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석면이 함유된 탈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염려와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연일 석면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식약청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석면에 대해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만큼 석면이 인체에 유해하고 위험한 물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석면에 대한 정부의 안전불감증 때문이기도 하다. 수년간 석면에 의한 피해자가 속출했고 전문가들은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재에 이르렀다. 그 결과 수입된 탈크로부터 불거져 나온 이번 석면파동은 베이비파우더를 시작으로 화장품, 의약품,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엄청나다. 현재 식약청은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 화장품, 의약품 제조업체에 회수명령을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중이지만 사고발생 후 조치가 미흡해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베이비파우더, 화장품, 의약품 석면검출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는 석면에 위험성을 체감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월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시중에 유통 중인 탈크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제품을 조사한 결과 이 중 8개 업체 12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청은 석면이 검출된 제품 제조업자들에게 제품판매금지를 지시하고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렸다. 이 후 화장품, 의약품 등 탈크를 사용한 제품에서 계속해서 석면이 검출돼 식약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석면에 대해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제품의 제조 및 수입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원료규격기준을 제정하고 유아용 제품에서 석면 미검출을 원칙으로 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재난포커스는 최초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에서부터 현재까지 식약청의 조치를 통해 우리나라 석면관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석면검출과 같은 제3의 사태 발생시 업무연속성계획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식약청’ 탈크에 대한 관리규정 없어
식약청에서 베이비파우더에 대한 석면 검사는 지난 3월30일 KBS소비자고발에서 식약청에 취재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KBS소비자고발에서는 자체적으로 시중 유통 중인 베이비파우더를 검사한 결과 일부제품에서 석면 검출을 확인했다. 식약청은 이를 해당 업소에 통보하고 이후 자체 검사를 거쳐 석면이 검출된 제품의 유통을 금지했다. 4월1일 식약청은 “시중 유통되는 베이비파우더와 어린이용 파우더 등 탈크 성분이 함유된 파우더제품 30종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2종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을 보면 석면 또는 섬유상(asbestiform) 탈크는 발암가능성이 높은 1등급이다. 석면이 검출된 제품은 보령누크 베이비파우다, 보령누크 베이비칼라콤팩트파우다, 보령누크 베이비콤팩트파우다 화이트, 보령누크 크리닉베이비파우다 분말, 베비라 베이비콤팩트파우더, 베비라 베이비파우더, 라꾸베 베이비파우더, 큐티마망 베이비파우더, 락희 베이비파우다, 알로앤루 베이비콤팩트파우더, 모니카 베이비파우더 11종과 ‘덕산탈크’다. 라꾸베 베이비파우더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모두 덕산약품공업의 덕산탈크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로 반입된 석면이 함유된 탈크는 원료를 제공하는 덕산약품공업에 의해 각 제조업체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다. 원료가 제조업체로 유통되기 전 단계, 즉 수입단계나 원료제조단계에서 식약청의 관리가 있었다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후 식약청은 제조업자에게 석면이 검출된 제품을 판매금지하고 유통 중인 제품은 회수해 폐기토록 명령했다.

