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핵심과제로 선정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 체계 구축’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한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비양심(?)적인 교수와 외골수(?) 공무원에 의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0월17일 입법예고했으나 바로 철회하고 지난 10월23일 똑같은 내용을 다시 입법예고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국민을 우롱한 처사를 넘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월12일까지 입법예고 기한을 채우고 지난 11월14일 법제처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법제처 심사를 요청할 때는 정부 부처간 협의와 조율을 끝낸 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정안전부는 지식경제부에서 지적한 부분에 대한 협의와 조율 없이 법제처 심사요청을 강행했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표준’이다.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 ‘표준’ 임을 잘 알고 있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무원들과 동국대학교 이영재 교수는 ‘표준’을 ‘기준’으로 바꿔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한 상태이다. ‘표준’을 ‘기준’으로 바꿨을 때 발생할 수많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왜 이렇게 ‘강수’를 두고 있는지, 올바른 재난안전관리표준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호(재난포커스 2008년 11월호 18쪽 참고)에 이어 이번 호(재난포커스 12월호)에도 긴급진단 한다.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는 법제처(처장 이석연)에 지난 11월14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심사를 의뢰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최경신 서기관은 “지난 11월1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여러 부처, 기관, 국민들의 의견과 입장을 취합해 지난 11월14일 법제처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의뢰했다”며 “오는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법제처 심사가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해 논 상태”라고 말했다. 최 서기관은 또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실을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 후 국회에 정부안을 최종 전달하게 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꼼수, ‘표준’을 ‘기준’으로
최 서기관으로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심사를 의뢰받은 법제처 행정법제국 최혜경 사무관은 “원래 여러 부처와 합의 및 조율을 끝낸 후 법제처에 심의를 의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정안전부에서 우선 협의를 끝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할 테니 나머지 부분에 대해 우선 심사를 끝내고 최종 조율을 끝내는 방법으로 처리해 줄 것을 제안해 왔다”며 “부처간 최종 이루지 못한 법안에 대해서는 심사를 종료할 수 없으나 우선 합의를 이룬 부분에 대해서 먼저 심사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경신 서기관은 “아직 부처협의가 끝나지 않은 곳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고 행정안전부와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법안 내용 중 ‘표준’이라는 용어인데 이 용어를 모두 ‘기준’으로 바꿔 법안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며 “11월 20일 현재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오는 11월 마지막 주까지 이렇게 바꿨을 때 문제가 없는지 입장을 요청해 놨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담당 공무원은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에도 ‘표준’이라는 용어를 썼고 입법예고 전에 문의해 온 것도 ‘표준’이라는 용어를 써서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법안에 표준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행정안전부의 뜻과 목적이 있었을 것인데 갑자기 ‘표준’을 ‘기준’으로 바꿔서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안전부뿐만 아니라 소방방재청에서도 ‘표준’에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지금에 와서 ‘표준’이라는 용어를 ‘기준’으로 바꿔 대한민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의 테두리를 잠깐 빗겨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표준’이라는 용어를 ‘기준’으로 바꿔 이미 행정안전부에서 만들려고 했던 ‘표준’처럼 법안을 활용한다면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향후 좋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WTO/TBT 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고 곧 우리나라 국가표준으로 고시할 예정인데 또 다른 국가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향후 국제적 마찰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를 받아 해당 공무원들이 중징계 처리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에서 입법예고한 것에 대한 수정 사항(‘표준’을 ‘기준’으로)을 공문이 아닌 사적 이메일로 의견을 물었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술표준원 ‘12월 중’ 국가표준 고시예정
재난포커스는 지난 10월17일 행정안전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분석해 지난 11월호에 ‘올바른 재난관리표준 제정을 위한 긴급제언’이란 제목으로 진단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은 국제적인 재난, 재해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제재난안전관리표준(ISO/TC223 Societal Security)’을 만들고 있다. 지난 11월10일부터 5일간 열린 ‘제6차 ISO/TC223 Societal Security’ 총회에서 기존 ‘국제재난안전관리표준’을 ‘국제사회안전관리표준’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 ‘재난안전’을 ‘사회안전’으로 바꿔 국제표준의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총회에서 한국대표단(단장 정영환 한국BCP협회 부회장)은 미국, 영국, 독일, 싱가폴 대표들과 협의한 결과 ISO 표준 제정과 맞춰 미국은 ANSI/NFPA 1600 규정을 도입키로 하고 독일은 ISO PAS 22399를 기준으로 사회안전 자국표준을 준비 중이며 영국도 BS 25999를 ISO 규격에 맞는 자국 표준으로 개정할 뜻을 밝혔다. 특히 싱가폴은 이미 국가재난표준 준비를 완료했으나 ISO22399 제정에 따라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표준이 제정됐거나 표준이 준비, 진행될 때는 WTO/TBT협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이에 준해 자국표준을 도입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한 공무원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이스라엘 등이 ISO/TC223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는 데 국제표준이 만들어지면 자국의 국가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표준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우리나라 표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WTO/TBT협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2월1일 ISO/TC223에서 개발한 첫 번째 ‘국제재난안전관리표준’인 ‘ISO22399’를 ‘국제사회안전관리표준’으로 확정해 오는 12월 중에 ISO22399 앞에 ‘KS’를 붙여 ‘KS ISO 22399’인 우리나라 ‘국가사회안전관리표준’으로 고시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동국대학교 이영재 교수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은 우리나라가 WTO/TBT협정에 가입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국가재난안전관리표준’과 ‘기업재난관리표준’을 따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행안부 ‘표준’ 연구 오래전부터 추진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의 동국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4학기 휴학 중) 지도교수인 동국대학교 이영재 교수는 행정안전부의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연구과제의 방향을 그렸고 현재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기획단을 총괄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은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이다. 기획단의 세부 추진 과제별 진척도 현황(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소방방재청에서 제출한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 기획단 현황’ 2008년 9월2일 현재)에 따르면 재난안전 분야 38개 과제 중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과제를 초당대 문현철 교수와 동국대 이영재 교수가 함께 만들고 있다.

