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과 다름없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정부가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즉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유명환 장관의 지시로 PSI 전면참여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남북 상황이 급격히 경색된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는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따른 위협 등 국가 비상사태를 대비한 제3 정부통합전산센터 건립을 확정하고 정부 정보자원 수요조사, 규모 및 부지선정, 준공시기 등 후속작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3센터’는 대전(제1센터), 광주(제2센터)에 소재한 정보통합전산센터(원장 강중협)의 백업전용센터로 활용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자, 부지 결정에 대한 연구 용역이 빠르면 4월 중으로 공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난포커스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

우리나라 정부의 ‘뇌’인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재난·재해로부터 노출돼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7년 12월 작성된 ‘정부통합전산센터 백업전용센터 설립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정부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센터 ‘위협요소’ 증가

	정부통합전산센터는 2단계 재해복구시스템(DRS) 구축을 완료하고 지난 2월19일 완료보고회를 가졌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전에 위치한 제1 정부통합전산센터와 광주에 위치한 제2 정부통합전산센터의 백업전용센터 구축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현재 정부 48개 기관의 데이터를 각 24개 기관씩 백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개의 센터에 재해가 발생 시 소산 보관된 데이터 백업자료가 손실되며 제1, 2 정부통합전산센터 모두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재해복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 제1, 2 정부통합전산센터 입주기관의 백업요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통합백업업무가 크게 증가해 원격지 소산대상 정보시스템 확충이 절실한 상태이다.

대전에 위치한 제1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경우 KT의 건물을 임차방식으로 확보해 운영하고 있어 설립초기 예상했던 연 7%의 정보 및 설비의 증가 예상비율을 훨씬 초과해 연 평균 22%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센터 주변에 원자력발전소나 주유소 등과 같은 위험요소와 내부적인 인력관리 등의 보안문제도 정보자원의 관리 측면에서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현재 운용중인 설비 및 자료들을 이동하고 비상운영하기에는 비상대책계획에 따른 소산장소의 공간 및 설비운영능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2센터의 경우 현재 위치 및 시설의 준비에서부터 준공, 이전, 운영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제1센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기관의 자료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역할이 아닌 정부의 전산정보가 저장되고 운영되는 제1센터의 나머지 역할에만 치중돼 있다. 때문에 상호백업이 아무리 잘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비상사태 시 제1센터와 제2센터 모두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의 주요한 정보자원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통합한 점은 큰 발전으로 볼 수 있지만 정보자원이 한 곳에 집중·운영됨에 따라 재해, 재난, 전쟁, 테러 등에 대비한 재난복구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국가 비상사태 등에 의해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기능이 중단될 경우 국가적 행정업무는 물론이고 대국민 서비스가 중단돼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통합전산센터 백업전용센터 설립 타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외부인의 통제 및 외부차량의 통제가 불가능한 실정이고 센터의 위치가 유출되는 등의 위협요소를 안고 있다”며 “주요정보자산만 실시간 백업을 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제1, 2 정부통합전산센터 모두 재해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재해시 업무의 복구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백업전용센터 설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2004년 금융기관 간 전산결제 중단 사태를 맞고 백업전용센터의 미비로 인해 전산망을 다운시킨 뒤 다시 재가동하는 방법을 취했다. 모든 결제를 수작업으로 해야 했고 연계된 은행 58개사, 증권 51개사, 보험 10개사 총 131개 기관에 유무형의 업무차질과 혼선을 빚게했다. 하루 평균 4500여건의 거래업무가 오가는 이 전산망의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100조원에 달했다.

선진국들, 지하벙커식 백업센터 구축
지난 9.11 사태 등를 통해 백업전용센터의 중요성을 각인한 세계 각국들은 자연적 위협, 물리적 위협, 인위적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백업전용센터의 구축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가들은 군사적 위협을 비롯 각종 위협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 지하벙커시설로 백업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 정부통합전산센터는 향후 발생될지도 모르는 군사적 위협 등으로부터 완벽한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하벙커시설로 백업전용센터를 반드시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광주에 위치한 제2 정부통합전산센터

미사일, 폭격기 등의 군사적 위협, 테러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벙커시설로 구축 및 운영하고 있는 ‘국방엔터프라이즈컴퓨팅센터 SMC(System Management Center)’와 하부의 지역센터(Detachment)로 구성됐다. 본토에 4개(Mechanicsburg, Ogden, Montgomery, Oklahoma City)의 SMC를 두고 있고 태평양과 유럽에 국방엔터프라이즈컴퓨팅센터를 1개씩 두고 있다. Mechanicsburg의 SMC는 해군의 데이터 센터에서 출발해 지난 1994년 국방정보체계국(Difense Information System Agency) 메가센터(Defense Megacenter)로 편성됐고 버지니아주의 Norfolk, 워싱턴주의 Puget Sound, 팬실베니아주의 Chamgersburg, 캘리포니아주의 SanDiego, 플로리다주의 Jacksonville 총 5개 지역센터를 두고 있으며 전투원 지원을 위한 정보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에 따라 전국을 총 12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마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을 둬 해당 구역의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케 하고 있다. 전산센터는 이스트 러더퍼드, 리치몬드(Richmond, Virginia) 및 달라스지점에 각각 위치하며, 테러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벙커시설로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또 각 전산센터마다 백업센터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대전, 광주에서 150km 떨어져야
우리나라의 ‘전국자동화지휘통제정보시스템’의 경우도 3개 본부의 상호백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정보시스템은 한반도의 전쟁지휘통제를 자동화하는 정보시스템으로 서울용산지휘본부, 대구지휘본부, 전쟁지휘본부의 3개의 본부를 네트워크로 구성하는 시스템으로써 지하벙커시설로 구축, 운영돼 군사적 공격위협 및 테러위협으로부터 완벽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행정안전부 ‘센터 설립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백업전용센터는 기존 전산센터와는 달리 지하 벙커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미사일, 폭격기, 원자폭탄, 테러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대전과 광주 두 곳의 센터가 지상 건물로 구축돼 있어 미사일, 폭격기, 테러 공격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지상 폭발에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 지하를 깊이 파야 한다는 점에서 최소 3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벙커 형태의 백업전용센터 건립에는 총 2714억800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중 건축비 소요예산은 744억8000만원,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시스템 구축비 소요예산은 194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평가했다.

	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는 개원 1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보고서는 건립 이후 운영유지비까지 모든 예산을 산정했다. 두 곳 지역을 모델로 산정한 결과, A지역 총합계는 3179억1300만원, B지역 총합계는 3342억13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운영유지비로 A지역 685억원, B지역 690억원의 예산이 매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롭게 건설될 백업전용센터의 위치는 일단 물리적으로 대전, 광주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곳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 인천, 울산 등이 정부통합백업전용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김태환)는 지난 2월18일 도민설명회에서 발표한 제주특별광역경제권 발전계획안를 통해 정부전용백업센터 유치 의사를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주도는 광역경제권의 발전역량 및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중앙정부 정보자원의 안정성 강화 ▲제주지역에 유치하여 IT일자리 창출 및 상주공무원 유입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 등에 주안을 두고 백업전용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치시 지역 직접투자 2000여억원, 직접 상주할 인력 500여명(공무원, 유지보수)을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