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종수 한국BCP협회 연구소장

무슨 사건이 날 때마다 언론 등 매체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가장 많이 쓴다. 왜 이 속담이 우리에게 항상 대수롭지 않게 들리고 있는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재난이 났을 때마다 들어왔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일상 속담의 하나쯤으로 느끼고 산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비를 잘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이 아니다. 재난에 있어서도 서로의 암묵적 지식을 형식지로 바꿔 창조적이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된다. 즉 의도적이던 비의도적이던 재난이 발발하고 나면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고 하면서 이전투구 수렁으로 빠진다. 언론과 매체도 때는 이때다 하고 더욱 심층적인 척한다. 물론 모든 정치인과 매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도 하나씩 점검하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IT강국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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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1차 보다 심각한 2차 피해
우리 국민이 매우 뛰어난 민족임을 그동안의 역사(외세의 침략, 월드컵 응원, IMF때 금모으기 등)속에서 수 없이 많은 지혜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저력이 때로는 무색 할 때가 있다.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아니면 남의 일로 돌리는 것이다. 나와 관계가 없으므로 흥미도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현재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전기·전자·통신 없는 업무의 지속이 불가능하므로 지진에 대비한 2차 피해의 방재를 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정보데이터의 운영은 운영 연속성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선에서 국가안보 뿐 아니라 모든 재난과 특히 지진 관련해 준비된 국민이 돼야겠다. 왜냐면 우리나라도 국립방재연구소와 지진공학회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적 증거와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1995년 고베지진), 대만(1999년 타이완중부지진), 중국(2008년 쓰촨성지진) 등이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지진은 계속 진행 중이며 언제, 어떻게, 얼마나 큰 강도의 지진재난이 발생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측을 할 뿐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속해 있는 한반도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웃한 국가들처럼 지진재난을 크게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비해 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하고 이와 관련된 법을 정비했다.

하지만 지진이 났을 때 1차 피해보다 중요한 2차 피해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연재난과 관련한 대부분의 법과 정책이 예방과 경감을 위해서 마련됐다. 그렇다면 지진에 대한 것도 역시 마찬가지로써 특히 지진 2차 피해 경감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진대의 나라임에 틀림없기에 필자는 지진전공자는 아니지만 사회 안전과 재난을 연구하는 학자의 상식선에서 이를 제기하고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진 2차 피해 방재의 문제점과 필요성
지진의 일반적인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연구 돼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지면변동에 의한 피해로 산사태, 단층, 지반의 융기, 함몰, 침강 등을 말하고 있다. 이 경우에 주로 2차 피해는 산사태 등을 들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에 페루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4만명의 인명손실을 본 사건이다. 두 번째는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로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해 해수에 진동이 전달돼 파도를 일으키고 그 파도가 해안에 도착하면 엄청난 파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해안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지진해일에 의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2004년 12월에 발생한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이다. 세 번째는 지진동에 의한 진동피해로 주로 구조물의 붕괴와 파괴 등이다. 네 번째는 지진시 화재 피해로 전기 또는 가스관의 파열 등에 의한 화재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과 1923년 동경 대지진 1995년 일본 고베지진 등에서는 화재가 주 피해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진시 피해의 일반유형이 보여 주듯이 1차적 피해에서 파생되는 2차 피해와 3차 피해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특히 2차 피해에 대한 방비책이 미흡하며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지진방재의 예방과 대비가 있어야 한다.

전기·전자·통신장비 지진 2차 피해의 문제점은 우선 지진으로부터 전기·전자·통신장비와 정보데이터의 2차 피해 방재를 위한 관련법이 잘 돼 있어야 한다. 지진재해대책법 1장1조에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주요 기간시설(基幹施設)을 보호하기 위해 지진과 지진해일의 관측·예방·대비 및 대응, 내진대책(耐震對策)과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 및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는 목적을 서술하고 있다. 기간시설과 내진대책 정도로 마치 건물만 내진 설계해 잘 지어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전자·통신장비는 건물의 내진과는 다른 문제이다.

즉 지진재해대책법 2조 용어에서 “지진방재는 지진재해의 발생을 방지하고 지진재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 하고 있는 것처럼 지진시 전기·전자·통신장비를 지진으로부터 2차 피해 경감할 내용이 무엇인지가 관심에 초점이 있다. 전기·전자·통신장비의 방재를 위한 관련법은 자연재해대책법시행령 제3절 지진과 관련해 제21조와 제24조에 “내진설계기준을 제정·운용해야한다”라고 돼 있으며 전기사업법 제2조 용어 정의에 설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다.

전기통신기본법 2조에 따른 동법 제3장 전기통신설비의 제16조에 “대통령이 정하는 기술기준에 적합토록 유지·보수해야한다”라고 돼 있다. 또 동법 제25조 1항과 제30조의 2에 2항, 제30조의 3에 2항, 제33조의 3의 3항에 “기술기준을 정해 고시해야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전파연구소고시 제2008-46호의 ‘전기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제2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설비의 안전성 및 신뢰성에 대한 기술기준의 고시 제5조 지진대책 등의 통신설비 범위를 보면 <표1>과 같다. 하지만 지진 2차 피해를 방재하는 것은 심각하게 미흡하다.

