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건축사사무소(삼원아트)에 연구용역을 준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가 늦어도 이달 초 열릴 계획이다. 이미 지난 1월7일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박연수 차장, 송귀근 기획조정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중간보고회를 가진 소방방재청은 이번 최종 보고회에서 발표될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는 4월까지 이 사업을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산재된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조성 과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 재난포커스 - 장종하 기자  haha@di-focus.com >

소방방재청은 현재 중앙소방학교, 방재교육연구원의 교육시설과 훈련장·실험시설 부족 및 노후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늦어도 이달 초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소방방재청은 이를 기반으로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과업 내용과 사업 범위를 최종 결정한 후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11월 국회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서울 중랑 갑)에게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총 사업비 약 3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2014년까지 6년간 진행되는 것으로 돼 있다. 소방학교의 보다 체계화된 소방훈련 시설의 필요성과 더불어 지역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시행된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는 사실 갑작스럽게 추진된 사업이다. 지난해 4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가 경호분야의 학문적 체계 정립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의 건립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경호처가 주도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돌연 ‘공주시 경호교육단지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

하지만 두 달 후인 6월, 소방방재청이 해당 부지에 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 추진안을 내놓았다. 이어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말까지 5개월간 진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타당성 조사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예산절감차원 등으로 경호안전교육원 건립이 취소되면서 공주시의 반발이 커졌고 해당 부지의 처리문제 또한 한국토지공사의 18% 인수로 일단락 된 상태였다.

기획재정부와의 예산차이도 크고 합의된 사항도 없는 현재 소방방재청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는 경호안전교육원 백지화 소식으로 원성 높았던 공주시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을지는 모르나 졸속추진으로 인해 그 향방 역시 불분명한 상황이다. 발등의 불은 ‘예산확보 문제’이다. 또 정부 부처간 협의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1330억원 조성돼 130억원 부족
소방방재청은 올해 소방방재청의 일반회계 예산 편성에 있어 약 154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1330억원이 조정된 상태이다. 요구액과 조정액 간의 차이가 약 130억원인데 이 금액은 소방방재청이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으로 요구한 130억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으로 예산 130억원을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소방방재청은 기본계획 수립 등으로 최소 10억원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7일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박연수 차장, 송귀근 기기획조정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자유선진당 심대평(공주·연기) 대표도 지난해 12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2009년 국비예산 가운데 정부가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조성 5억원 확보에 난항을 겪던 이번 사업에 힘을 실었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심 대표를 중심으로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국비확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공주시가 고향인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발 벗고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10억원에는 미달된 상태이고 예산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획재정부와의 조율과정이 순탄치 못하다는 데 문제가 더 크다.

제278 국회 정기회의(2008.11.13)에서 유정현(서울·중랑 갑)의원의 소방방재청 교육연구단지 건립에 대한 예산 질의 내용과 관련해 소방방재청 이정술 기획재정담당관은 “기획재정부를 수차례 방문, 이번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이해·설득시켰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예산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생각을 내비쳤다. 전체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최소금액 또한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은 소방방재청의 소극적인 태도와 건립추진을 성급히 판단한 데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처간의 긴밀한 공조 부실
이처럼 예산상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부처간의 긴밀한 공조 부실에 있다. 기획재정부를 설득치 못한 책임은 소방방재청에 있다. 지난해 4월 청와대 측이 예산절감 이유 등으로 경호안전교육원의 추진 중단을 공식 발표한 이후 지난해 6월19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에 의해 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연구단지의 건립에 있어 사전에 치밀한 검토 없이 타 기관의 사업 추진이 중단되자 갑작스럽게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이런 과정이 기획재정부로서도 예산조정을 쉽게 할 수 없던 가장 큰 이유이다. 또 예산 조정 당시 연구단지 부지는 경호처 소유였다. 부지 용도와 관련해 공주시 도시관리계획 관련 변경결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들 속에서 예산 미반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해당 부지는 경호처가 경호안전교육원 추진 과정에서 매입해 국가소유로 봐야하고 관리권을 소방방재청으로 변경키로 경호처와 협의가 완료된 사안이라며 소방방재청 기획재정담당자는 말했지만 확인 결과 올해 중으로 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후 관리할 예정이었다. 기획재정부와 예산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린 것은 소방방재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추진으로 시행된 이번 사업이 앞으로도 부처간 협의를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이다.

타당성 조사 5개월만에 가능한가?
이번 사업은 공사기간 6년, 약 3000억원의 공사비용이 추산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지만 타당성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개월로 짧게 진행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업관련 담당자는 해당 부지가 청와대 경호처에서 경호안전교육원 건립을 위해 타당성 조사를 이미 마친 부지이기 때문에 소방방재교육훈련단지 건립도 가능한 부지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타당성 조사는 마스터플랜으로 부지용도와 건물 배치 등과 같은 전반적인 사항을 살펴보는 것이다.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 82%, 360억원의 예산이 집행된 상태에서 백지화된 교육원자리였다지만 소방교육과 경호교육의 용도는 확연히 다르다.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의 사업개요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훈련기관의 이관과 체험장 설립 등 경호교육원과의 성격이 다른 측면이 많다. 기술적 측면에서 시행된 타당성 조사이지만 기관 이전이 불가피하고 새로운 시설과 연구단지가 들어서는 이번 사업에 타당성 조사치고는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사업자체가 단기간에 이뤄지고 그러다보니 타당성조사 역시 단기간에 끝난 것이다. 기획단 담당자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자세한 사항에 대한 개별적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타당성 조사를 소홀히 해서 자칫 기본계획수립단계가 길어지고 지체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기본설계와 발주가 늦어져 공사자체가 지연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기존사업과의 중복으로 중복투자
방재교육원은 지난 2007년 안전체험센터구축에 19억원, 생활관 리모델링에 15억원, 지난해에는 교육시설 개·보수 공사에 약 5억 3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바 있다. 또 생활안전학습장 설치 및 운영으로 약 8억 5000만원을 책정했지만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추진으로 보류시켰다.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는 기관들의 노후화 등의 문제를 새롭게 신설된 단지에서 효율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할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2007년과 2008년에 새로운 센터 건립과 리모델링으로 많은 예산을 소비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까지의 추가적인 시설 설치 및 유지 관리비 투자는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불가피했으며 시설 이전은 4~5년 후에나 가능하기에 예산낭비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방재연구단지 건립 계획과 관련해 중앙소방학교와 방재교육연구원의 2008년 신규시설사업이던 소방학술정보관 건립 12억원(다년도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43억원)과 야외생활 안전체험장 구축 6억원(단년도 사업)은 중단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의 갑작스러운 추진으로 인해 이전 대상기관인 방재교육연구원의 경우 그 동안 시설 개선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실정이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시설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은 불가피하더라도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가 사전에 치밀한 검토에 의해 추진됐다면 방재연구원의 추가적인 시설 설치 및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은 충분히 최소화 할 수 있던 부분이다.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췄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