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4일 오후 1시 서울프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 홀에서 한국화재보험협회(이사장 제정무),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이 주관하고 국내 10개 손해보험회사, 미국방화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미국소방기술사회(SFPE, Society of Fire Protection Engineers), 한국소방기술사회의 후원으로 학계, 관련기관, 소방기술사, 손해보험업계 특수건물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대형 건물의 방재기술과 보험’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제정무 이사장의 개회사와 소방방재청 최성룡 청장의 축사로 시작된 세미나는 총 5시간으로 진행됐다. 국내외 다섯 전문가의 연구발표를 축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제정무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 소개로 미국소방기술사회(SFPE) 회장 리차드 데이비스(Richard Davis)의 ‘손실제한을 위한 고층건물 설계’에 대한 연구발표가 시작됐다. 뉴욕 플라자(New York Plaza), 알렉시스 니혼(Alexis Nihon Office Complex), 밀리터리 퍼스널 레코드 센터(Military Personal Record Center)등 고층건물의 화재사례를 예로 들며 외벽을 통해 화재가 확산될 경우 진압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스프링클러에 의한 방호의 효과성과 내화성능을 가진 건물의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연성 내부 마감재를 사용하고 스프링클러의 미설치로 인한 화재 피해는 건물 내부자재들의 열팽창으로 인해 붕괴까지 이를 수 있음을 알렸다. 이외에도 ▲ 창문의 높이를 제한하는 것과 형태와 크기, 강화유리를 사용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 ▲ 제연설비와 계단실 가압설비로 얻을 수 있는 안전성 ▲ 잘 짜여진 PBD(Performance Based Design)의 피난측면에서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고층 건물의 내재적 위험관리

	축사를 하고 있는 최성룡 소방방재청 청장

이어 이원석 뮌헨리(Munich Re) 한국지사 부장의 ‘초고층건물의 내재적 위험관리’에 대한 연구발표가 시작됐다. 주상복합형태를 주로 띄는 우리나라 초고층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지어질 인천 송도 타워, 상암 DMC, 부산 제 2 롯데월드 등의 예를 들며 초고층 빌딩의 리스크로 자연재해, 화재, 건물 운영 중 용도 변경, 자재의 수명 문제, 지반 문제, 내재적 하자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중 건물의 내재적 하자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에서 선행되고 있는 내재적 하자 보험(Inherent Defects Insurance)의 기본 원리와 효용성, 가입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이원석 부장은 에이온 센터(AON Center) 시카고 본사의 예를 들었다. “이 건물은 외벽을 대리석으로 마감했는데 대리석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자체로 산성에 약한 면모를 보인다. 공해로 인한 산화 피해로 완공 1년 만에 외벽이 붕괴됐다”며 “이 외벽을 화강암으로 다시 바꾸는 작업이 10년 동안 이뤄졌고 건물의 건축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재적 결함(Inherent Defects)’이란 건물의 시공시점부터 내재돼 있는 하자가 건물이 준공된 시점 이후에 발견된 결함을 말한다.

내재적 하자보험은 건물의 설계, 자재 및 공사의 잠재적 하자에 기인해 발생하는 물리적 손해로부터 건물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다. 물리적 손해가 없더라도 잠재적 하자로 인해 건물의 내구성과 안정성이 위협받을 경우에 건물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담보해 준다. 그리고 구조물의 손상이 따르는 지반침하와 건물의 기초가 설계하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건물이 부등침하됐을 경우에 대한 보수비용까지 보상한다는 것을 말한다.

대만 타이페이 101 성능설계 사례
잠시의 휴식시간 후 ‘대만 타이페이 101 성능설계 사례’에 대해 츠쉥 쉔(Tsu-Sheng Shen) 대만 중앙경찰대학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타이페이 101의 아름다운 외관과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레스토랑, 전망대 등 건물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이야기했다. 건물은 타워(Tower)와 포디엄(Podium)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층에 기계실이 피난·대피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도 덧 붙였다.

