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지난 1월1일 ‘재해영향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로 일원화해 협의처리기간을 단축하고 관련 용역비도 절감했으며 협의대상 규모도 대폭 줄였지만 제도운영의 허점 때문에 관련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06년 376건, 2007년 325건, 2008년 418건, 올해는 2월18일 현재 57건에 달하고 있다. 당연히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효과성을 충분히 분석한 후 분석결과를 제도 일원화에 반영했다면 관련 예산도 낭비치 않고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재해영향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로 일원화한지 23일 만인 지난 1월23일 한국방재협회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과제’를 맡겼다. 한국방재협회는 오는 4월30일까지 다양한 연구용역과제 결과를 도출해 낼 예정이다. 소방방재청 서종진 방재관리국장은 지난 2월9일 집무실에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 착수보고를 받았다. 재난포커스는 소방방재청에서 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효과성 분석에 착수했는지, 향후 어떤 점들이 보완, 수정돼야 하는지 긴급 점검한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재해영향평가제도란 지난 1996년 6월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에 관련된 제도로 개발계획이 수립, 입안되는 과정에서 해당 개발행위가 유역의 치수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홍수피해요인을 분석해 그 요인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추진토록 하는 제도이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란 지난 2005년 8월17일 ‘자연재해대책법’에 관련된 제도로 다양한 개발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재해유발 요인을 사전에 검토하고 실시 계획을 통해 개발행위에 들어가는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지구지정 등을 포함한 행정계획 단계까지 확대 적용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해당되는 행정계획은 ‘국토기본법 제12조에 따른 국토종합계획’,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에 따른 택지 개발예정지구의 지정’, ‘도시개발법 제4조에 따른 도시개발구역에 대한 개발계획’ 등 총 32개 법령 41개 사업이 있었다. 또 개발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2조에 따른 개발행위 허가(도시계획위원회 심의대상에 한함)’, ‘도시개발법 제17조에 따른 도시개발사업실시계획’, ‘택지개발촉진법 제9조에 따른 택지개발사업실시계획’ 등 총 42개 법령 50개 사업이 해당됐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로 일원화
지난 2005년 12월22일 국무총리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이 정한 ‘재해영향평가제도’를 폐지토록 결정됐다. 이에 재해영향평가제도 폐지에 관한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개정 법률이 지난해 3월28일자로 공포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26일 제271회 임시국회에서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개정 시행일이 올해 1월1일로 늦춰져 지난 2005년 8월17일 개정한 ‘자연재해대책법’의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와 병행 시행하게 됐다.

‘자연재해대책법시행령’ 개정 후 3년간 94개 사업이 2개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행정계획 단계에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 절차를 마친 후 재해영향평가서 초안협의와 본안협의 등 3단계 절차를 이행함에 따라서 행정단계 협의에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 됐다. 때문에 지난해 5월20일 ‘재해영향평가 및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 제도개선 지침’에는 지난해 말까지 두 제도 중 상호 중복되는 부분은 신청자가 임의로 하나를 선택토록 운영해 왔다.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시행자들의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에 대한 관련법률 및 내용에 시급한 이해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재해영향평가 및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개선 지침으로 협의처리기간이 75일에서 30일로 단축되면서 협의서 작성 용역비가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감소됐다. 그리고 협의대상 규모도 대폭 줄어 5000㎡ 이상에서 1만㎡ 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관련 제도의 규제완화와 올해 1월1일 재해영향평가제도가 폐지되고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로 일원화 되면서 겉으로는 비약적인 제도의 발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소방방재청 4월30일까지 효과성 분석
소방방재청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1월23일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에 착수, 오는 4월30일까지 제도의 보완, 수정할 부분을 찾아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를 수정할 계획이다. 이 연구용역은 한국방재협회 관련 교수 한명과 4명의 관련 연구원이 맡고 있다. 한국방재협회 용역추진연구원인 노경수 상무는 “지금은 기초 조사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제도가 시행된 시점으로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를 기점으로 공사 진행이 50% 이상 된 현장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정 작업 중”이며 “선정이 완료되면 설문형식으로 조사에 착수해서 분석 후 제도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 한 담당 공무원은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시행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어느정도 제도가 정착단계이지만 제도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수정, 보완해 가는 것”이라며 “이번 효과성 분석연구용역 과제는 중앙과 지방에서 협의된 법정개발사업에 대한 재해저감효과와 실효성을 분석하고 제도를 보완해 더욱 발전적인 제도로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해영향평가제도 폐지에 따른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보강,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현재 적용되고 있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서 작성 대가산정기준의 적정성을 검토,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방방재청 공무원의 답변대로라면 제도가 일원화되기 전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서 작성 대가산정기준의 적정성’이 검토, 분석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계속된 제도개선에서 오는 혼란
소방방재청 담당 공무원들이 정부부처(지방자체단체 포함) 재해업무 관련 공무원들에게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관련 개정법률 교육 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지난해 2월과 9월 두 차례 바뀐 ‘자연재해대책법시행령’ 개정에 대한 부분들이다.