	<그림1>

전기·전자·통신장비 지진 2차 피해 방재의 필요성을 살펴보자. <그림1>은 대부분이 전기·전자·통신장비를 지진에 대비해 앙카로 고정을 한 경우로 지진이 나면 랙(Rack)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피해가 오기 때문에 지진방재를 위한 설치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림1>에서 보여주듯 우리나라는 모든 장비가 있는 곳은 대부분이 이처럼 앙카로 고정해 놓았다. 즉 이것이 최선의 지진방재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진이 발생해 지난 과거의 다른 경우처럼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건물은 내진 설계토록 법과 제도가 준비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내진설계는 단지 건물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건물 안에 있는 장비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장비를 위한 내진 설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장비를 위한 것이 아님은 틀림없다. <사진1>은 지진이 났을 때 장비들이 넘어져 피해를 본 경우다. 따라서 그 동안에 관행으로 또는 다른 곳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따라서 하는 경우는 너무도 잘못된 사고라 할 것이다. 좋은 기술과 장비가 있다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2차 피해 방재의 국내사례

	<사진1>

우리나라는 전기·전자·통신장비의 지진 2차 피해에 무방비 상태다. 지진시 만약 금융권의 전산시스템이 마비가 되면 고객은 인터넷뱅킹 뿐 아니라 모든 다른 업무 까지도 중단이 되기 마련이다. 이는 지진의 2차 피해로 ATM기기, CD기 모든 금융업무의 마비로 고객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으로 인해 제3차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병원의 고가 장비도 마찬가지이다. 환자의 데이터 뿐 아니라 정밀진단을 하는 수억대의 고가 장비가 2차 피해의 대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볼 수가 있다.

한전에 수많은 장비가 2차 피해를 입는다면 전원 공급이 중단이 된다. 이처럼 민간 뿐 아니라 정부의 중요한 기간시설 역시 지진 2차 피해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 가지이다. 한 예로 보다 정확한 기상을 측정하기 위해서 도입한 기상청의 수 백 억원의 수퍼컴퓨터는 지진에 대한 대비와 예방을 위한 건물의 내진만을 해 이는 2차 피해에 그대로 노출 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요 기관의 전산센터는 어떠한가? 특히 정부 통합전산센터 및 백업전용센터가 지진의 2차 피해에 대해는 전혀 무방비 상태이다.

물론 장비를 대부분이 앙카로 고정시켜 놓았다. 이는 지진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기업 중에는 한전이 면진설비를 했으며 대부분이 이러한 인식은 하고 있으나 예산문제로 지진 2차 피해 방재 시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진은 자연재난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들며 피해 또한 방대하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중요데이터의 손실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진시 일반적인 피해유형 안에서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2차 피해 예방과 경감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국내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전기·전자·통신장비의 면진설비 부재이다. 자연재해대책법 제24조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 내진설계기준의 설정대상 시설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시설들로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아래 <표2>는 감사원 지진정보시스템 구축 및 내진보강 실태에 대한 감사자료(2008.07.23) 별표3으로 자연재해대책법 제24조를 재구성한 자료다. 즉 2004년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Sumatra) 지진과 일본지진 등으로 우리나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2005년 12월 범정부 차원의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수립해 8개분야에 용역을 수행했다.

당시에 이 용역은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인 지진 방재대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은 지진의 2차 피해 즉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지진방재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표2>에서 보듯이 정부부처의 기간산업이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로 1차 피해를 경감하거나 예방 한다면 이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전기·전자·통신장비 등의 시스템은 2차 피해 대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표2>에서 보여주듯이 지진방재가 주로 내진에 관한 것이며 관련법에서도 내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있으나 2차 피해를 입는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부분은 매우 미흡하다.

서해안 오일참사가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청소기 같은 것으로 빨아들이는 간단한 방법을 말 했다. 하지만 일반인의 생각도 그러한데 정녕 관련 전문가들은 그러한 생각을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전문가들이 오일스키머(Oil Skimmer)배를 이런 때를 대비해 구비해야 한다고 권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문제로 오일스키머배를 비치하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았다. 오일스키머배가 없어 온 국민이 나서서 엄청난 경제적 환경적 손실을 보고 그 곳의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2차, 3차 피해로 인한 아픔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는 간단한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예산 타령으로 너무도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2차 피해 방재의 국외사례
재난 선진국이 철저한 면진설비로 지진 2차 피해를 방재한 사례를 보자. 재난 선진국인 일본, 미국, 캐나다 등은 아래 그림처럼 랙에 면진설비를 했다. 또 정부는 물론 글로벌 해외기업의 본사는 대부분이 면진설치를 했다. 지진에 대비한 선진국의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지진 2차 피해를 방재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면진설치를 하고 있다.

