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안보와 경제 WIN-WIN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가 공표돼 회의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성회 한나라당 국회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이 주최한 ‘군사구역 및 고도제한 해법은 무엇인가?’란 주제의 이날 토론회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김을동 친박연대 의원, 최홍철 경기도청 행정2부지사,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 前원장, 오관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우인환 경기도제2청 기획행정실장, 강한구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신성환 루시컨설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변화된 안보환경 하에 정부의 규제가 현재 실정에 맞는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입장은 논의됐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대형 재난에 대한 예방논리는 아무도 제의하지 않았다. 월간 재난포커스는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재난 문제를 제기한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군사시설과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은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저해돼온 것이 사실이다. 청중으로 참여한 성남시재건축재개발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건축물의 고도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같은 지역에 건축예정인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가 공표됨에 따라 성남시민들은 고도제한에 대한 규제완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구역내 규제완화 시급

	왼쪽부터 강한구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오관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국원,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 前원장

김성회 의원은 “토론회의 목적은 지역재산권, 지역활동을 저해해온 군비행장 고도제한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제시를 위한 것”이라며 “군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버팀목이 돼온 것이 사실이지만 더 이상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군사시설의 혐오화를 막고 지역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는 전략적사고가 필요하다”며 “군사시설이 더 이상 님비(NIMBY)가 아닌 임피(IMFY)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군사시설 지역에 대한 현실적인 규제완화가 시급한데 독일의 경우 2차대전 이후 ‘접경지역지원법’을 만들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김성회 의원에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대표, 정몽준 최고의원, 최홍철 제2행정부지사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가안보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이 모색되길 기대한다”며 토론자들을 격려했다. 박희태 대표는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날 우리사회는 사유재산과 국방안보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충돌을 충돌로 내버려두는 것은 안 될 일이다”며 “안보와 경제적 문제의 충돌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회 의원을 격려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제2롯데월드의 신축이 사실상 허가됐는데 좋은 결정, 어려운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토론회에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실정에 전술 맞춰야
군사시설 규제완화방안에 대해 발표한 오관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사지역이 밀집한 경기북부의 경우 개인의 재산권행사와 지자체의 지역개발 활동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며 “이 지역에 만일 기업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기업은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도로를 계속해서 군용 차량이 사용하다 보니 도로혼잡으로 인해 기업이 물류 처리를 할 수 없다”며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규제완화 주장의 근거로 전장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했음을 강조했다.

	사진1.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 사진2. 김형오 국회의장 사진3.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사진4.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진5. 최홍철 경기도청 행정2부지사

“현행 방어전략과 방어계획의 기본은 1950년대 전장환경 특히 능선과 개활지로 구성된 지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오관치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방어지대가 도시지역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 도시가 갖는 이점을 이용해 방어전력을 절약하고 전쟁 초기 적의 기습적 화학공격으로부터 전력을 보존하며 적의 공격속도를 감소시키는 등 전투력 분산을 강요해 방어에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계화 부대의 기동력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 미육군 도시지역작전 교범을 보면 “도시지역은 방어작전에 이상적이며 방어부대의 전투력을 현저히 강화시킨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산업화된 도시지역이라는 새로운 전장환경에 부응하는 방어전략을 구상하고 방어계획을 수립하며 전술을 발전시키고 부대를 훈련시켜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북부가 전략적 요충지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적의 공격목표가 되기 쉽고 이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제2롯데월드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만에 하나라도 주민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요소가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진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또 고도로 발달된 도시지역 일수록 적에게 공격받게 되면 큰 타격을 입어 피해규모가 커진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할 것이다.

정부개입없는 비행안전영향평가 해야

	왼쪽부터 신성환 루시컨설팅 대표, 우인환 경기도 기획행정실장, 김광우 국방부군사시설기획관

이어 고도제한 규제완화방안에 대해 발표한 신성환 루시컨설팅 대표는 “미국, 일본의 경우 비행안전영향 평가를 하는데 미국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문가를 초청해 비행안전의 이상유무를 묻는다”며 “미국연방항공국(FAA)이나 공군이 개입치 않는다”고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성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10조(비행안전구역에서의 금지 또는 제한) 관할 부대장 등은 제1항 제2호에도 불구하고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각 기지 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항공작전기지의 비행안전구역에 있어서 그 구역의 표면높이 이상인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 식물이나 그 밖의 장애물의 설치 또는 재배를 허용할 수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 대한 기술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고도제한 문제 해결방안으로 “실측을 통해 장애물의 고도를 파악하고 대상지역을 입체적 검토 및 주변지세를 확인해 고도제한완화 가능범위 산정 및 개별 장애물별 비행안전영향평가한 뒤 완화가능한 제한고도 산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기간내에 규제완화 사실상 어려워
이어진 토론에서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이 “군사작전에 제한이 없는 한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불편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작전성 검토시 군사시설보호구역에 관련한 건축 협의가 들어올 때 이러한 검토 기준을 표준화, 객관화시키겠다”며 “이미 검토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개선키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해 개선을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우인환 경기도 기획행정실장은 경기북부의 산업화와 도시화 추진을 주장했다. 또 “군사시설 주변지역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적절한 보상과 제도적 지원”이며 “군사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구 책임연구위원은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WIN-WIN이란 국방도 경제도 양자가 공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해 이번 토론회의 주제를 상기시켰다. 이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군공항은 토지이용의 극대화뿐만 아니라 소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내 주거지의 고도를 높이면 그만큼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이는 소음과 사고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오관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다시 “군사구역 내 고도제한 완화는 1, 2년에 끝날 일이 아니다”며 “군에 보직, 전략변경에 의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중앙부처의 공무원이나 직원들이 그 자리에 앉아서 문제에 관해 논하기 어렵다”며 중앙부처의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촉구했다. 신성환 루시컨설팅 대표는 강한구 책임연구위원의 의견에 대해 “소음이 건물높이에 해당치 않는 사항이 많다”며 “성남시에 필요에 비해 국방부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의 완화방안은 어렵다”며 “빠른 시기내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높이고 컨소시엄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지 정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미국과 같은 방식의 변화가 필요치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좌장으로 참석한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 前원장은 “마인드의 변경 상생과 배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토론회 역시 고도제한 해법을 내지 못했다. 또 제2롯데월드의 경우와는 다르게 지역주민의 안전과 만일에 사태가 중점적으로 논의 되지 않았다. 군사구역의 고도완화과 군병력 철수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군사구역내 산업화나 도시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한다 하더라도 철저한 재난관리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만일에 사태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신속한 피해복구를 도모하는 등 규제완화의 경제성과 더불어 지역주민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면 받고 있던 군사구역내 주민을 위해 고도제한과 규제완화를 건설전문가와 국방전문가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토론회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