예를 들면 “자연재해대책법 및 동법 시행령의 개정 내용 중, 개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변경 수립·지정 또는 변경 허가·승인 등을 하는 경우에는 대상규모(부지면적)가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에 한해 협의함으로 돼있는데 도시계획시설(학교)결정(변경)을 통해 학교시설구역에 접한 인근의 토지를 학교시설구역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로 당초면적 31만9051㎡, 변경 후 38만740㎡, 증감(변경) 6만1725㎡로 변경면적이 30% 미만이고 증가 면적은 5000㎡ 이상이므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민원이다.

이 민원에 대한 답변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0조가 정한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경우에는 ‘자연재해대책법’ 제4조가 정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해야 하며, 변경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대상규모(부지면적)가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와 30% 미만이더라도 증가되는 대상규모가 4만5000㎡ 이상인 경우에 한해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해야 한다.”

또 “‘국도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에 따른 도시계획시설(도로) 결정(L=1.0㎞, B=15.0m, 면적 15,000㎡) 1) 최근 개정 공포된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08.2.22)에서 ‘부지면적이 5000㎡ 이상이거나 길이 2㎞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라고 돼 있는데 도로의 경우 길이는 2㎞ 미만이나 폭원과 길이를 고려해 면적이 5000㎡를 초과할 경우에도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 대상인지? 2)행정계획단계 뿐만 아니라 개발 사업단계일 경우에도 상기(1)과 동일하게 협의 대상에 포함되는지?”의 민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제6조가 정한 별표 1에 따른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 중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실시해야 하는 행정 1) 계획과 개발사업의 범위는 개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립·지정하거나 허가·승인 등을 하고자 하는 대상규모를 말함. 2) 따라서 행정계획단계인 도시계획시설 결정 때와 개발사업단계 전체 대상사업에서 공원, 주차장, 공장 등 면적개념의 개발계획의 경우에는 부지면적 5000㎡를 적용하고 도로, 철도, 하천 등 선 개념의 개발계획의 경우에는 길이 2㎞를 적용함”이다.

특히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08.2.22)개정 이전에 택지개발촉진법 제9조가 정한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하는 경우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를 마친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서 집단에너지사업법 제22조가 정한 집단에너지공사계획 승인을 받는 경우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해야 하는지?”의 민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택지개발촉진법’ 제9조에 따른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를 거쳐 택지개발사업이 완료된 지역 내에서 ‘집단에너지사업법’ 제22조에 따른 집단에너지공사계획 승인을 하는 경우,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제6조가 정한 ‘개별법령에 따라 부지조성이 완료된 지구이거나 시행 중인 지구 내에서 행하는 개발사업인 경우에는 협의대상에서 제외’ 규정에 따라 ‘자연재해대책법’ 제5조가 정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 대상에서 제외됨”이다. 1차 개정내용(2월)과 2차 개정내용(9월)의 모호함 때문에 벌어지는 대표적인 민원 사례들이다.

사업시행자·시공자, 제도 불만 많아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관련 담당관은 “제도는 아직 정착단계이고 꾸준한 제도개선지침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차차 정착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나 시공업체, 하도급 업체들의 말은 달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관련 사업자들이나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아직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제도에 대한 이해정도의 수준을 지적했다.

또 다른 하도급 업체 관계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문서의 유출을 꺼려서인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같은 하도급 업자들에겐 제도에 관련된 법규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준비, 계획단계에서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하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가 준비, 계획을 거의 끝내놓고, 그 계획과 설계에 제도를 맞춰가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수주를 받아서 일하는 저희 같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설계변경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 대상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의 범위, 그리고 협의시기(제6조제1항 관련)를 보면 협의시기가 ‘사업계획 수립 전’이나 ‘공사계획 수립 전’으로 명기 된 사항도 있지만 ‘실시계획 승인, 인가 전’이나 ‘공사 시행 전’ 같은 애매한 협의시기로 처음부터 사전재해영향성검토서 작성자와 사업시행자가 협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협의제도 취지 되짚어 봐야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효과성 분석 연구용역과제’는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되짚어 보고 제도도입 이후 진행돼온 협의과정 및 그 사례에 대한 조사, 분석을 통해 제도수행과정 및 절차상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함과 동시에 제도의 효과성 및 발전방안을 제시해 실질적인 재해예방제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연구용역과제 수행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협의된 각종 개발사업장을 대상으로 협의대상 사업유형별 분류 및 통계분석 ▲협의사업장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사항 및 재해유발요인등을 조사 ▲문제점 및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설문조사 실시 ▲일부 사업장에 대해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내용에 대한 이행실태 확인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시에 반영된 재해저감시설(방재시설) 설치 및 적정성 여부 검토 ▲저감시설 설치로 인한 실질적인 저감효과 분석 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로 인한 실질적인 재해저감 효과분석 ▲협의의견이 현장여건에 부합여부 분석 ▲협의제도의 보완 및 발전방안 제시 등 이 제도의 효과성과 발전방향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방재청 한 담당 공무원은 “이 연구용역과제를 통해 ▲협의 이행여부 점검 강화 ▲검토협의서 접수시 보완, 반려제도 시행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서 등록업체 작성 의무화 ▲세분화된 검토항목중 불필요, 중복, 유사항목 개선필요 등 검토항목개선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연구용역과제 수행자나 소방방재청 담당 공무원의 설명도 충분히 지켜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개선 된 법률과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으로 실무담당자들의 이해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개발사업 분야별로 세부적이고 다양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한 개선책들을 이번 효과성 분석으로 도출해내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가 한 단계 더 탄탄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