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KS A ISO/PAS22399 를 사회안전 분야 국가표준으로 고시했다. 당초 ISO/TC223 총회에서 ‘재난안전관리’라고 명명했던 것을 ‘사회안전’으로 변경해 국제표준을 제정을 한 것은 현대사회가 그만큼 복잡해짐에 따라 재난의 범주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태풍과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보다 대구지하철 사고,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사람들의 실수나 범죄행위로 인한 재난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발생 시 대량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인해 시장경기를 악화시키는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 미국발 광우병 사태, 중국발 멜라민 파동 등 식품관련 사고역시 매년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지경이다. 18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맡고 있는 변웅전 위원장을 만나 현 상황을 재조명해보고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재난포커스 - 이규복 기자  kblee@di-focus.com >

18대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변웅전 위원장(충남 서산, 태안)은 KBS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발을 디딘 후 30여 년 동안 아나운서와 MC 등으로 활동하며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70년대 주말 아침을 깨웠던 ‘명랑운동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들이 당시 MC를 맡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던 변 위원장의 훈훈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후 문화방송 방송위원, MBC프로덕션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고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계입문 이후 당 대변인과 원내 수석부총무, 전당대회 의장, 최고위원 등의 주요 당직을 역임했으며, 특히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명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글서글한 외모와 182㎝의 훤칠한 키가 돋보이지만 그 보다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푸근한 마음으로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매력이 트레이드마크이다. 3선 의원으로 18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맡은 변웅전 위원장은 “‘잉태에서 노년까지’ 인간의 생애주기별 복지를 책임지고, 국민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항상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당리당략을 넘어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운영을 통해 품격 있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변웅전 위원장과의 1문1답
2008년 한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지난해 위원회를 이끄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반년을 되돌아 볼 때 가장 큰 이슈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바로 중국발 멜라민 혼입 식품 파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품에 들어가서는 안 될 멜라민 성분이 많은 식품에서 발견되었고 다시 한번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깊은 관심과 함께 불안감이 증폭됐습니다. 비록 국회와 보건당국의 노력으로 멜라민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제2 제3의 멜라민 파동이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같은 ‘먹 거리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정부당국의 노력을 촉구하며 아울러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감시와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한편,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사회 취약계층의 생계도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튼튼한 사회 안전망 확충입니다. 갑작스러운 생활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질병과 실업은 재앙과도 같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데 최선을 기울이겠습니다.

위원회 산하 소관기관 중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정청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및 건강 보호를 위한 핵심 부서인데 국민들의 시각에는 양 부서의 역할이 미흡한 듯 합니다. 양 기관이 향후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올해 위원회가 중점적으로 감사하고 개선해 나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뿐 아니라 각 부처는 독립되어 있지만 사실 업무적으로 상호 협조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각 부처가 서로 이해에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조 속에 협력해 나가야 함에도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식품 안전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보다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매뉴얼을 작성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예방차원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양 기관 자체의 노력은 물론 위원회 차원에서의 감시자 역할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대표로서 약속드립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법도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조금만 더 응원해주시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올해 국감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식품들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식중독은 물론 AI(조류독감)와 각종 유해물질이 첨가된 식품관련 사고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위원회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돼 있는지요?
매년 식품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멜라민으로 인해 국민들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식품사고는 예고할 수 없고 예방과 관리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식품관리에 대한 매뉴얼 작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때문에 통합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식품안전관리체계를 더욱 견고히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멜라민 파동과 같은 식품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식품안전 제도마련에 앞장서겠습니다.

이런 식품 및 전염성 질병에 대한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식약청의 승격 또는 식품과 의약품의 분리에 대한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따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로 업무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체계가 요구되는 만큼 식품과 의약품관련 정부기관의 업무를 재조정하는 것과 같은 종합적인 업무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는 고령화가 도시화(노인인구의 도시 집중)를 만들고 이로 인해 향후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사회적 재난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인구의 10%이상이 65세 이상)로 진입했으며 노령인구 14%인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2050년에는 인구의 40%정도가 고령인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로 심각한 사회적 재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료기술과 복지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고 있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인구 일자리 부족입니다. 이에 국회와 정부에서도 노인일자리 창출과 인구장려 운동 같은 사회운동을 통해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현명한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견되는 재난은 예방하고 대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는 재난에 대한 대비가 굉장히 미흡합니다. 재난이라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고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수습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해안 유류유출 오염사고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한 해 크고 작은 선박 유류유출사고가 3천 건이나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응매뉴얼 조차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최근까지도 국회와 정부를 비롯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사는 자원봉사자, 방제비, 인건비와 같은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입니다.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이 괜찮은가부터 물어보고 챙기는 것이 당연한데 너무나 큰 사건이었고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에 건강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피해주민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들의 건강도 걱정됩니다. 정부와 국회는 앞으로라도 이런 예기치 않은 재난발생 시 우리의 대응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재난에 대비해 눈앞의 현안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대응하려는 자세와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적인 정책 수립 및 매뉴얼이 절실히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