베이비파우더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된 원인은 주원료로 사용하는 광물질의 일종인 탈크에 자연 상태에서 석면형 섬유가 혼재될 수 있는 데 제품 생산과정에서 이를 완전하게 제거치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청은 “석면은 인체에 미치는 발암 위험성으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제품의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노동부의 규정으로 정작 식약청에서는 탈크에 함유된 석면에 관한 규정이 없다. 현재 유럽, 미국 등에서는 베이비제품 등에 사용하는 탈크의 경우 석면 미검출을 원칙으로 원료규격기준을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노동안전위생법에 의해 0.1% 이하의 석면 함유 탈크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식약청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KBS에 의하면 일부제품의 경우 3%가 넘는 양의 석면이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규격기준, 적절치 못한 적용시기
식약청은 4월2일 이들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같은날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석면 불검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탈크 원료 규격기준을 정했다”고 밝혔다. 윤여표 청장의 명령으로 시행될 새로운 탈크 원료 규격기준에는 석면검출을 위한 시험법 3개가 포함돼 있다. 신속한 소비자 안전을 위해 윤여표 청장이 새로운 탈크의 규격기준을 공표 시행하게 되면 관련업체는 새로운 기준을 준수치 않을 경우 최소 3개월의 해당품목 제조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식약청은 탈크 원료 제조업소인 덕산약품공업(석면검출업소)과 수성약품(판매자 완제품에서 석면검출업소)에 대해 제조과정의 적정성, 수입 및 공급내역 등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했다. 특히 식약청은 석면함유 탈크의 유해성 문제와 관련 한국독성학회/한국환경성돌연변이·발암원학회로부터 공식 의견회신을 받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4월3일부터 4월5일까지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의약외품에 사용되는 52개 업체 중 폐업하거나 재고가 없는 14개 업체 및 덕산약품공업을 제외한 37개 탈크 원료 제조, 수입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37개 업체 중 7개 업체의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덕산약품공업 외에 추가로 석면이 검출된 7개 업체의 탈크는 화장품, 의약품 등의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됐으며 식품용으로는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7개 업체는 (주)국전약품, (주)그린제약, (주)대신무약, 대흥약품, (주)영우켐텍, 화원약품, 파일약품(주)이다. 한편 식약청은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 제조업체 대표자 회의를 통해 신속한 회수 및 반품을 당부하고 화장품에 대해서는 대한화장품협회에 유통 금지 품목을 통보해 판매·중지 및 회수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식약청 본청과 지방청 전 직원이 관련 제품의 회수가 완료될 때까지 지자체와 함께 직접 회수활동을 할 예정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식약청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고 있는 유통 금지된 제품의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식약청에서는 “새로운 탈크 기준이 설정된 만큼 앞으로 유통품목에 대한 정기 수거검사시 완제품의 석면 함유검사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4월6일 덕산약품공업에 대한 계통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300여개 업체(기관)에서 같은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화장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같은 원료 사용이 확인된 화장품 제조업체 (주)로쎄앙의 로쎄앙 휘니쉬 훼이스 파우더, 로쎄앙 더블쉐이딩 콤팩트 10호, 로쎄앙 더블쉐이딩 콤팩트 20호, 로쎄앙 퍼펙션 메이크업 베이스, 로쎄앙 퍼펙션 훼이스 칼라는 유통 및 판매 금지와 함께 회수명령을 내렸고 의약품등은 계통조사를 계속 실시했다. 식약청은 베이비파우더와 마찬가지로 화장품에 대해서도 소비가 경보를 발령했다. 4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석면 함유 탈크와 관련해 소비자단체 및 의약품, 화장품 등 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석면성분 검출 이후 현재까지의 추진현황을 설명하고 그간의 행정조치 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유관단체 협의회를 개최했다.

유관단체 협의회의 참여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대한한약협회, 대한화장품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의 보건·의약 산업 분야 관계기관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녹색소비자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등의 소비자 단체 그리고 한국소비자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이다. 4월8일 식약청은 석면검출 탈크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학계 원로 및 전문가로부터 석면검출 탈크와 관련한 일반적인 자문과 의약품분야의 향후 처리방안 등을 논의했다.