	동국대 이영재 교수가 ISO/TC223 6차 총회 참석을 등록한 현황

또 ‘재난관리 프로세스별 평가분석기법 및 지표개발’ 과제와 ‘국가기반시설 지정관리의 효율화 방안(당초 과제 명 ’국가기반시설 지정기준의 표준화 방안‘)’ 과제도 동국대 이영재 교수가 맡고 있다. 특히 ‘국가 재난관리 및 재난대응 표준’ 과제도 동국대 이 교수가 맡고 있다. 기획단 출범 당시 재난안전 분야 과제 중 ▲국가 재난관리 표준화 추진 ▲재난현장지휘 및 관리 표준화추진 ▲재난대비 표준화 ▲재난대응 자원관리표준화 ▲재난관리 정보, 통신 관리 표준화 ▲재난대응 표준체계의 유지관리 등 모두 6개 과제를 동국대 이 교수가 맡았다.

또 지난 5월15일 있었던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 기획단 전체회의’에서 이 교수가 ‘국가 재난분야 발제 보고(거버넌스 차원의 접근)’란 제목의 주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소방방재청에서 연구용역을 받은 ‘재난관리 표준’ 관련 연구도 해 오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2008년도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 현황에 따르면 ‘재난관리 표준연구개발(연구비 1억6200만원)’ 연구 과제를 지난 6월1일부터 내년 5월31일(12개월)까지 이 교수가 맡아하고 있다.

이 과제는 지난 2007년도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으로 이 교수가 2억원의 연구예산으로 추진했던 과제이다. 이런 연유 때문에 이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부처협의 과정에서 지식경제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표준’ 부분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동국대 이 교수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무원을 대신해 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을 찾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은 법안 일부 개정과 관련해 동국대학교 교수가 찾아와 정부 법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표준’ 연구성과 있는 교수가 주도
이 교수는 소방방재청의 ‘2008년 연구개발(R&D) 기반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사업 중 ‘재난안전분야 국제기구와 공동 교육·연구프로그램 개발(연구비 1억원)’ 과제도 맡아 하고 있다. 이 과제는 이 교수가 경력사항으로 밝히고 있는 ‘세계재난관리학회(TIEMS) 부회장’과 ‘세계재난관리학회(TIEMS) 한국지역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동국대학교 전자계산학과(1977년 3월 ~ 1981년 2월)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미국 플로리다텍(Florida Tech)대학(1982년 6월 ~ 1983년 12월)에서 석사, 조지워싱턴(George Washington)대학교(1985년 1월 ~ 1986년 2월)에서 석사, 조지워싱턴(George Washington)대학교(1986년 9월 ~ 1991년 2월)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만큼 외국의 동향에 밝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재난관리학회(TIEMS)는 6년째 한 사람이 회장을 맡고 있고 학회 설립 이후 한건의 학술논문도 발표하지 못한 허울뿐인 학회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 학회를 잘 알고 있는 한 교수는 “학회 설립 초기에 한국에 있는 여러 교수들이 참여했었으나 너무 지엽적이고 학회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아 한국의 교수들은 거의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동국대 이 교수 정도가 이 학회의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O 제6차 총회에도 국가공무원 사칭
해외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아서인지 이 교수는 지난 11월10일부터 5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6차 ISO/TC223 Societal Security(사회안전)’ 총회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ISO/TC223 사회안전’ 6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 소방방재청에서 공인해준 것으로 위조(?)해 등록했다. ISO/TC223 사회안전 한국대표인 한국BCP협회 정영환 부회장에게 ISO/TC223 사회안전 사무국의 엘리자벳 윅슨(Elisabeth. Wiksen)이 보내 온 등록 현황<사진 참고>에 보면 동국대 이 교수는 본인이 소방방재청(NEMA)에서 공인받았고 ISO/TC223 한국대표단 멤버로 등록돼 있다.

