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 또는 업무연속성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분야 영국 표준인 BS 25999 도입 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지난 2007년 11월 표준 관련 모든 프로세스가 정비되고 인증 제도까지 확정돼 일반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 한 이후 2009년 1월 말 현재 총 18개 국가 106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거나 받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표준인 만큼 영국계 기업의 도입 정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영국 77개, 일본 8개, 미국과 인도 각 5개, 대만과 브라질 각 3개, 한국, 호주, 칠레가 각 2개, 스웨덴·멕시코·캐나다·헝가리·벨기에·러시아·네덜란드·이탈리아·스웨덴이 각 1개 기업씩 BS 25999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기업은행 이어 금결원 도입
한국에서 BS 25999 도입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생명과 기업은행이 세계적으로 BS 25999 인증을 4번째로 받은 기업이다. 삼성생명은 전사 차원에서 받았고 기업은행은 IT부문만 받았다. 현재 금융결제원도 BS 25999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산업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등 역시 BS 25999 인증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기아자동차 등도 BS 25999 도입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이미 검토 작업에 착수했을 것이란 게 업계관계자들의 관측이다. BSI 한국지사 정성헌 본부장은 "한국계 기업의 특성상 현재는 금융기관 위주로 BS 25999를 도입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 현대, LG, SK 등 그룹 관계사들의 도입 사례가 알려지면 BS 25999 도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재난과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특별히 경험을 하거나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그 위력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갑자기 밀어닥칠 위험의 홍수 속에서 국가시스템이 마비되거나 기업서비스와 제품 생산이 중단된다면 피해와 손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누구보다 빨리 안정을 찾아 시스템을 복구하는 편이 바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는 최선이다. 이런 복구능력이 정상화, 안정화 시스템이며 바로 비즈니스연속성관리(BCM)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업무를 지속시키는 BCM체계를 갖추고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BS 25999 인증이다. 지난해 기업은행과 삼성생명이 국내 최고로(세계에서 4번째) BCM 영국표준 인증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재난 관리 및 업무 연속성에 대한 개념이 국내에 도입됐다.

BS 25999는 영국표준협회(BSI)가 제정한 세계 최초의 업무중단 대응 국가표준으로 조직이 테러, 전쟁, 자연재해, 보안 및 IT인프라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핵심 사업에 엄청난 손상을 입고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업연속성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아 대내외에 표방할 수 있는 규격을 말한다.

BS 25999 도입해야 하는가?
현재 BS 25999는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 칠레와 같은 신흥국들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S 25999는 인증체계를 갖춘 지 1년 만에 빠른 성장을 보이며 업무연속성관리가 점차 회사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업무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그 어떤 투자보다 가장 확실하게 영업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며 회사의 안정성을 공고화해 고객들로 하여금 신뢰를 심을 수 있다.

비단 업무연속성관리는 민간분야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분야에서도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이다. 민간사업체에서의 서비스중단은 영업 손실로 이어지지만 공공분야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 소외계층 지원 중단은 중단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금융권에서 초점을 맞춰 도입하고 있는 BCM을 공공업무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의 전문가들이 많다. 공공부문의 인프라의 일부라도 비상시에 서비스를 중단시키지 않도록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부공공기관들도 BCM 도입에 앞장서야 할 때가 됐다.

확산 가속화 위해 교육과정 강화
지금까지의 빠른 성장세에 한국 BSI 측은 올 한해 한국에서도 BCM 열풍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교육홍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과 삼성생명 BCM 인증 소식에 SC제일은행을 비롯한 여러 금융권에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금융결제원,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정부공공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업무연속성관리개념이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은행도 BCM 인증을 받았지만 전사차원이 아닌 IT분야에만 적용하고 있고 금융권을 중심으로만 BCM 인증에 대한 관심이 올해를 기점으로 봇물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BSI는 제조, 건설, 에너지, 교육 등 전 분야로 BCM 파급을 목표로 여러 교육을 신설했다.

방문교육으로 이뤄지는 입문과정과 내부 감사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노하우를 익히기 위한 추진실무과정을 마련했다. 또 국내 최초로 BS 25999 선임심사원 양성과정 및 세계적인 BCM 전문가회원 과정을 신설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상황들에 대처하고 심사하는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테러, 전쟁 혹은 허리케인, 해일 등과 같은 재난에 민감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불황 위기와 911사건 이후 지속되는 테러의 공포 그리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는 결코 한국이 재난이라는 문제에 제외된 나라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고가 터지면 언제나 후속대책을 마련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업무연속성관리(BCM)를 이용해 임기응변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이다. BSI 한국지사 정성헌 본부장은 “현재 BS 25999뿐만 아니라 ‘ISO TC 223 사회안전’기구에서도 국제표준인 ISO/PAS 22399를 만들었고 BS 25999처럼 인증체계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BS 25999 인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도 ISO/PAS 22399가 인증체계를 갖췄을 때 이에 대한 도입도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재난포커스 - 장종하 기자  haha@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