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조감도

‘제2롯데월드’의 건설 후 ‘안전성’문제로 전문가의 의견은 ‘격전’으로 향해 가고 있다. 더구나 ‘정치논리’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음에 더할나위 없는 시대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지난 2월3일 국회 국방위원회 주최 ‘제2롯데월드’ 관련 공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참석한 송병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와 조진수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객관적인 실험 데이터까지 제시하면서 ‘제2롯데월드 건설’ 의 찬반 근거에 날을 세웠다. 이에 앞서 지난 1월7일에는 국무총리실 주최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이하 실무위원회)가 열려 롯데물산에서 새롭게 들고 나온 ‘공군 자금 지원조정 건’을 심의했다. 2월19일 현재 국무총리실에서는 공군과 롯데물산에 다시 최종 협의를 이끌도록 지시해 놓은 상황이다. 공군과 롯데물산이 어떤 식으로든 재차 협의 조정안을 만들 경우 빠르면 3월 중 실무위원회에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을 담보로 건설 허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쟁점 사항으로 떠오른 ‘안전성’ 문제를 송병흠 교수와 조진수 교수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지난 2월3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본청 419호실에서 ‘제2롯데월드’에 관한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에는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박연석 공군 제15혼성비행단장, 송병흠 한국항공대 교수가 당초 계획대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 입장으로 참석했다. 반면 김성전 예비역 공군중령, 이진학 전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 조진수 한양대 교수가 반대 입장으로 참석했다.

‘소용돌이’가 아시아의 마천루 흔들까?

	사진1. 송병흠 한국항공대 교수 사진2. 조진수 한양대 교수

이날 공청회에서 조진수 교수는 ‘와류 난류’ 및 그 밖에 안전상의 이유로 제2롯데월드 신설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송병흠 교수는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 주관으로 실시한 ‘2003년 미연방항공청(FAA) 기술검토 의뢰 결과’와 ‘2006~2007년 국내 전문기관에 비행안전영향평가 의뢰 결과’를 바탕으로 ‘제2롯데월드’ 신축이 비행안전상의 문제가 되지 않음을 주장했다. 조 교수의 ‘와류 난류’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연구 및 조사 결과 종횡비가 큰 초고층 건물이나 우뚝 선 높은 산과 같은 지형지물에 바람이 부딪힐 경우 칼만 와열(Karman Vortex Street)이라는 공기역학적 현상이 발생해 일종의 소용돌이인 ‘와류 난류’가 발생한다. 따라서 555m의 초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가 신설 될 경우 ‘와류 난류’에 의해 항공기 안전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으로 본 ‘제2롯데월드’
제2롯데월드 신축 예정지에 ‘제2롯데월드’의 형상과 잠실에서 발생 가능한 지상풍속 초속 5m(잠실의 경우 초속 5m 이상은 주로 남서, 북서풍이며 연중 90일 이상 발생한다고 함)를 가정해 한양대학교 응용공기역학 연구실에서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제2롯데월드’에 의해 발생하는 칼만 와열은 고도 400m 이하, 수평거리 최소 2km 이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이는 현재 성남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들이 제2롯데월드 신축 예정지 북쪽으로 1.2km 떨어진 지점에서 350~400m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간과 할 수 없는 결과이다.

	사진1. 초고층 건물뒤에서 발생하는 와류난류의 속도분포의 예 사진2. 페루 연안의 Juan Fernandez 군도에서 발생한 Karman 와열 사진3. 한라산에서 발생한 Karman 와열이 200Km이상 퍼져가는 모습 사진출처 : '와류 난류' 보고서

미국의 국립교통안전국(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통계자료를 보면 순항시에 발생한 항공기 사고는 전체 사고의 15.4%에 불가하고 대부분 경우는 이착륙 및 상승하강 운항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공기가 칼만 와열 속을 관통할 경우 ‘와류 난류’로 인한 불안정성으로 인해 고도나 자세가 급격히 변할 가능성이 있고 착륙시와 같이 낮은 속도와 정밀한 자세를 유지해야 되는 경우 큰 항공 안전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에 와류 난류로 청전난류(CAT : Clear Air Turbulence)가 발생할 경우 항공기조종사들이 난류층을 예상치 못하고 통과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은 항공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와류 난류’ 이외의 발생 가능한 사고 유형
항공기 사고는 공항에 관계된 항공법이나 이착륙 절차에 의한 사고는 없으며 관제 실수에 의한 사고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고의 대부분은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과 같은 비행체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예정항로 이탈에서부터 비롯된다. ‘제2롯데월드 건설’로 예상되는 사고는 항공기 기계 고장에 의한 조종 불능, 계기장비 오작동에 의한 사고 발생, 외부이물손상(FOD)에 의한 사고 발생, 전쟁 발생시 가능한 상황, 갑작스러운 기상변화에 의한 사고와 같은 유형을 보인다.

	사진1. 제2롯데월드에 의해 발생하는 와류 난류층과 항공기의 항로(평면도) 사진2. 제2롯데월드에 의해 발생하는 와류 난류층과 항공기의 항로(정면도) 사진3. 국립교통안전국(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항공기 사고 통계자료 사진출처 : '와류 난류' 보고서, 조진수 교수 공청회 보고서

다시 말하면 예측 가능한 부분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부분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항공기가 성남 공군기지에 북쪽에서 착륙하는 경우 주어진 접근 각도 3도를 유지해야하고 항공기가 제2롯데월드 예정지점을 지날 때의 고도는 약 280m로 총고 555m인 제2롯데월드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210~430km/h의 속도로 진입하는 항공기가 제2롯데월드 부근에서 비행체 결함으로 비행 항로를 이탈할 경우 대응 가능한 시간은 17~34초다.

