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방방재 관련 박람회인 ‘제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Fire & Safety Expo Korea 2009)’와 ‘제1회 IDEMEX 2009(국제방재산업박람회)’가 이달에 열린다. 제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오는 4월22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되고 제1회 IDEMEX는 4월21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3월17일 현재까지 집계 결과 제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개국 190개 업체가 참여하고 총 650개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제1회 IDEMEX는 7개국 109업체 135개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제1회 IDEMEX 주최 측은 제3회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제1회와 제2회 행사의 이름은 ‘I’가 빠진 ‘DEMEX’로 IDEMEX와는 다른 행사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제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 ‘DEMEX’, ‘IDEMEX’ 행사의 주최는 모두 소방방재청이다. 또 지난해 열린 제1회 ‘2008 삼척국제소방방재장비엑스포’는 소방방재청이 후원했다. 국내 소방방재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내 소방방재산업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으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태이다. 행사개최의 취지나 목적에 맞게 국내 소방방재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울, 대구, 삼척에서 나눠 치러지는 국내 행사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난포커스는 소방방재청 주최로 열리는 박람회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진단한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06년부터 4월에 행사를 진행해 왔다. 제1회 DEMEX는 2007년 5월22일에서 5월25일까지 제2회 DEMEX는 2008년 5월20일에서 5월23일까지 모두 5월에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처음 개최되는 제1회 IDEMEX는 4월로 한 달을 앞당겨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 개최 일정과 겹치게 열릴 예정이다. DEMEX 1, 2회 모두 5월에 하게 된 것은 5월25일 소방방재청에서 여는 ‘방재의 날’ 행사에 맞춰 박람회를 개최해 관계자들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 DEMEX를 주최하는 소방방재청

또 소방방재청과 한국BCP협회에서 함께 하는 ‘자연재난사진 및 영상물 공모전’도 함께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소방방재청 행사를 맞춰서 관람객을 유치해도 참가업체 입장에선 구매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개최 날짜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결과적으로 인원이 서울과 대구로 분산되는 것이고 시너지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산업 박람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업체들의 참여와 많은 구매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이번 두 박람회의 겹치는 일정은 이 둘을 다 놓칠 공산이 크다. 참가업체들의 입장은 국내외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두 박람회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박람회를 보러오는 시민들과 구매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전시회에 참여할 예정인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처음 열리는 IDEMEX는 소방방재청과 함께하는 행사(‘방재의 날’)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실구매자인 지자체 관계자들 참석률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박람회에 국민 혈세 지원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IDEMEX 2009는 모두 소방방재청이 주최하고 있다. 소방방재 행사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소방방재청에서 대구와 서울 행사 모두 각각 3억원 정도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데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방방재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소방방재산업 행사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 대구, 삼척에서 각각 열리는 소방방재산업 관련 행사를 세계 각국은 물론이고 국내 업체들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통합해 개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재 관련 박람회 개최의 최우선 목표가 방재산업의 부흥 그리고 국민들의 재난 대비 의식 고취에 있다면 예산의 일부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참가업체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대책이 생기던지 국민들이 이런 겹치기 일정에 두 박람회를 즐기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

매년 참가하는 업체 수 급감
작년 DEMEX 참가업체들 중 올해 IDEMEX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는 50개, 작년과 올해 모두 참여하는 업체는 40개, 2007년부터 3년째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15개이다. 이는 100여개의 참가업체들 중 계속 참여치 않는 업체의 수가 더 많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박람회 효과성의 의문 때문이다.

DEMEX 제1회와 2회, IDEMEX 제1회 모두 참여하는 SK C&C(대표 김신배) 한 관계자는 “2007년에는 시스템을 소개해 효과를 봤고 작년에는 시스템의 인지도를 높였다”며 “행사 참여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나 유관기관 담당관들이 특화된 시스템에 대해 많이 문의해 왔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SK C&C와 마찬가지로 계속 3년 째 서울 행사에 참여하는 대양하이테크(대표 이광기) 한 관계자는 “제품의 반응은 좋았으나 관계 공무원들도 분위기만 보고 지나가고 참여하는 바이어가 별로 없어서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홍보를 늘려 많은 관계 실무자들이 참여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년 서울 행사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참여치 않은 포스코(회장 정준양) 한 관계자는 “사람과 전시품목이 많았고 연구단이나 공사, 공단, 정부기관들도 많이 왔다”며 “하지만 파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에 때문에 행사 참여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는 기대 이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올해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원가절감과 경제적인 측면도 있고 직접적인 효과를 정성적이든 정량적이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1, 2회 서울 행사에는 참여했으나 올해는 참여치 않은 LIG엔설팅(대표 최승기) 한 관계자는 “행사 기간에 행사장에서 방문해 관람하는 분들의 수가 너무 적었고 행사에 참여하는 기대효과도 수준 이하였다”며 “소방방재청에서 주최하는 행사라 참여했는 데 행사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국제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국제적 박람회로 키우자
업체마다 의견이 분분 하지만 소방방재 행사 참여가 각 기업의 홍보 외에는 이득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또 박람회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고 서울, 대구, 삼척으로 나눠 각각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서울, 대구, 삼척 행사 모두 별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IDEMEX 이 두 박람회는 ‘소방’과 ‘방재’라는 서로 차별되는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두 박람회가 각각 소방과 방재를 대표하고 있다면 해당 분야만을 서로 특화하는 박람회가 돼야한다.

하지만 올해 제6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전시품목에는 소방 외에도 자연방재와 도시방재분야가 당당히 등록돼 있다. IDEMEX 2009의 경우에도 정유가스시설, 폭발물과 같이 소방과 분리될 수 없는 분야가 포함돼 있다. 방재 작업이 재난에 대한 공동대처와 협력에 기본을 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방과 방재는 다르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소방과 방재는 때려야 땔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동시에 다른 곳에서 열릴 바엔 차라리 두 행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났다. 합치고 그 규모를 키워 내실 있는 진정한 국제적 박람회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