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식 기상청 지진정책과 지진관리관

지진은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 중 가장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자연재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기술은 지진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은 지진발생 후 진앙위치와 지진규모 및 진도를 신속하게 결정해 최대한 빠르게 통보하는데 주안점을 둬왔다. 그러면 지진의 예보(지진예지)는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지진예지를 위해서는 지진의 전조현상도 알아야하는데 현재 지진학자들은 비록 한계가 있으나 지구자기, 중력, 지하수의 변화, 방사성 물질의 변화, GPS를 통한 지각변위량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진전조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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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예지 위한 지구자기관측소
기상청은 한반도의 지구자기장 분포 및 변화관측을 통해 지진의 전조현상을 감시 및 연구할 목적으로 작년부터 충남 청양군에 지구자기관측소 설치를 추진했다. 지구자기관측소는 관측 특성상 주변에 자성을 갖는 시설물이나 구조물이 없어야 하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관측소 설치 대상지 물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측소의 울타리, 구조물 및 심지어 못과 장석 등 모든 부품을 비자성체로 제작·설계해 사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청양 지구자기관측소는 지난 3월19일 현판식을 마치고 시험운영 중에 있으며 4월1일부터 지구자기관측을 시작했다. 지구자기관측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항해에 필수적인 나침판은 지구자기를 응용한 지리판독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또 지진발생 메카니즘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판구조론은 지구자기 관측결과의 해석으로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지구자기관측은 세계적으로는 1576년 영국 런던, 1617년 프랑스 파리 등에서 지구자기관측소를 설치·운영해오고 있어 그 역사가 400년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1987년에는 국제단체로 INTERMAGNET(International Real-time Magnetic Observatory Network)이 결성돼 총 42개국 108개 지구자기관측소가 참가해 신뢰도 높은 표준화 데이터를 제공하고 전지구적 지구자기장의 변화 등 예측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청양 지구자기관측소 전경

국내 지진관측 수준 뒤쳐져
그러면 우리나라의 지구자기 관측은 어떤 수준일까? 1918년부터 1944년까지 인천기상대에서 이뤄지다 중단된 후 1996년 전파연구소(3소)와 1999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3소), 한국천문연구원(1소) 등에서 실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7곳의 무인 지구자기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INTERMAGNET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이며 기관별로 운영해 오고 있어서 대표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관측자료의 보정을 위해 일본자료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오차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지구자기 관측하는 선진국
그렇다면 선진국의 수준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미국지질조사소(USGS: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산하에 지구자기(Geomagnetism) 프로그램을 두고 지진재해예방을 위한 상시계측 수행하고 있고 USGS의 STENNIS 관측소는 건물 한 동에 관측센서를 모두 포함한 지구자기관측소 설치·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1883년 동경에 최초 지구자기관측소가 설치됐으나 도시의 팽창으로 인해 1913년에 가끼오까로 이전해 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관측소의 주요업무로는 지구자기 관측 및 검정, 장비보수, 관측자료 통계 및 자료 관리, 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지구자기관측을 통해 지진예지 및 지진전조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도카이(東海)대학에 지진전조연구센터를 설치해 지구자기장 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청양 지구자기관측소로 기초 다져

	청양 지구자기관측소에 설치된 지구자기 관측장비

기상청은 국가표준의 청양 지구자기관측소를 운영함으로써 한반도 지구자기장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갖는 표준 데이터 생산과 INTERMAGNET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게 됐으며 지진전조현상의 감시 및 연구와 더불어 한국의 총지구자기 분포도, 자기이상도 등 한반도 지구자기장의 영년변화연구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헌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3월20일에는 국내 지구자기 관측기관 관련 대학 및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지구자기관측 발전 워크숍’을 개최해 국가 표준의 지구자기장 분포와 변화관측, 지진전조현상 감시 활용 및 운영에 관한 발전방안에 관해 발표 및 토의했으며 이러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이번에 설치된 청양 지구자기관측소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3개소를 추가 설치해 국내지진 전조현상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우주기상, 순수 지구자기연구 등 관련분야에도 양질의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