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서 터널과 침목에 균열이 생겼다. 국내 최장의 금정터널은 2월13일 있었던 관통식 일주일전 다시 막혀버렸다. 2월16일에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에서 현재까지 사용된 15만3000여개의 침목 중 332개의 침목에 균열이 발생했음이 알려졌다. 현재 ‘금정터널’과 문제의 ‘침목’은 공사중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터널을 메워논 압성토를 조금씩 발파해 오는 4월10일까지 복구를 완료하고 5월 말까지 금정터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철도시설공단과 함께 철도기술연구원, 학계, 엔지니어링 회사 등 전문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합동조사단은 침목균열 원인규명을 위해 2월18일부터 3월4일까지 15일간 모형시험을 시행한다. 모형시험은 실제 침목을 구성하는 재료로 실험체를 만들고 침목이 위치하는 지역과 온도, 습도 등이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하는 것이다. 2월20일에서 2월27일까지 7일간 균열개소에 대해 현장 정밀조사할 예정이다. 또 모형시험 및 현장 정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수·보강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밀조사 기간중 2월23일에는 방한하는 독일 기술자와 기술협의도 가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합동조사단과는 별개로 2월23일부터 2주간 현재 시공이 완료된 15만3000여개의 침목에 대해 전수(全數) 비파괴검사 시행예정이다. 2009년 1월29일 철도시설공단 전문가 자문결과 중 보수방안에 따르면 공단 및 시공사, 감리단, 독일기술자 3인 등이 참석해 특수몰탈 충전 후 스틸슬리브(220mm)보강 방안을 제시하고 시행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돼있다. 공사는 오는 6월까지 모든 보수가 완료 가능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수작업은 레일원사 책임하에 네덜란드 보수 유경험자를 파견해 시행한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20.3km 국내 최장 터널이 뚫렸다. 지난 2월13일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금정터널 관통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국토해양부장관, 부산광역시장, 부산지역국회의원, 지역인사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관통식은 축하받지 못할 행사가 돼버렸다. 안전불감과 부실시공에 대한 의혹과 이후 붉어져 나온 고속철도 2단계구간 침목 균열 때문이다.

국내 최대·최장 터널
금정터널은 양산시에서 부산시 부산진역까지 연결되는 총 연장 20.3km로 현재 운행 중인 국내 최장 터널인 황학터널(10km)의 약 2배, KTX로 통과하는데는 약 10분정도 소요된다. 금정터널에는 그 규모에 걸맞게 약 6년 동안 60만명의 인원과 17만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또 굴착한 토량은 덤프트럭 35만대분인 280만㎥, 콘크리트 량도 23만㎥ 에 달한다. 지반이 연약한 단층대를 통과하고 상부에 아파트, 지하철이 있어 공사에 어려움이 많다.

금정터널 공사는 소음·진동으로 인한 민원해소와 공사에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계굴착방식인 TBM(Tunnel Boring Machine)공법과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공법이 혼용 적용됐다. 이 공법은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이었다. 또 국내·외 철도안전에 관한 기준에 맞게 방연문, 송수관 등 각종 안전설비 등이 설치됐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은 2010년말 완공 목표로 올해 중 토목공사와 궤도공사가 대부분 완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금정터널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노포동쪽 입구에서 15㎞ 떨어진 지점에서 균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월19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금정터널 구간은 동래단층대와 양산단층대에 속하는 활성단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터널이 단층대와 나란히 뚫려 전 구간이 단층활동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상 부산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터널이 단층대와 직각이 아닌 나란히 진행하고 있어서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났는지 알수 없다며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필요에 의해서는 정부에 공동조사를 요구할 의사를 내비췄다.

부실공사와 특혜·비리 의혹
함세영 부산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숏크리트(Shotcrete) 균열에 대해 “숏크리트는 공사 중 토사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에 불과하며 터널 측면과 상부에 원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와 그 위에 두껍게 시멘트를 바르는 라이닝작업까지 끝내야 공사가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금정터널은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공법으로 진행됐다.

NATM공법은 작업 진행속도가 빠르고 경제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지만 발파 과정에서 지반의 변동 위험을 수반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금정터널 공사현장과 같은 단층대와 연약지반이 집중된 지역에서 NATM공법이 시행될 경우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수 있다며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에 오세영 한국철도시설공단 토목팀장은 “안전도를 계측하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나머지 공사를 진행했지만 사고지점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설공단과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터널 내부 균열에 대해 터널 내부에 균열이 발생해 압성토로 터널을 메운 뒤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터널 공사에선 흔한 일이라며 터널 일부 구간을 되메우기로 응급조치를 했을 뿐 안전에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시설공단 영남본부 관계자는 균열이 발생한 지점은 지반이 약한 곳으로 터널 공사시 난항을 예측했으며 3월 말까지 특수공법으로 균열 보수 공사와 아래쪽 굴착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정터널 문제에 대해 국회국토해양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기춘 의원은 침목 균열과 금정터널 균열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부실공사와 특혜·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검찰수사 요구에 대한 의사를 보였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2007년 감사원이 2단계 공사 추진실태 조사를 거치면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무시됐다며 당시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레다-2000’ 공법, ‘경제성·시공성’ 우수?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사용된 콘크리트 궤도는 침목이 콘크리트로 단단히 고정돼 레일이 틀어지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사비가 자갈 궤도에 비해 50% 정도 더 들고 유지·보수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초 설치부터 정밀하게 시공해야 추가비용을 줄일수 있다. 콘크리트 궤도는 침목과 레일을 대형 볼트로 연결하고 이 볼트 외벽을 플라스틱(매입전)으로 감싼다. 플라스틱과 볼트 사이의 빈 공간은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방수재나 발포재 또는 반고체 윤활유인 압축 그리스를 넣어 완성한다.