	사진1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사진2  리차드 데이비스(Richard Davis) 미국소방기술사회(SFPE) 회장 사진3  이원석 뮌헨리(Munich Re) 한국지사 부장

여러 화재발생 시나리오로 타이페이 101에 PBD를 적용한 실제규모의 화재 시험, 결과 및 토의, 결론사항 등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중 대표적인 시나리오 3가지를 예로 들어 FDS(Fire Dynamic Simulator) 4.0, 시뮬렉스(Simulex) 등을 이용해 제연(制烟)시간, 대피시간을 산출한 도표, 그래프 등의 데이터들을 설명했다. 이 연구사례는 국가 소방청 및 내무부의 건축 및 설계청의 승인을 받았으며 넓은 범위 적용 시에 유연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성능위주 방화설계 제도시행과 전망
이어 김용달 삼성방재연구소 소장은 ‘성능위주 방화설계 제도시행과 손해보험사의 위험관리 전망’이란 연구 과제를 발표했다. 올해 1월1일부터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으로 초대형건물에 성능위주 방화설계 제도가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는 다중이용시설 또는 많은 산업시설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전망돼 수백억에서 수조원에 해당하는 고액자산 집적 건축물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건물들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경제적 복구 재원의 마련을 위해 보험으로 위험을 처리하게 된다. 성능위주의 방화설계가 적용된 고액 물건의 요율결정과 위험의 분산을 위해 해외 재보험사에 요율구득과 재보험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에 보험을 가입하는 건축물 소유자와 보험을 인수하는 보험회사가 관심을 갖게 될 사항을 이야기 했다.

김용달 소장은 “현시점에서의 성능위주 방화설계 제도는 도입단계이므로 당분간은 본 제도가 국내 보험시장의 보험요율 체계에 큰 변화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이미 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국가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성능위주 방화설계를 적용한 대상 건축물이 한정돼 있고 손해보험회사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기법에 의한 건축물의 위험성 평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하지만 향후 성능위주 방화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이 점점 많아지고 설계의 신뢰성이 입증되면 더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위험성 평가 및 인수 보유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새로운 위험관리 정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단일계단실 고층아파트 성능설계
마지막으로 ‘단일계단실 고층아파트 성능설계’에 대해 기요시 후쿠이(Kiyoshi Fukui) 일본 니켄세케이(NIKKEN SEKKEI)사 수석 건축가의 연구발표가 이뤄졌다. 이는 제6차 성능위주 코드 및 화재안전설계방법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위해 일본소방기술사회에서 준비한 자료로 한 개의 계단실만을 갖는 초고층 아파트 건물의 사례연구이다. 건물 설계 및 계획 기본개념에 대해 기요시 후쿠이 수석건축가는 “매 3층 마다 공실 층을 설계해 거주자들은 이 공실 층을 통해 매일 마주치며 알게 되고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며 “화재 시에는 거주자들이 즉시 서로에게 화재를 알리고 피난을 위해 협동하게 된다”고 말하며 이에 따른 화재안전 전략과 피난계획 전략을 설명했다.

화재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PBD를 적용해 라운지를 임시 대피 공간으로 지정하고 발코니를 이용해 탈출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예나 장애인들이 휠체어로도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배려가 인상 깊었다. 이어서 제연설비 계획, 소방 계획, 피난자구조 계획을 이야기했다. 단일계단실을 소방관의 진화작업의 안전한 베이스 구축공간으로 놓고 소방관 진화작업 시 안전보장과 피난자구조의 용이성에 대해 설명했다. 몇 가지 화재시나리오를 이 설계에 적용시켜 ETA(Event Tree Analysis)분석을 통해 나온 수치적 결과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모든 발표는 끝이 났다.

	사진1  츠쉥 쉔(Tsu-Shang Shen) 대만 중앙경찰대학 교수 사진2  김용달 삼성방재연구소 소장 사진3  기요시 후쿠이(Kiyoshi Fukui) 일본 니켄세케이(NIKKEN SEKKEI)사 수석 건축가

이어지는 질의응답시간에 이 설계는 아직 실제 건물에 적용된 예가 아니고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밝혔다. 참여한 여러 전문가들이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섯 가지 발제에 뜨거운 호응과 논의로 세미나를 함께 했다. 여러 해외 초대형 건물의 화재 사례와 구체적인 화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으로 화재 안전성 확보와 건축비용 절감, 보험의 역할, 새로운 방재시스템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