이다. 또 내년 10월경에 국제표준안(DIS) 회람 및 투표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6월경에 최종국제표준안(FDIS)의 회람과 투표가 이뤄지고 2010년 9월 SR 표준인 ISO 26000을 발간하게 된다.

우리나라 SR인식 부족
현재 SR의 표준이 가속화되고 있음에 따라 2010년에 표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ISO 26000은 강제력이나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2010년 국제표준이 완료되고 나면 국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SR 연구회 12차 세미나에서 발표 했던 기술표준원의 박정우 연구관은 SR의 표준개발 이후의 영향이나 대비책에 대한 연구는 3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안을 보고 포괄적으로 연구를 했고 SR 표준화 포럼이나 학교를 통해 연구 작업을 진행했다”며 “올해부터는 시각을 바꿔 노동계와 산업계에서도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영향력이 무엇인지, 대비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모래밭에 물 뿌리기 식으로 다양한 관계자들에게 연구과제를 줌으로써 SR이 이해관계자들 내부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모래밭에 물 뿌리기라도 끊이지 않게 연구하고 있어 연차적으로 스며들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SR 연구회 12차 세미나에 참석한 소비자시민모임의 문은숙 사무처장.

그는 “사회 내부적으로 점차 많은 사람들이 SR과 ISO26000에 대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30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SR연구회 12차 세미나가 열렸다. SR연구회 12차 세미나에서 유한킴벌리 김종열 이사가 ISO26000 산티아고 총회와 산업계의 대응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R연구회 12차 세미나에 여러 전문가들과 SR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SR 연구회 12차 세미나에서 기술표준원 박정우 연구관이 ISO26000 사회적 책임 가이던스의 국제표준화 추진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R 연구회 12차 세미나에 참석한 소비자시민모임의 문은숙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