철도시설공단은 2004년 5월 ‘2단계 구간’에 콘크리트궤도 공법을 적용키로 하고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공법을 검토한 결과 독일의 ‘레다-2000’ 공법이 경제성 및 시공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채택하고 2004년 12월 궤도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했다. 침목과 관련해서는 궤도공법 결정에 따라 ‘레다-2000’ 공법에 적합한 궤도재료업체를 선정했다. 침목생산 시방서에는 “레다-2000 공법에 맞는 침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거나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레일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 및 설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고 이에 부합하는 독일의 레일원사와 기술제휴로 입찰한 ‘천원레일원’이 선정됐다.

하지만 경부고속철도 2단계 대구-부산구간 침목에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은 주로 응달이 심한 산악지대의 북쪽사면에 위치한 침목일부에서 발생했으며 2008년 4월~5월경 부설돼 우기를 거친 상선측에서 주로 발생했다. 침목 균열의 원인은 콘크리트 공법을 변형시켜 시공했다는 점과 천원레일원의 제조과정에서 방수재 대신 흡수재를 사용한 점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에 실시한 궤도공법이 독일의 특허 공법이 아닌 우리 실정에 맞게 조합한 공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2월18일 공단과 궤도업계에 따르면 독일 레일원사의 ‘레다-2000’ 공법은 레일원사의 침목과 모 기업인 보슬로사의 체결장치, 케이블방식 열차제어시스템을 함께 적용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공단은 레일원사의 침목과 영국 팬드롤사의 체결장치, 레일방식 열차제어시스템을 적용했다. 팬트롤사의 체결장치는 고속철도용으로 사용된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체결장치를 사용한 이유는 비용과 국내 인지도를 반영한 결과다. 열차제어시스템은 기존 서울-대구 구간과 맞추기 위해 레일방식을 적용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자갈궤도의 틀어짐 문제로 비교적 레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적은 콘크리트궤도를 우리 실정에 맞는 외국기술과 조합해 시공했다고 말했다. 침목제조과정에서 방수재를 흡수재로 잘못 넣은 사항에 대한 감리 문제에 대해서는 제조공장에 감리원이 상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것에 대해 인정하고 시공단계에는 조립된 상태로 납품됐기 때문에 내부 확인을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침목제조 과정에서 방수재를 넣는 이유는 매입전에 물이 들어갈 경우 동파할수 있기 때문이다.

2월16일 국토해양부 해명보도자료에 따르면 레일체결장치 선정에 문제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침목 균열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체결장치에 대해서는 2006년 5월부터 9월까지 프랑스 국영철도공사(SNCF) 및 시스트라(SYSTRA)사의 성능시험과 기술검토 후 2006년 9월부터 3개월간 UIC(국제철도연맹)에서 검증해 콘크리트 궤도 체결장치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으며 레일체결장치 선정과 관련해서는 2007년 12월7일 감사원의 재검토 요구가 있어 2008년 2월1일 ‘궤도재료적합성검토위원회’를 개최해 사용적합 판정을 받는 등 감사원에 해명이 완료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침목 균열’과 관련된 의혹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관심대상이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2월17일 국토해양위원회 긴급현안보고 질의에서 관련 업체가 독일 재래 철도에서 시험중인 궤도구조를 독일고속철도에 사용된 궤도로 속였다는 제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시종 의원도 정황상 실수가 아닌 유착이 있을수 있다며 검찰수사에 대한 의견을 비췄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2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침목 균열이 체결장치와 관련된 것이고 단순 시공하자가 아닌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 전반의 부실과 비리임을 의심했다.

2월 18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구간’의 콘크리트 침목 부실과 관계된 의혹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향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대부분은 정 장관이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법이 결정됐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침목 균열’은 예견된 사고였다며 정종환 장관에게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의 핵심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여부와 침목과 레일을 연결하는데 사용하는 체결장치로 ‘SFC(Single Fast Clip)’ 사용 강행여부다.

‘SFC’는 ‘레다-2000’ 궤도구조와 적합성여부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바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감독부실과 은폐의혹에 대해 맹공을 펼치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 감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은 긴급현안보고에서 고속철도 운행시에 터널붕괴 사고가 발생할수도 있었다며 장관 이하 이사장까지 전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공단이 침목 균열에 대해 국토해양부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은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현기환 의원도 시공과 감리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과 함께 사후 조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2007년 12월에 2단계 구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시행한것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현용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현장 실태조사를 하는 등 원인규명을 해왔으며 보수 및 보강 방법을 준비하고 국토해양부에 보고하려 했다며 은폐여부에 대해서 완강히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