	선진국의 면진설치 사례

해외 전기·전자·통신장비 면진설비 도입
면진설비를 한 해외사례는 중요시설에 대해서는 이미 일반화 돼 있다. 기업, 대학, 병원, 정부, 지방정부, 금융, 보험, 호텔, 학교, 공항, 물류 등 수 많은 곳이 면진 설치를 했다. 면진설치 대학으로는 USC, UCLA,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스탠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Stanford),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등 수없이 많은 대학교들이 면진설치를 했다. 기업으로는 마이크로 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 유니버설사(Universal Studio), 월트디즈니사(The Walt Disney Company), 시스코(Cisco System), 브즈알랜 해밀튼(Booze Allen& Hamilton) 등 매우 다양한 기업들이 했다. 항공사로는 보잉사(Boeing) 등, 병원으로는 캘리포니아 메디컬 센터(California Medical Center),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Hospital) 등 방송국으로는 CBC 라디오 캐나다(CBC Radio Canada) 등이 있다. 이외에 NASA, LA 주 등 상수도 전력 관련 기간시설 등에도 설치가 돼있다.

전기·전자·통신장비 방재 개선 방안
관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서독을 방문해 건국 이래 최초의 거대한 토목공사인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게 한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 우리의 고속도로)을 보고 그 기능에 감탄 했다 한다. 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7~1971년)에 의한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서독 아우토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 고속버스를 처음 타본 사람들의 입에서 차안에서 컵에 물을 부어 놓아도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버스 속에서 물을 마시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때였다.

왜냐면 그 당시의 여행은 비포장도로로 울퉁불퉁하고 언제 어디서 어떠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생기고 나서 서울과 일일 생활권이 됐고 경제적 도움과 더불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위에서 하나의 예로 소개한 고속도로처럼 전기·전자·통신에 관련된 모든 장비 등 기기도 마치 차 속에 실려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장비 등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장비가 흔들려서 내부에서 고장이 일어나는 것은 많은 경험에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지진에 취약한 중요장비의 안전한 방재를 위해서는 우선 관련된 법을 정비해야 한다. 지진재해대책법, 자연재해대책법, 전기통신기본법, 전기사업법 등과 <표2> ‘지진정보시스템 및 내진보강실태 관련법’의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법의 정비는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부분으로 지진의 2차 피해에 대한 면진설비를 설치하되 주요 기간설비에 대한 등급에 따른 분류를 통해 설치해야 한다. 중요 기간설비의 면진설비 의무화 시행이 필요하다. 지진의 1차 피해로 인적피해가 올수도 있듯이 2차적인 피해는 중요기간설비로 매우 심각하다.

대만의 강진으로 인해 통신장애, 금융업의 마비, 금융딜러의 마비, 외국은행 등 수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정보의 핵심인 서버의 랙 등은 매우 중요하므로 면진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2001년도 미국 시애틀 공항관제탑(SeaTac Airport Control Tower)이 지진으로 파괴돼 완전히 랙이 붕괴된 상황이다. 2차 피해의 심각한 광경으로 이를 복구하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간설비장비에 대해서는 면진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2>은 랙에 면진설치를 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로써 피해 상황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사진2> 지진시 면진설치를 안한 경우/지진시 면진설치를 한 경우

전기·전자·통신장비 면진설비로 사전 피해예방
알래스카 해안에서 1989년 3월 엑슨 발데즈호 유조선이 침몰했다. 우리에 서해안 유조선 참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참사였다. 2000km 해안이 오염됐고 수만의 조류와 동식물이 죽는 환경파괴가 최악이었다. 또 더욱 큰 문제는 추운지역이라서 기름이 젤리 상태가 돼 얼어버린 것이다. 당시에는 기름을 쉽게 제거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가까이의 아주 조그만 회사에서 해결했다. 미국 정부가 한 민간 회사 이노센티브(InnoCentive)에 컨설팅 의뢰를 했다.

이 회사의 문제 해결방식은 매우 특이하게 24시간 움직이는 인터넷을 사용한 것이다. 즉 문제 해결책을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들에게 오픈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20년 동안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 것을 한 시멘트 회사에 근무하는 해결사(solver)가 아주 간단하게 아이디어 공개모집을 한 2주만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시멘트 레미콘차가 길거리를 지날 때 레미콘이 돌아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즉 시멘트가 굳지 않도록 계속 레미콘이 돌아가는 것처럼 젤리상태의 오일을 이 방법대로 계속 돌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 사람 때문에 관련전문가와 미국 정부를 허망하게 만든 사건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고층지하연계 및 복합 건물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 외에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초고층복합건물은 내진설계는 법에 의해 잘 돼있다. 하지만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면진 설비나 3차 피해인 인사사고 등에 방재를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 전문가만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지식과 지혜를 모아 누구나 제안과 방법을 통해 전기·전자·통신장비에 대한 지진 2차 피해 방재를 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90년도에는 지진 발생 횟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기도 했다. 이웃나라에서 겪은 강도가 높은 강진이 우리나라에도 올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전기·전자·통신장비의 대비책을 위한 면진 설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