의약품사태로 관련법제정 절실
4월9일 식약청은 석면함유 탈크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 120개 업체 1122개 제품 중 석면 불검출 기준 시행 이전에 제조한 품목에 대해 판매 및 유통 금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체의약품 확보가 곤란한 의약품은 30일간 판매 허용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이에 제약업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규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석면불검출 기준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관련규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기준을 적용해 석면 검출 의약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식약청이 책임을 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체의약품이 없는 의약품을 판매금지 시키는 등 식약청의 후속조치가 환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식약청은 의사, 약사, 환자의 의견을 수렴해 금지의약품 목록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식약청은 앞서 문제의 탈크에 들어있는 석면의 양은 2%로 의약품에서 탈크가 차지하는 양이 0.1% 정도이기 때문에 덕산약품공업의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의약품에 함유한 석면은 0.0002%에 불과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여표 식약청장은 “이번 결정이 한국독성학회/발암원학회의 의견, 전문가회의,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단체와 협의를 한 후 중앙 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미량의 석면이 포함된 탈크를 사용한 의약품 복용으로 인한 인체 위해가능성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미량의 유해물질이라도 국민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국민 안심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표 식약청장은 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제약업체에 대해서도 국민 안심차원에서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에서 연이어 석면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석면오염 가능성이 높은 탈크를 수입할 때 석면 함유 여부를 검사해 석면이 함유된 탈크의 국내 반입을 차단키로 했다. 총리실은 석면함유 탈크 제품의 실태 조사와 검사 강화를 즉각 시행하고 오는 6월말까지 각 부처별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부처별 추진계획은 산업안전(노동부), 건축물(환경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석면건강피해(환경부, 보건복지가족부), 생활용품 및 공업제품(지식경제부), 의약품/의약외품 및 화장품(식품의약품안전청) 등 5개 분야별로 마련할 예정으로 환경부가 총괄한다. 총리실은 수시로 회의를 열어 추진계획 수립과정을 점검하고 위해물질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관리제도 개선을 위해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관련 부처 국장급 이상으로 구성된 ‘위해물질 관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식약청, 신뢰할 수 있는 기관돼야 윤여표 식약청장은 “의약품분야의 판매, 유통 금지 및 회수조치와 관련해 한국제약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및 지방자치 단체와 유기적인 협력을 하고 지방청의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석면 함유 탈크 원료 사용 제품의 신속한 회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또 “4월3일부터 시행된 탈크 원료 기준이 제조업체에서 철저히 준수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식약청장은 “최근 식품의 위해사례에 이어 의약품 분야에서도 위해사례가 발생한 만큼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해외주재관 및 현지정보원 확대를 통한 해외 현지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위해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전담인력 확대와 더불어 국내·외 유해물질 기준, 규격을 비교 검토해 국내기준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자체연구사업 결과 및 정부기구, 학회 등 최신 연구결과를 심층 분석해 유해물질 기준규격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석면 등 유해물질 안전관리 전담기구 설치를 위해 멜라민 사건 이후 작년 12월 임시조직으로 구성한 위해예방정책관과 올해 2월 구성된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정기 직제화해 사전, 사후관리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식품안전정보센타를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위해정보 수집, 분석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 기구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4월10일 신상진 한나라당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은 “식약청을 민관 연계기관으로 만들고 국회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수시감사가 가능토록 해야하며 감사원이 식약청을 감시해야한다”며 식약청 개선방안을 내놨다.

폐기과정, 업체의 2차 피해 막아야
석면검출 제품의 회수폐기과정은 식약청이 업체에 회수명령을 내리면 업체가 회수계획을 보고하고 회수하는 방식이다. 회수는 회수를 시작한 날로부터 30일 이내로 해야하고 회수과정을 마친 업체가 식약청에 보고하면 회수된 제품에 대해 봉인과정을 거쳐 식약청과 업체가 상의해 선정한 폐기물 처리업체에 폐기신청을 한다. 이 때 폐기는 환경부에서 고지하는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이뤄진다. 한 업체의 경우 “현재 석면검출제품의 약 95%를 회수한 상태지만 식약청에서 별다른 지시가 없어 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식약청은 이 업체에 대해 “업체의 회수 보고가 없어 폐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해 식약청의 회수 폐기과정에서 업체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비상대처계획이 구축돼 있지 않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멜라민사태에 이은 이번 석면사태는 제3, 제4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제3의 사태에 대해 피해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

관공서는 빠른 시일내로 업무연속성 계획을 구축하고 사건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석면사태는 정부기관 업무연속성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이후에는 식약청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판매금지조치가 내려진 의약품 1122개 품목에서 40개 품목이 누락되는 상황이 발생했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제약회사에서는 탈크를 사용했다고 보고하고 식약청의 품목허가 서류에는 기재돼 있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식약청의 품목허가 대로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 행정착오”라고 설명했다. 차후에는 이런 행정착오가 발생치 않도록 식약청은 조속히 관련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석면이 검출된 품목은 식약청 홈페이지(http://www.kfda. 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석면검출 의학품 목록 1 >

	< 석면검출 의학품 목록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