실제 ‘ISO/TC223 Societal Security(사회안전)’ 6차 총회 장소에서 참석 등록을 할 때도 등록 리스트<사진 참고>에 ‘64, Han Sang Man, NEMA, Korea’에 줄을 긋고 ‘64, Lee, Youngjai, NEMA, Korea’로 바꿨다. ‘Han Sang Man’은 소방방재청 한상만 계장으로 출국 전 소속 부서가 바뀌면서 출국치 못했다. 또 ‘67, Lee Sang Wan, NEMA, Korea’의 경우도 줄이 그어지고 ‘67, Kang Hwi Jin, GMG, Korea’로 바뀌었다. ‘Lee Sang Wan’도 소방방재청 이상원 계장인데 국내 사정으로 출국치 못했다. ‘Kang Hwi Jin’은 GMG코리아 소속 강휘진 부장이다.

강 부장은 “이상원 계장이 출국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총회장소 등록리스트 용지가 67번 이후 없는 것으로 알고 이상원 계장 자리에 줄을 긋고 써 넣은 것”이라며 “뒷장에 등록이 이미 돼 있어 등록을 담당하는 분께 이야기를 하고 뒷장에 등록을 다시했다”고 말했다. 재난포커스에서 소방방재청에 ISO/TC223 6차 총회와 관련 확인한 결과 동국대 이 교수에게 어떠한 정부 대표성을 부여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 이영재 교수가 ISO/TC223 6차 총회에 참석해 있는 모습(사진 왼쪽부터 6번째)

국제회의에 국가 대표로 여러 회의에 참석했고 지금도 여러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한 교수는 “‘ISO에서 국제표준을 만드는 회의에 국가대표단이 파견되는 데 국가의 대표도 아닌 사람이 국제회의에 참석해 국가 입장을 흐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고 국제적 망신”이라며 “국가 대표단 차원에서 참석치 못한 교수는 발언권도 투표권도 얻을 수 없는 데 여러 다른 국가의 전문가들과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국익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이나 독일 등 다른 국가의 대표단들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까지 벌이고 있다”며 “그런 전쟁터(?)와 같은 총회 장소에서 한 국가의 정부기관을 대표해 온 것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국제회의 도덕상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덧붙였다.

ISO 회의 결과물 복사해 ‘국가표준’ 연구
동국대 이 교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 내용 중 ‘표준’ 관련 부분을 상당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표준’과 ‘기준’의 차이도 잘 알고 있을뿐더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안’ 내용 중 ‘표준’이라는 용어를 ‘기준’으로 바꿔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나타날 수많은 문제점도 잘알 수 있는 교수로 볼 수 있다. 또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은 재난안전 표준을 국가와 기업으로 나눠 만들지 않았고 국제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국가와 기업 표준으로 나눠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교수이다.

특히 소방방재청의 여러 ‘표준’ 관련 과제를 용역 받아 연구하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표준 관련 그림(프레임)과 문구 등을 상당히 복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안전’ 국제표준은 국가와 기업이 모두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재난안전 표준 부분을 주도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동국대 이 교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국가 재난관리표준과 기업 재난관리표준을 따로 만들겠다고 입법예고했고 법제처 심사도 의뢰했다.

재난안전표준 분야 한 전문가는 “국제회의에도 발언권과 투표권이 없이 참여하고 있는 동국대 이 교수가 국제적인 ‘사회안전(재난안전)’ 표준작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WTO/TBT 협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작업을 주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진행되고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의 의미를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행안부, ‘헌법 제127조 제2항’ 빗겨가나
행정안전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지식경제부의 벽에 부딪치자 ‘표준’을 ‘기준’으로 바꿔 강행하는 것은 ‘헌법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헌법 제127조 제2항은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고 돼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장에 맞추려면 우리나라 헌법 제127조 제2항을 ‘국가는 국가기준제도를 확립한다’고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행정안전부가 이번에 입법예고 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에는 국가재난안전관리표준과 기업재난관리표준을 따로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ISO에서는 국가재난관리표준과 기업재난관리표준을 분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같이 적용,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국제적인 재난안전관련 표준 제정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재난관리표준 분야 한 전문가는 “헌법에도 정의돼 있고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도 국가의 ‘표준’ 규정 조항이 있는 데 이 조항을 빗겨가겠다는 것이 행안부의 생각인 것 같다”며 “행안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에서 ‘표준’을 ‘기준’으로 바꾸기를 원한다면 헌법 제127조 제2항의 ‘국가표준’을 ‘국가기준’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 부칙에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내용의 ‘표준’ 관련 사항은 ‘기준’으로 바꾸지 않고 법제처에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