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6일 경복궁 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월간 재난포커스(발행인 한채옥)와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소장 이재은 충북대학교 교수),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소장 이재은 충북대학교 교수), 국제관광개발연구원(원장 안종윤), 한국위기관리학회창립준비위원회에서 공동주최하고 문화재청(청장 이건무)과 POSCO(회장 정준양), 충북대학교(총장 임동철)의 후원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문화재의 보존과 재난관리에 관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재난포커스 -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이재은 소장의 개회사와 안종윤 원장(국제관광개발연구원, 한국정책포럼 회장)의 환영사로 학술회의가 시작됐다. 이장희 교수(충북대학교 경영학부)의 사회와 노삼규 교수(광운대 건축학과, 전 국립방재연구소장)가 토론자로 참여한 가운데 한범덕 고문(이재민사랑본부,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 ‘목조문화재 재난관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문화재 재난관리의 피드포워드 통제방안
한범덕 고문은 2008년 숭례문 화재사건을 거론하며 2007년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기반시설의 지정보호제도에 국가상징물로서의 숭례문과 같은 목조건축물 문화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 제기와 6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문화재는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600년이라는 역사적 시간을 다시 복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의 동기라고 밝혔다. 문화재 재난관리의 유형과 특성, 단계별로 나누고 경영학 원리인 피드백(Feedback) 통제 원리를 가져와 문화재 재난관리 제도에 부합, 발전시킨 피드포워드(Feed Forward) 통제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1.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재은 충북대학교 교수 사진2. 환영사 중인 안종윤 국제관광개발연구원 원장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의 정책집행 결과의 환류(Feedback)는 나름대로의 유용성은 있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피드백 통제(Feedback Control)는 사후통제(Post-Action Control)라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피드백 결과로 전략적 계획을 수정하기에는 너무 늦다는 한계가 있다. 피드포워드 통제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평가하고, 현재 조건과 일치하는 정확한 산출을 계산하는데 사용되는 통제이다. 즉 피드포워드는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성공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숭례문 화재사고에 적용시켜 예방단계, 대비단계, 대응단계, 복구단계 네 가지로 나눠 피드포워드 통제 접근방식에 입각해 분석했다. 관리체계에서는 책임관계의 불명확과 조직의 취약성, 예산의 부족의 문제점을 예방체계에서는 점검체계에 문제, 문화재에 대한 관계기관간의 정보 부재, 안전에 대한 사회인식에 문제를 꼽았다. 대비체계에는 장비와 시설이 적절하게 설치돼있지 못한 점과 대응 매뉴얼이 작성돼있지 않은 점, 실제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이 없었던 문제를 이야기했고 대응체계에서는 초동진화 대처에 있어서 문제, 방재시설에 대한 효과검증이 필요, 진압기술의 개선을 꼽았다.

한범덕 고문은 “문화재 재난 전담조직은 몰라도 일반 보존관리 전담조직의 설치는 있어야 한다”며 “문화재청 예산의 2.1%에 불과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더욱 열악해 대부분 별도로 세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노무현정부에서 지방문화재 보조금제도를 바꿔 교부금제도로 전환한 것은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의 분석에 따른 우리나라 문화재 재난관리의 여러 문제점을 도출하고 그에 따른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의식이 중요
노삼규 교수는 “문화재의 소방시설 설치기준이 면적에 맞춰져 있어 이 면적이 너무 광범위해 해당되는 규격의 문화재가 별로 없다”며 “각종 소화기와 옥외소화전 설치의무화를 판단하는 면적의 범위 축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목조문화재의 화재는 전기화재가 가장 많고 방충시설, 조명, 연등, 방화에 의한 화재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외부에서 진압하는 것은 한계점이 있다고 말하며 내부에 방화 장비를 비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지는 토론 시간에 김상구 과장(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은 방화 장비 설치로 인한 문화재 훼손문제와 숭례문 화재이후 문화재청에서 시행된 대책들(문화재법의 변화, 방재 매뉴얼의 작성, 정부각처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이야기 했다. 조택희 이사(한국소방안전협회)는 “화재예방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결여돼 관리적 측면, 진압적 측면, 사회적 안전 개념이 미정립 된 상태”라며 “발전된 편익, 경제성에 비해 안전적 측면은 약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달 소장(삼성방재연구소)은 “전담자의 잦은 교체로 인한 업무연속성 또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삼규 교수는 일본의 퇴임한 소방관들을 방화관리자로 임명해서 문화재관리를 하는 예를 들며 우리나라에도 적용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범덕 고문은 “어떤 최고급 기술과 장비의 시스템화보다도 사람에 대한 의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재난에 대비한 사전 경계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건축문화재 보존과 복원

