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매년 재난, 재해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어난 피해현장에는 많은 구호 물품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식수이다. 요즘같이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은 물론 호우로 인한 수해를 입은 지역이라 해도 오염돼지 않은 생활용수는 가장 중요하다.

대양하이테크 정수시스템 태백지원
지난해 여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점점 장기화 돼 가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7개월간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69% 수준이고 전남 동부, 경북 서부지역은 평년대비 24~43%로 심각하게 줄었다. 올해 3월까지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가뭄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태백 지역도 올해 1월 가뭄으로 인한 정부의 특별 지원금 20억원이 배정될 정도로 작년 말부터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박종기 태백시장은 “일부 학교에서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신하고 수돗물 공급이 완전히 끊긴 고지대 주민들은 급수차량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지역의 위기상황을 호소하며 전국기업체, 기관, 단체 등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대양하이테크는 지난 2월16일에서 28일까지 태백시 내에 위치한 황지연못에서 이동식 정수시스템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했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이며 길이 525㎞에 하루 5000t의 물이 용출하는 곳이다. 대양하이테크는 이곳에서 원수(原水)를 취수해 직접 개발한 이동식정수시스템을 활용해 정수한 후 식수지원차량에 급수, 지역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했다.

소방방재청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관련 업체의 지원을 의뢰했다. 이중 하나의 업체가 대양하이테크이다. 이 업체는 사회봉사 취지로 올해 처음 이동식 정수시스템을 태백시에 지원하게 됐다. 이 업체는 태백시청 재난관리과, 상수도관리과, 수자원공사와 함께 태백시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했다. 대양하이테크는 지난 2월16일 태백시 황지연못에 이동식정수시스템을 급파해 설치 작업을 마친 후 다음날부터 식수 생산에 들어갔다. 2월20일 현재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17일에는 3톤, 18일에는 16톤, 19일에는 11톤을 생산했다.

태백시에 파견돼 이동식정수시스템을 설치, 운용한 대양하이테크 김태주 부장은 “본래 취지는 황지연못의 원수를 끌어다가 바로 현장에서 정수해 주민들에게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원수를 정수해 탱크로리로 민원을 요청한 주민들에게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정수과정의 중계역할을 맡아 이동식정수시스템의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두 시스템 시간당 3톤, 8톤 생산 가능
이번에 사용된 이동식정수시스템(DYCW-3000RO)은 작년 5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국제방재산업기술전(DEMEX 2008)’ 행사장에 전시돼 이미 참관인들의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이광기 대양하이테크 사장은 “알파 워터뱅크 이동식정수시스템은 시간당 3000/8000리터 이상의 초 대용량 급속 정수시스템으로 천재지변, 전시상황, 급박한 식수조달을 요하는 장소에 지하수, 하천수 등을 식수로 전환해 공급할 수 있다”며 “컨테이너를 사용한 이동형 장비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혁신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3000리터면 1.5리터짜리 생수 2000통에 달하는 양으로써 기존의 재해지역 식수보급방식에 효과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성 정수시스템의 사용 개념은 취수지에서 취수호스를 차량 내부의 자가발전기나 일반전원을 사용해 펌프를 구동시켜 정수하고자 하는 원수를 정수시스템으로 보낸다. 정수시스템에서 차량 내부에 탑재된 역삼투압정수시스템, 살균장치 등을 사용해 음용수 수질로 정수 처리한다. 이 시스템은 저수탱크에서 차량내부 및 외부의 저수탱크에 저수하거나 직접 사용 용도에 맞는 장소에 식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양하이테크는 개인적으로 휴대하고 사용 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시스템도 개발했다. GK-2, GK-3가 바로 그것이다. 휴대용 정수시스템은 초소형 개별정수장비로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 또는 재난, 재해상황의 이재민들이 현장의 하천수 및 기타 지표수를 정수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이다. 사용자가 손쉽게 운반할 수 있고 간단한 사용법으로 편의성이 높다. 전기가 없는 경우를 대비해 인력으로도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어 급박한 상황에 대처능력이 뛰어난 정수 장비란 평가를 받고 있다.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이동식정수시스템을 이용하여 식수를 생산하고 있다.

이동식정수시스템 만족도 모니터링 중
태백시에서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재해구호협회 한 담당자는 “대양하이테크의 이동식정수시스템이 가뭄현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물 때문에 일어난 수해현장에 이 차량이 투입되면 오염된 물을 바로 정수할 수 있어 굉장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백시의 경우는 애초 원거리에서 취수된 물을 탱크로리에 담아와 현장에서 정수해 나누어 주려했으나 이동식정수시스템이 시간당 3톤의 정수능력에 한정돼 있어 빠른 공급에 한계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국재해구호협회 한 관계자는 “전국재난구호협회는 평소에는 양로원이나 복지단체를 돌며 세탁을 도와주는 용도로 이용되다가 수해나 재해 발생 시에는 재해지역 주민들의 오염된 빨래를 할 수 있는 ‘이동식 세탁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동식 세탁차량’처럼 이동식정수시스템도 평시와 재해발생시를 나눠 관련 협회나 시·도,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유해 물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닌다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복구지원과 강병화 과장은 “대규모 가뭄피해 지역인 태백시에 대양하이테크의 이동식정수시스템이 설치돼 식수난을 덜어 주고 있는 데 이런 사례가 처음이기 때문에 태백시 담당 공무원과 시민들의 이동식정수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향후 개선할 것은 없는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동식정수시스템의 활용방안도 마련해 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