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1일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정범희, 이하 행정부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행안부(장관 이달곤)는 재난 대처의 효율성을 파괴하는 ‘재난위기 상황실’ 확장 정책을 중단하고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28일 국무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이 통과됨에 따라 평시 사회적 재난관리를 주 기능으로 하는 위기관리상황과를 ‘재난위기종합상황실’로 신설해 재난안전실 직속으로 개편했다.

이에 행정부노조는 “현재 소방방재청에서 설치·운영하고 있는 재난상황실을 흡수해 상황실을 통합운영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소방방재청의 상황실을 행안부에서 흡수해 소방방재청을 고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안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험도 능력도 없으면서 조직의 권한과 덩치만 키우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부노조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19조를 예로 들며 “현재까지 정부는 소방방재청 산하에 재난상황실을 둬 재난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왔고 이는 소방방재청이 지닌 전문성과 경험에 비춰 매우 합리적인 조직구조”라고 평가했다.

행정부노조는 또 “이러한 현실에서 그 기능과 권한을 무리하게 확장한 재난위기 상황실은 인력과 예산의 낭비뿐만 아니라 재난상황 전파와 대응에 혼선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당장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는 행안부 재난위기종합상황실과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두 곳에 상황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아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성명서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 5월19일 ‘재난위기상황실’ 논란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까지와 동일하게 지자체는 소방방재청에 보고하고 소방방재청은 다시 이를 행정안전부에 보고하는 체제이지 두 곳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며 “자연·인적재난 대응 상황관리는 소방방재청이 수행하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복합재난은 범정부차원의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행안부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행정부노조는 “규정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이 바로 행안부 장관인데도 제도에 문제가 있어 상황파악과 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상시적인 보고체계를 갖추면 해결될 일을 굳이 예산과 인력을 투여해 중복조직을 만든다는 사실 또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행정부노조는 또 “결국 행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난위기 상황실의 확장은 국민의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권한과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이기주의’”라며 “문제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단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없는 재난 대처로 국민의 안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정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우선적으로 행안부의 재난위기 종합상황실과 소방방재청의 재난상황실의 ‘공간’을 통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행안부와 소방방재청의 재난상황실 공간 통합은 내부에서 검토 중이고 빠르면 5월말에 계획 초안이 이달곤 장관에게 보고될 예정”이라며 “이번 공간 통합을 통해 효율적인 재난 상황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재난포커스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