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창 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장

지난 2007년 3월30일 전라남도 ○○군에 사는 K씨는 동네 공사장 현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흙더미에 묻혀 변을 당했다. 겨울철 동결됐던 지반이 해빙기에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묽어지면서 흙벽의 토압(흙이 구조물을 옆으로 미는 압력)이 상승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장마철을 포함한 폭우·폭염의 자연재난 위험이 있고 가을에는 태풍과 행락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고위험 그리고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의 재난위험이 있음은 많이 인식하고 있으나 해빙기라 일컬어지는 이른 봄의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지난 5년간의 자료를 받아본 결과 해빙으로 인한 안전사고로 추정되는 사고가 82건에 이르며 사망자도 12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빙기에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얼었던 흙이 녹으면서 흙의 성상이 변화함에 따라 평상시에는 안전하던 구조물도 위험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이 고인 곳이나 습한 곳이 많아지는 등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이 생기는 반면에 사람들의 안전의식은 지난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풀리면서 일종의 휴식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조금만 주의하면 피할 수 있는 작은 위험이라도 방심하고 있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후변화라든가 사람들의 행태 등에 의한 직접적 요인과 함께 안도감이 주는 방심과 같은 간접적 요인이 더해져 발생확률이 높아지는 해빙기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옹벽·축대 등 시설물의 관리자나 공사장 책임자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생활주변이나 산업현장의 안전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 위험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방방재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년 해빙기(2~4월)에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하면서 시설·전기·가스 등 각 분야의 유관기관과 협력해 1만9000여개에 달하는 주요 시설물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설물관리자와 공사현장책임자의 관심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 위험한 옹벽·축대 등을 발견 시에는 즉시 관계기관 또는 시설물관리자에게 신고하는 일이다.

위험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험한 시설물을 발견하거나 돌발 상황을 발견했을 때에는 즉시 신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민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결국 안전의 최후의 보루는 나 자신이다. 해빙기 안전은 주로 공공분야나 시설물 관리자 또는 산업현장 관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이들의 노력만으로 완전한 안전이 확보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내 주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한 번 더 살피고 그런 위험에 대해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도 한 번 더 말해주는 약간의 ‘극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