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 대한소방공제회(이사장 서정식), 동방전자산업(대표이사 장성필)의 주최 및 후원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회 DBE(동방전자산업, Dong Bang Electronic industrial) 순직 및 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장학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선발된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총 13명에게 각각 ‘DBE 드림(Dream) 장학생’ 2명에게는 300만원씩, ‘DBE 뷰티(Beauty) 장학생’ 5명에게는 200만원씩, ‘DBE 에너지(Energy) 장학생’ 6명에게는 150만원씩 총 250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 재난포커스 김수한 기자  ins@di-focus.com >

이날 행사는 서정식 대한소방공제회 이사장과 장성필 동방전자산업 대표이사의 장학증서 전달식과 신현철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장성필 대표이사의 격려사와 기념사로 이뤄졌다. 故 최도식 소방장의 자녀 최선아(세종대학교 4학년)양과 공상으로 퇴직한 고영수 소방위의 자녀 고인혜(고려대학교 1학년)양이 ‘DBE 드림(Dream) 장학생’에 선발돼 300만원이 전달됐고 나머지 11명의 학생들에게도 DBE 뷰티(Beauty) 장학금, DBE 에너지(Energy) 장학금이 전달됐다.

올해 장학생 대상 총 51명 신청
DBE 장학지원 프로그램은 순직 또는 상이를 입고 퇴직한 소방공무원의 자녀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소방공무원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동방전자산업이 소방방재청에 건의해서 시작됐고 제1회 행사에는 순직 소방관의 자녀들 위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제2회 행사부터 공상을 입은 소방관 자녀들까지 범위를 확대 시행해 올해 제4회를 맞았다.

올해 장학생 선발은 지난 2월25일부터 3월13일까지 소방방재청, 대한소방공제회, 각 지역 소방본부 홈페이지를 통한 지원신청서 접수와 일반인의 추천을 받았다. 신청인원은 대학생 22명, 고등학생 12명, 중학생 17명으로 총 51명이다. 이중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가구 자녀와 대학생을 우선 선발기준으로 삼았다. 또 기타 선발기준으로 선발대상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1명을 우선선발, 미수혜자 우선선발, 지역별 안배를 고려했다. 지난 3월24일 대한소방공제회 회의실에서 공제회 운영위원 2명, 기부자가 지정하는 자 3명 총 5인으로 구성된 선발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의를 거쳐 최종 대상이 선정됐다.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들

	사진1. 장학증서를 수여하는 서정식 대한소방공제회 이사장 사진2. 격려사를 하는 신현철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사진3. 기념사를 하는 장성필 동방전자산업 대표이사

신현철 국장은 격려사를 통해 “여러 분의 아버지는 재난의 현장 속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온 사회와 가정의 든든한 지킴이였다”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받들어 앞으로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가족들이 소외 받지 않고 항상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사업과 정책을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필 동방전자산업 대표이사는 기념사에서 “동방전자산업은 순직 및 공상 소방관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든든한 동량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포커스 4월호에 게재된 장성필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중 장 대표이사는 “모두 안타까운 사연들이라 심의가 어렵다”며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는 모든 사연이 다 안타까운 내용들”이라고 말했었다. 장학생들 대부분은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가족 중 소득이 없고 보호자(모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나, 상이를 입고 퇴직한 소방공무원의 가족 중 부부가 모두 병중이라 직업을 가질 수 없거나 주택대출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 처해있는 가족 등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장학사업

	작년 9월 있었던 에스오일 ‘2008 순직소방관자녀 학자금전달식’

동방전자산업의 장학사업 외에도 에스오일(S-Oil, 대표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도 소방방재청과 함께 2006년부터 매년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100명에게 학자금을 300만원씩 전달하는 3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지선)도 역시 소방방재청과 함께 ‘파랑새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순직소방관 자녀들을 대상으로 초·중·고등학생 이상 재학생 35명에게 총 9000만원이 지급됐다.

이처럼 순직·공상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많은 장학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영웅 순직·공상 소방관의 희생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족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민간과 정부차원의 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이 장학사업들이 자칫 기업홍보에만 치중해 정부에 돈만 쥐어주고 잊어버리는 사업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기부한 장학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장학대상, 효율적인 안배가 필요
동방전자산업은 미수혜자 우선선발을 선발기준으로 두고 있지만 제1회~제3회 장학사업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올해 또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상선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다. 동방전자산업의 한 관계자는 “장학금의 규모가 작아 중복으로 수여하는 경우도 인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2008년 에스오일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올해 동방전자산업 장학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 만약 위에 거론된 세 장학사업과 여타 순직·공상 소방공무원을 위한 장학금을 한해 한 학생이 한꺼번에 받는다면 장학금으로만 1000만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장학금을 여러 번 수여받는 장학대상이 있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가족들의 수가 분명 적은 수는 아닐 것이다. 혜택을 크게 보는 ‘한 가족’ 보다는 적지만 ‘많은 가족’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 편이 더 효율적인 장학사업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소방방재청은 비슷한 성격의 장학사업들을 비교해서 좀 더 폭넓게 장학대상을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은 ‘기부해서 홍보 됐으니 끝’이라는 생각보다는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장학사업이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