이 경우 ‘제2롯데월드’는 조종사 또는 비행체에 큰 장애물로 작용해 충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륙의 경우 기종 마다 이륙속력의 차이로 인해 다르나 고도가 400~500m 사이인 이륙 후 2~3km 내에서 비행체 결함이 생겨 제2롯데월드 방향으로 비행해야 될 경우 조종사의 대응시간이 20~40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고를 피할 수 없다고 조진수 교수는 설명한다. 하지만 송병흠 교수는 조진수 교수의 주장과 다르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설령 전시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비행절차나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운항하는 경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는 임의적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닌 비행경로(회랑)를 따라 운항해야만 한다. 또한 심리적 생리적 영향과 같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부분은 비행안전 영향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행안전구역이나 계기비행절차 상의 장애물회피구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수많은 항공기 사고사례에 대한 연구검토와 비행시험 등을 거쳐 설정된다.

	사진1. 벨기에 브뤼셀 공항서 화물수송기 이륙 중 추락 사진2. 와류 난류의 영향권과 항공기 비행반경 사진3. 아시아나항공 OZ733편 목포 추락사고

또 비행 중 계기오차나 관제사 또는 조종사의 실수 등 인적요소까지도 고려한다. 비행착각과 관련해서는 초고층건물은 비행경로로부터 약 1.9km 떨어져 있으며 항공기는 활주로로부터 약 5km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때 항공기 고도는 약 300m로 최종접근단계인 이 위치에서 조종사는 각종계기 및 지상 참조물 등을 참조한 비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초고층 건물로 인해 비행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활주로 각도 변경에 대한 의견

	동편활주로 3˚ 조정시의 모습

활주로를 동쪽으로 3도 조정할 경우 ‘제2롯데월드’ 신설예정 위치로부터 동쪽으로 약300m 정도의 거리가 확보된다. 하지만 이러한 각도조정은 비행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주지 못하고 또한 기존의 동편 서편 활주로가 7도에서 10도로 변경됨으로 인해 비상활주로의 역할중 하나인 풍향변화에 대한 대응 기능이 축소된다는 것이 조진수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송병흠 교수는 지난 2003년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 주관으로 초고층건물과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대해 미연방항공청에 기술 검토를 의뢰한 결과 일부 이착륙 항로를 조정하면 비행안전에 영향이 없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그리고 2006~2007년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 주관으로 국내 전문기관에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의뢰한 결과 미연방항공청과 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의 판단은 현재까지의 이론과 기준에 의거 비행안전이 보장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초고층건물에 따른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보완과 작전권 보장을 위해 항행안전시설의 보완과 함께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군작전상 필요시 두 개의 활주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서울공항의 활용도(작전권)를 높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안이라 판단된다.

공항주변의 장애물(자연장애물이나 초고층건물과 같은 인공장애물)로 인한 비행절차 변경 및 조정 하는 외국의 공항의 사례는 많다. 필요에 따라서는 심지어 공항에 매우 인접한 비행안전구역 내에 까지도 건축을 허가하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안전을 무시한 것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항공학적 검토에 의한 비행안전 보장이라는 선결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항공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하여
송병흠 교수는 미연방항공청(FAA) 충돌 위험모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비행안전구역의 범위 및 제한고도 등의 설정은 수많은 항공기 사고조사 사례에 대한 연구검토와 비행시험 등을 거쳐 설정된 것으로 비행 중 계기오차나 관제사 또는 조종사의 실수 등 인적요소까지 고려돼 설정된 것이다.

	사진1. 제2롯데월드에 의해 발생되는 Karman 와열과 항공기 사진2. 제2롯데월드 건축시 예상항로 사진출처 : '와류 난류' 보고서

2006년 국제기준을 적용한 전문가들에 의한 용역결과(충돌위험모델 검증 및 분석보고서)와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최근 공군 측의 판단 결과를 존중하더라도 비행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진수 교수에 따르면 성남 공군 기지는 공군의 작전을 수행하는 군사기지이기 때문에 민간공항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고 전시에는 성남 공군 기지에서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 할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하며 다양한 기종의 군용 항공기가 성남공군기지를 이용하게 된다.

또 과도한 임무로 인해서 조종사들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게 돼 착륙을 실시하는 조종사들은 555m 장애물의 존재로 인해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전세계에 있는 미 공군 기지의 위치를 보면 성남공군기지와 같이 비행안전구역 주변에 500m 이상의 초고층 장애물이 존재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의 고도를 200m 이하로 낮추거나 롯데 측이 555m 고도를 고집 할 경우 성남 공군 기지의 항공 안전에 전혀 지장이 없는 제3의 장소에 신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송병흠 교수와 조진수 교수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만에 하나라도 ‘제2롯데월드’로 인한 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다면 국무총리실에서 공군과 롯데물산간의 협의 조정만을 기다릴것이 아니라 국무총리실 직속 국책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제2롯데월드’ 건설 전반에 대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