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1일 오전 2시(미국시각 1월20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200만여명이, 세계 전역에서 생중계로 최소 10억여명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전 세계적인 관심사인 만큼 미국의 입법, 사법, 행정부의 거의 모든 VIP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VIP들도 대거 참석했다. 그런데 유독 이 자리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불참했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20일 하루 게이츠 국방장관이 '유사시 대통령 권한대행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게이츠 장관은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워싱턴 인근 국군기지에서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이 핵 공격 등으로 국가위기발생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제정한 '대통령직 계승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 권한은 부통령 -> 하원의장 -> 상원 임시의장 -> 국무장관 순으로 이양되지만 이들이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 모이는 경우 대통령은 고위관리를 대통령 권한대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과 주요 장관들이 한자리에 참석하는 대통령 연례 국정연설 행사 때도 '대통령 권한대행자'를 지정토록 돼 있다. 지난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는 댄 글리크먼 농무장관이, 2007년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는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우리나라도 대통령 유고시에는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토록 돼 있으나 미국처럼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각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해서 임시로 권한을 위임치는 않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임 대통령의 권한이 자정을 기해 신임 대통령에게 자동 이임된다"며 "미국처럼 이후 대통령과 각료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고 해서 권한을 이임하거나 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리의 '정부 업무 연속성'에 대한 극명한 인식의 차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3년 10월9일 아웅산묘역 폭탄테러사건으로 비록 대통령은 참사를 면했지만 부총리와 외무부장관 비서실장 등 무려 10여명의 각료들을 한꺼번에 잃음으로써 국정공백을 경험한 바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비해 일반 기업들은 업무연속성계획(BCP) 수립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도 지난해 12월18일 '사회안전(재난관리)' 분야 국제표준인 ISO/PAS22399를 우리나라 국가표준(KS A ISO/PAS22399)으로 제정, 고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 각료들은 이 표준의 요약 자료라도 한번 읽어 봤으면 한다. 또 재난안전관리책임기관들은 '사회안전(재난관리)' 분야 국가표준의 조기 정착과 표준화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 재난포커스 - 윤성규 편집장  sky@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