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漢志), 초한연의(楚漢演義)는 진나라 말기 ‘서초 패왕 항우(項羽)’와 ‘한왕 유방(劉邦)’의 라이벌 관계를 가장 극명하고 첨예하게 묘사한 중국 역사소설이다. 이 책에 항우는 기개와 힘을 갖춘 대장부의 전형이고 유방은 목적한 대업을 위해서라면 비굴함도 마다하지 않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방’에 더 가까울까? 아니면 ‘항우’에 더 가까울까? 서울시장 당선과정, ‘청계천’ 사업 추진과정, 제17대 대통령 당선과정을 되돌아보고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과정을 살펴보면서 ‘유방’에 가까울까? 아니면 ‘항우’에 가까울까? 생각해 봤다.

어떨 때는 ‘유방’에, 어떨 때는 ‘항우’에 가까운 듯하다. 독자님들도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전체적으로 판단해 보면 ‘항우’보다는 ‘유방’에 가까운 듯하다. 서울시장 당선과정에서 결과론적이지만 ‘항우’와 같은 김민석 후보를 눌렀다. 청계천 사업 추진과정에서 엄청난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현재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유방’의 싸움마다 ‘싸움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항우’에 많이 뒤졌다. 현재의 청계천도 우리가 쉽게 상상하고 생각하는 고향의 천(川)이 아니다.

현재의 청계천을 폄하하는 사람들의 입을 빌자면 청계천은 천(川)이 아니고 ‘세계 최대, 최장의 인공 분수’이다. 인공 분수이기 때문에 물을 대지 않으면 곧바로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낸다. 청계천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Tower Palace) 바로 뒤에 흐르는 자연 천(川)으로 복원됐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제17대 대통령 당선과정에서도 결과론적이지만 ‘유방’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당시 BBK와 같은 수많은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흠이 많았고 약점도 ‘유방’처럼 많았다. 이 대통령 후보 혼자라면 ‘유방’ 혼자일 때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제17대 대통령이 돼 지난 2월25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 대통령 후보 곁에는 항상 ‘장량’, ‘번쾌’, ‘하우영’, ‘한신’, ‘경포’ 등과 같은 인물이 따랐다.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쓴 ‘이명박 - 핵심 인맥 핵심브레인2’ 책에는 141명이 거론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어떤가? 아직 추진 초기라 ‘유방’에 가까울지 ‘항우’에 가까울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경과만 보면 아직까지는 ‘유방’에 가까운 것 같다. ‘항우’라면 명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방’에 가깝기 때문에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운하 사업’인가 아닌가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못한다. 누가 거들어 주기를 바라는 데 아직 ‘한신’을 자처하는 주위 사람이 없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아직 멀리서 오고 있는 ‘한신’이 왔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든 ‘4대강’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으로 든 ‘4대강 사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진 과정의 기간이나 단기 성과물에만 집착한다면 현재의 ‘청계천’과 같은 우를 범할 것이다.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사업성과를 보려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치욕’으로 역사에 길이 새겨질 것이다.
< 재난포커스 - 윤성규 편집장  sky@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