	사진1. 첫 연구발표의 사회자 이장희 충북대학교 교수 사진2. 발제자 한범덕 이재민사랑본부 고문, 토론자 노삼규 광운대학교 교수

잠시의 휴식시간 후 조택희 이사의 사회로 김상구 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한 가운데 안진성 소장(디자인그룹LAPEX, 건축문화재복원학 박사)의 ‘이탈리아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에 관한 연구발표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안 소장의 불참으로 박동균 교수(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가 대신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의 경우, 각 지역별 다양한 문화와 역사성이 반영된 고유의 지역차원에서의 문화유산 보존정책을 도입해 활성화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문화유산의 보존을 통한 이용활성화’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확보’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이탈리아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의 접근체계 및 그에 따른 수행과정상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국내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발표는 진행됐다. 이탈리아의 가장 특징적인 정책안과 그에 따른 실제 수행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정책은 ▲ 문화유산의 일반적인 정의와 가치, 각 지방정부의 행정지침에 대한 내용과 보호와 보존에 관련된 세부 행정사항 지침 등의 내용 ▲ 기본개념과 세부지침, 문화적 요소와 관련된 보호와 보존에 대한 세부 행정지침 등의 내용 ▲ 경관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공공정부의 기본방향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정 지침 ▲ 관련법제도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으며, 행정절차 상의 ‘법의 승인’에 관련 내용들 기술 ▲ 행정절차 시 수반되는 법령의 폐지, 일시적 보루, 그리고 재 시행에 관련된 내용들 기술로 구성돼있다.

목조문화재, 재난대비의 정답은?
이어서 토론자로 참여한 김상구 과장이 ‘문화재 수리공사 추진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목공사, 단청공사, 기와공사, 미장공사, 석공사 등으로 나눠 세부적인 원형보존과 전통 양식의 고증조사로 원형을 재현하는 방침을 소개했다. 문화재 인근의 환경복구를 위한 전통 조경을 실시하고 문화재 재해 예방을 위해 소방기구 설치, 인화물제거 등의 사전 예방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숭례문 화재 수습 결과와 복원 현황에 대해서도 말했다.

	사진1. 두 번째 연구발표의 사회자 조택희 한국소방안전협회 이사 사진2.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교수와 토론자 문화재청 김상구 과장

토론 시간에는 손영수 교수(제주대학교 의과대학)가 김상구 과장에게 “숭례문 복구에 대한 예산과 인원에 대한 문제는 없습니까?”하고 질문했고 김 과장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예산이 지원돼 업무 진척에 지장은 없다”며 “올해 6월에 시민들에게 복구돼가는 모습을 공개하려고 지금 안전 조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은 소장은 “문화재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금숙 소장(위기관리연구소)은 “문화재와 일반건물의 화재진압 방식의 차이점이나 진압방법은 어떻게 됩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김상구 과장은 “목조문화재 화재현장에는 연쇄화재가 가장 큰 문제인데 직접적인 불씨가 번져 연쇄화재가 일어나는 것보다는 열로 인해서 인근에 번져 나가는 것이라 위험하다”며 “이는 물을 뿌려서는 진압이 불가피해 효과적인 진화방법이 없는 상태로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재에 대한 안전경비인력을 추가로 484명 배치 완료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구 과장은 “하지만 예방을 위해서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그 설치작업에서 오는 문화재의 훼손에 대한 문제도 간과 할 수 없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어 이번에 출간 된 재난관리 연구에 관한 다섯 권의 출판기념행사가 있었다. 저자들이 간단한 코멘트로 책을 설명하는 출판기념회를 끝으로 모든 행사는 끝이 났다. 이번 학술회의는 문화재들을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킬 수 있는 역량 구비와 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열렸다. 문화재 재난관리를 위한 예방, 대비, 대응, 관리에 대한 철저한 재난관리 방안을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한 자리였다. 목조문화제에는 일단 불이 나면 효과적인 진화방법이 없어 예방에 치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예방을 위해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문화재가 훼손된다면 과연 어떤 것이 효과적인 대비일까. 우리는 이 딜레마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