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은 지난 3월2일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은 최근 한반도와 해저, 주변 국가에서 대규모 지진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왔다.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 기상청(청장 전병성),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등을 주관으로 하는 이번 사업에는 8개 분야 23개 중과제를 26개의 단기과제와 32개의 중·장기과제로 나눠 총 58개의 세부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며 13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종합대책 추진사항은 기존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기본계획수립과 내진성능목표설정을 위한 R&D사업, 동해안 일부지역 지진해일 침수예상도 제작·배포, 가속도계측기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지진재해대응시스템 고도화 사업이다. 재난포커스는 ‘지진방재종합대책 과제 변경 현황’을 통해 국내 지진방재정책의 실태를 긴급 진단한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 >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가재난정보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매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해저에서의 지진 역시 빈번하다. 90년대에는 지진 발생건수가 매년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베지진(1995년), 대만의 타이완중부지진(1999년), 중국의 쓰촨성지진(2008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음으로써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지진방재종합대책이 절실하다.

초기대응태세 갖추는 것 목표
이번 종합대책은 국가차원의 내진성능 목표설정 및 관련 법 개정 등 각종 제도의 정비와 지진·지진해일 관측 및 예·경보시스템 개선을 통해 초기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등 신속대응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지진위험지도를 작성하는 등 내진설계 기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기존시설물의 내진보강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수립하는 등 지진재해경감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2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이 8개 분야 18개의 단기 추진과제와 22개 중·장기 추진과제로 나눠 총 40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됐던 것에 비해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은 8개 중과제 21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된 신규과제가 포함돼 8개 분야 23개 중과제를 26개의 단기추진과제와 32개의 중·장기 추진과제로 나눠 총 58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신규과제는 첫 번째 지진정보 통보 체계 고도화(울릉도에 동해 지진해일 조기경보센터 구축, 인공지진 통보체계강화, 가속도 자료 활용 진도발표 체계 추진, 긴급지진 속보 체계 추진), 두 번째 주요시설물 지진 가속도 계측기 설치(시설물별 가속도 계측기 설치기준 마련, 가속도 계측자료 통합관리 체계 구축, 시설물별 가속도 계측기 설치·관리), 세 번째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 기준 정비추진(내진설계기준 미제정 시설물 기준 설정 추진, 시설물별 내진설계기준 재설정, 설물별 관계 하위법령 정비 추진), 네 번째 지진재해대응 시스템 고도화 추진(건축 구조별 지진취약도 함수 개발 및 기능 다양화, 산사태 및 액상화 등 지반피해 예측시스템 구축, 긴급대책 지원시스템 보강 및 시스템 관리 등), 다섯 번째 지진재난 각종 매뉴얼 보완(지자체 지진재난 관련 매뉴얼 보완, 각종 매뉴얼 통합 가능 여부 등 지속 검토 보완), 여섯 번째 지진 이재민 시설 지정(지진 이재민 수용시설 지정 추진, 지진시 이재민 수용방안 마련(※지진 이재민 수용시설 내진설계 의무화와 법안 제정·개정)), 일곱 번째 지진방재 종합 훈련 프로그램개발 및 훈련 실시(매년 지진대응 종합훈련 기본계획 수립·실시, 지진대응 종합훈련 프로그램 개발), 여덟 번째 지진재해대책법 하위법령 제정·개정(지진재해대책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법안 제정·개정 추진)이다.

이번 대책의 신규과제를 살펴보면 제3차 종합대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제2차 종합대책이 지진관측과 연구개발, 지진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무게를 실었던 것과는 다르게 제3차 종합대책에서는 지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인공지진 통보체계 구축이나 지진해일 위험지구에 대한 정비 사업 등의 비중을 높였다. 또 지진발생 후 대응시스템을 고도화함으로써 지진이 2차, 3차 피해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기상청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비중이 과거와 비교해 높아진 것만으로도 이번 종합대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사전에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지진방재종합대책이 과거와 같이 피해를 입은 후 복구하는 것이 아닌 여타 재난 선진국과 같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최소화시키며 신속히 복구하는 등 지진방재가 선진화돼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 ‘종합 로드맵’ 구축
소방방재청은 세부적으로 첫 번째 국가 내진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추진을 위해 사회기반 시설별 내진성능 목표 및 내진등급 설정과 기존시설물의 중장기 내진보강을 추진한다. 두 번째 국가 지진관련 위험지도를 제작하고 활용하기 위해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를 작성하는 등 내진설계 기반을 재정비한다. 세 번째 지진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지진통보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지진 및 지진해일 관측망과 시스템을 구축해 정확도 향상 및 기능 다양화 등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네 번째 지진해일 대책 수립을 위해 지진해일위험지구 정비 및 지진해일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다섯 번째 지진방재관련 대국민 교육·훈련 강화를 위해 학생, 일반인 및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지진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한다. 여섯 번째 지진방재종합대책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제도 정비 및 전담 조직을 보강해 지진에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시설물의 내진보강 기본계획 수립 사업의 주요내용은 시설물별 예비 내진성능평가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내진실태 조사결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표본조사를 실시해 시설물별 내진성을 평가하고 내진보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부처별·시도별·시설물별 소요예산 등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진해일 침수예상도 제작 사업의 주요내용은 지진해일 전파모델 개발을 통한 해안지역 침수예상도 제작하고 지진해일 비상대처계획을 수립해 지진해일 침수예상도 제작 지침서를 작성함으로써 지자체별 침수예상도 작성을 통한 지진해일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진재해대응시스템 고도화 사업의 주요내용은 건축물 취약도함수 개발을 통해 시스템을 보완·구축해 주요 목표시설물의 피해를 예측하고 시스템 과부하 해소와 DB 자동 업데이트 및 안정화 등의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지진해일 경광등 발령과 같은 시스템 기능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신규예산배정, 지진방재의 첫걸음
13억5000만원의 신규예산은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3층 이상 건축물 등 31개 각종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3억원, 현재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가속도계측기가 관리주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토록 통합관리시스템으로 구축하는데 2억원, 지진발생 초기에 파악하기 어려운 인명, 건축물 및 각종 라이프라인 시설 등의 지진피해규모를 사전에 파악해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지진재해대응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8억원을 투입해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국가차원의 내진성능목표 설정을 위한 R&D 사업과 국내 최초로 오는 5월까지 동해안 임원항과 경포대, 삼척항의 지진해일 침수예상도를 제작하고 배포하는데 사용한다. 지진 방재에 신규예산이 배정된 것은 국내에서 그 동안 지진에 대한 예산 투입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을 직시한 정부의 지진에 대한 예산 지원에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지원만으로 지진에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제3차 지진방재 종합대책은 소방방재청, 기상청 등 여러부처가 참여하는 만큼 상호간의 의사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 또 종합대책이 기존에 목표한 방향으로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간 추진사항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